개인의 영광과 국가의 영광을 동일시하지 않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 후진국 냄새가 가시지 않은 언어다
나라가 가난하고 無力하던 때는 ‘국위선양(國威宣揚)’이란 말만 들어도 속으로 울컥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그 시대의 이름난 가수. 김치캣츠나 복싱선수 김기수. 조각가 문신 등이 외국 신문에 이름이 크게 났다는 소리를 들으면 국민 모두가 내 일인 듯이 기뻐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이렇다 내놓을 것이 없기도 하던 때 그리고 대한민국이 어느 구석에 있는지도 모르던 때에 씩씩한 기상과 뛰어난 노래 등으로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린 그들은 분명 국위를 선양한 애국자였다. 나라가 그들에게 무슨 특권을 주어도 더 주라고 했지 말리지 않았고 나라가 줄 것도 없었다.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우리만 해도 그랬다. 그때는 가난한 나라였으니 '소수 정예'가 국가 체육의 전략이었다. 해외 파견 선발전에 최종 선발되었으나, 소수 정예란 시대적 기치 아래서 중량급(重量級)은 메달 획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태워 주지 않아서 못 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또 지금은 국가 체육과는 무관하게 스스로 태극 마크를 달고 자비(自費)로 해외 경기에 참가하기도 하는 시대이다. 체육이나 노래가 국위선양이랄 수 없는 시대로 변했거니와 국위선양이란 말 자체가 후진국 냄새가 가시지 않은 언어인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군 특례 논쟁으로 시끄럽다. 이런 논쟁 때마다 '국위선양'이란 말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나온다. 병역 특례를 베풀자는 쪽은 국위선양이란 말을 무기처럼 내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시대에서도 저런 것이 국위선양으로 국민적 합의가 될지는 의문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문화 대국임을 자랑하는 지금도 최빈국(最貧國)일 때에나 통하던 용어 '국위선양'은 시대 감각에 맞지 않아 보인다. 헐벗고 굶주리던 시대에는 국가적 필요에 따라 국민에게 활달한 기상을 불어넣기 위해 '국위선양'이란 말을 애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것을 지금도 습관적으로 따라 쓰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자동차와 탱크도 수출하고 영화도 세계적인 상을 자주 받으며 인공위성도 쏘아 올리는 나라이다. 이미 코리아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가수의 인기가 좀 있다고 하여 국위선양을 한 것이 될까? 이런 레벨의 국위선양이 필요한 시대일까? 우리나라 가수를 보는 외국인도 우리처럼 가수의 인기를 인기로 보지 않고 국위선양으로 볼까?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지 감정이나 호오(好惡)를 보태서 보면 판단이 빗나가게 된다.
미국 등 유수의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체육에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공정성을 위해 선수 선발만 관리할 뿐이다. 우리처럼 '선수촌'이란 것도 없다. 선수 본인이 자기 노력을 자기가 알아서 할 뿐이다. 하물며 노래하는 가수임에랴. 가수의 인기가 하늘만큼 높더라도 한없는 개인의 영광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영광은 아니고 국위선양도 아니라고 본다. 우리네도 개인의 영광과 국가의 영광을 동일시하지 않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여 미국이 국위선양을 했다고 말하던가? 내 민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나라 업체에서 백신을 위탁 생산하게 된 것만으로도 국가적 자랑거리로 언론이 보도했었다. 신문이 술을 한잔 마셨다면 ‘국위선양’으로 썼을지 모른다.
이젠 우리도 체육이나 노래 등 말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과 영혼에 영향을 주는 노벨상 수상자. 봉사상 수상자. 인류애 실천자. 세계 평화 헌신자. 개척자. 탐험가 등에게 국위선양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선진국은 국위선양으로 치지도 않지만 말이다.
================================================
마침 이때에 조갑제 선생의 글.《한국이 죽었다가 깨어나도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는 네 가지 이유》가 실려 있다. 이를 읽으면 어떤 것이 시대정신설(時代精神說)에 맞는 국위선양인가를 반추하게 될 듯하다. 조 선생의 高談을 빌려 써서 죄송합니다.
지금도 국위선양(國威宣揚)이란 말이 필요한 시대인가
- 무학산(회원)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22-09-02, 06:12












내가 하고싶은 말을 그대로 RedBuster 님이 해주시다.
이만하면 후진국 열등감에서 벗어날만도 하련마는 언제나 정신적 후진국에서 벗어날런지...
일부 국개들과 국화빵부의 '방탄 소년단' 인지 청년단인가 하는 Tantara 아이들 병역에 관해 지껄이는 꼬락서니를 보고 '욕' 말고는 달리 할 소리가 없던 차에 무학산님의 글을 읽고는 찬탄을 금하지 못하겠다. 가방끈 짧아 하고잡은 말이 있어도 고급스런 글로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운 내 생각을 이렇게도 잘 대변해 주셨는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