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여자 곁에 앉은 용기가 그를 살렸다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이야기이다. 부산의 한 여고 동창생들이 졸업 35주년 기념으로 제주에 단체 여행을 갔다. 한 식당에서 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마침 옆자리에 앉아 있던 7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려졌다. 이에 저 동창생들이 노인에게 가서 한 여성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다른 여성들은 노인의 팔다리 등을 주물러 주었다. 잠시 후 노인은 깨어났고 119 구급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곁에 있던 노인이 쓰러지자 즉발적으로 다가가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것은 부단한 연습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 자세가 이미 돼 있지 않았다면 더더욱 하지 못할 일이다. 그래서 저런 선행에 구경꾼이 박수를 보내는 것은, 외부로 드러난 도움이 고마워서만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그 마음이 너무나 곱기 때문이다.

여고 동창생들끼리 그 많은 관광지를 놔두고 어찌하여 꼭 제주도에 갔을까? 우연이다 우연이 아니면 조화옹이 시킨 일이다. 해필 제주를 택해 제주에 단체 여행을 간 것도 하나의 우연이요 해필 그 시간에 점심을 먹고 싶었던 것도 우연이요 식사하자는 의견이 통일된 것도 우연이다. 그래서 해필 그 식당에 들어간 것도 우연이고 해필 그 자리에 앉았던 것도 우연이다.

이 준비된 우연 앞에 70대 남성이 등장했다. 그 또한 우연이다. 그가 한쪽 구석에 가서 앉지 않고 고운 여자들 옆에 앉은 것도 우연인데 이것은 모두 일련의 우연이 만들어낸 드라마인 것이다. 그래서 조화옹이 저 높은 곳에서 자기가 꾸민 우연 장난질을 보고 빙그레 웃고 있을지 모른다.

우연이긴 하지만 노인이 부끄럼을 타지 않고 아리따운 여성들 옆자리에 앉은 것은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용기가 없었다면 어찌 다시 살 수가 있었겠나. 복 받은 용기인 것이다. 사람은 모든 일에 용기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결정을 내리는 것도 용기로써 할 일이고, 산책을 나가는 것도 용기를 갖고 할 일이고, 노인답지 않게 씩씩하게 걷는 것도 용기가 있어야 될 일이다. 버릇없는 동네 아이들을 곱게 가르치는 것도 용기롭게 해야 한다. 못 본 척 피해 가지 말고 말이다. 노인이 용기를 외면하면 자리 보존밖에 더 하겠나.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