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사태는 야당에도 노조에도 말랑하게 보인 후과(後果)

이 ‘기로’에서도 싸움을 피하면 그야말로 누구라도 뜯어먹기만 하면 되는 '삶은 소대가리'가 된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제목의 사설이 있다.《화물연대에 얕보인 정부가 자초한 파업, 이번이 기로다.》그리고 본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화물연대가 파업을 남발하는 것은 새 정부가 이들의 첫 파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가 처음 파업했을 때 정부는 엄정 대응하지 못하고 안전운임제 지속과 대상 품목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이들을 달래는 데만 급급했다. 화물연대는 새 정부의 우유부단과 무원칙, 무능을 확인했다. 화물연대가 5개월 만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또 파업을 시작한 것은 정부를 얕보았기 때문이다.》

비단 무학산뿐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도 사설과 똑같은 말을 했다. 화물연대가 첫 파업을 하자 우리는 재빨리 “파업은 핑계이고 실제는 탐색전이다. 윤 대통령이 앞날이 편하고 싶고, 또 나라를 걱정한다면 초전박살을 내 버려야 한다.”고 목이 아프게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오냐 오냐하며 요구는 다 들어주었다. 화물연대가 다시 파업을 하자 무학산은 그제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은 ”겪지 않아도 될 시련을 겪는다“고.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은 윤석열이 스스로를 말랑하게 보인 후과이다.

사설은 제목에서 '이번이 기로이다'고 근심찬 말을 했다. 기로이기는 분명히 기로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기로로 보지 않는 듯하다. 기로로 보았다면,
1. 일주일 가까운 시일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고
2. 지금도 구두탄(口頭彈)만 쏘아올리지는 않을 것이고
3. 본인의 패를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1. 기로(岐路)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갈림길과 같은 말이고 일도양단과도 통하는 말이다. 일도양단해야만 한다면 일주일을 허송세월한다고 해서 일도양단 안 해도 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초전에 일도양단하는 게 이득이다. 일주일 정도를 허송세월한 것은 일도양단 안 해도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결국 기로로 보지 않았다는 증좌이다.

2. 이번에 화물연대가 파업판을 벌인 처음부터 윤석열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 운운했다. 화물연대에 입으로만 겁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 입으로만 싸우는 구두탄이다. 정부의 구두탄에 식겁하고 파업이란 돗자리를 걷어간 파업은 노조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윤 정부는 매일같이 구두탄만 쏜다. 이러면 파업만 더 거칠게 된다. 업무개시 명령이 작은 경고는 되겠지만 면역력도 길러주기 때문이다.

3. 진정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요량이면, 조용히 숨기고 있다가 전광석화로 내려야 한다. 그래야 지금뿐만 아니라 먼 장래까지 효과가 미치게 된다. 1차 파업 때 윤 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다 들어준 효과는 5개월에 그쳤다. 그러나 강경대응을 전광석화로 한다면 그 효과는 줄잡아도 5년은 갈 것이다. 하지만 윤 정부는 자기 패를 내보여주면서까지 싸우기를 피하고 있다. 기로라고 생각했다면 이러겠나? 이 ‘기로’에서도 싸움을 피하면 그야말로 '삶은 소대가리'만 된다. 누구라도 뜯어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군자는 큰 그릇을 몸에 숨기고, 때를 기다려 움직인다”-주역-. 윤 대통령이시여, 일을 신중히 처리하고 자중하여 큰 그릇을 몸속에 감춰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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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白丁 2022-11-30 오전 12:19

    취임 초 화물연대 파업 처리때 단단히 호구 잡혔지. 임기 내내 고로울 것이다.
    대통령 권력이 무시무시한 줄 알았는데, X도 아닌가보다. 더 탐사, 김의겸, 장경태 같은 것들이 다 갖고 노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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