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별호(別號)가 사라진 시대의 살벌함

거산(巨山). 후광(後廣). 운정(雲庭) 대신 '000 새끼' '개00' '그 놈'으로 호칭. 정치인들의 별호(別號)가 사라진 시대의 살벌함

아호(雅號)는 문인이나 예술가 따위의 호나 별호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은 적고 있다. 별호(別號)는 본명이나 자(字) 이외에 쓰는 이름으로 허물없이 쓰기 위하여 지은 이름이다. 사람의 외모나 성격 따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남들이 지어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자(字)는 본 이름 외에 부르는 이름이다. 예전에 이름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부르지 않았던 관습이 이어지고 있다. 문인이나 예술인들은 전문영역의 높은 경지에 이르면 본명보다도 별호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조선조 화가 김홍도는 '단원(檀園)'. 소설가 이광수는 '춘원(春園)'. 소설가 김시종은 '동리(東里)'. 소설가이자 아동문학가 이주홍은 '향파(向破)'. 시인 박영종은 '목월(木月)'. 시인 조동탁은 '지훈(芝薰)'. 소설가 김정한은 '요산(樂山)' 등등이다.

사회 저명인사나 정치인들도 호를 지어 본명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정치인들이 많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우남(雩南)'. 김구 선생은 '백범(白凡)'. 이범석은 '철기(鐵驥)'. 신익희는 '해공(海公)'. 조병옥은 '유석(維石)'. 김영삼은 '거산(巨山)'. 김대중은 '후광(後廣)'. 김종필은 '운정(雲庭)' 등이다.

호칭문화(呼稱文化)는 상대의 인격에 대한 대명사로도 통했다. 그러나 요즘은 문인과 예술인에 대한 별호 호칭은 유지되고 있으나 정치인의 경우 '호칭문화'는 사라지고 정치인 부르기를 "통시(화장실에 대한 경상도 방언)에 앉아서 개 부르듯" 하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그만큼 정치인들의 자질이나 품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똘마니나 양아치 수준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거나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 불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냥 이름이라도 불러주면 다행이련만 그렇지 못하다. '000 새끼'에다 '개00' '그 자식' '그 놈' 등 참으로 듣기 거북한 욕설형 호칭이 쓰레기처럼 깔려 있다. 이같은 정치인 호칭 문화는 정치인 스스로가 상대를 깎아내리며 헐뜯고 욕함으로써 자초(自招)했다고 지적하는 여론이 다수다.

최근 정치인들에 대한 별호 자료를 찾아보다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별호가 '우석(雩石)'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별호가 '우남(雩南)'인데 박지원의 별호가 '우석(雩石)'이라니? 하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문의 '우(雩)'는 '기우재 지낼 우'로 자전(字典)은 적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위해 남북통일과 함께 태평성대와 풍년을 기원하는 '기우재(祈雨祭)'를 뜻하는 '우남'으로 부르기를 염원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박지원은 기우제를 지내며 어떤 '돌의바람'을 담아 '우석'으로 별호를 작명(作名)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문득 떠올랐다. 별호나 자(字)를 정치인들이 가지는 것도 좋지만 주인공의 행동거지(行動擧止)에 걸맞게 작호(作號)를 하고 부르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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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白丁 2022-12-30 오후 9:06

    박지원같은 게 거물 정치인 흉내내는 꼴이 可觀. 정 그리 아호가 갖고싶다면 네 행동거지에 꼭 맞는 호 하나 지어주마.
    ‘趙高’ 어떤가. 趙高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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