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죽으면 과일도 못 깎아 먹나

'산 사람은 살아야 된다' ‘아아. 네가 떠난 뒤로 일상생활이야 예전 같은데 세월은 벌써 흘러 한 해가 지났구나. 예법에는 정해진 법도가 있어 이제 궤연을 치우려고 한다. 이제부터는 곡을 하려 해도 할 자리가 없구나. 너의 넋은 그저 나만 의지하거라. 우리 부부가 죽기 전까지는 이날만 되면 음식을 갖추어 제사를 지내주마. 그 뒤로는 나도 모르겠구나, 이 음식을 들거라.'

이는 홍세태(1653~1725. 조선후기 시인. 서예가. 숙종 때 통신사를 수행. 일본에 파견됨)가 지은, 딸을 보내는 제문의 한 구절이다(亡女趙氏婦初朞祭文).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슬픔도 정도껏 해야 한다.

같은 유교라도 중국은 忠에 중점을 두었고 조선은 孝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부모가 죽으면 자식은 따라 죽을 듯이 했다. 지나치게 그러면 어른들이 꾸짖었다. “이 사람아 그건 효도가 아닐세” 이렇게 나무랐던 것이다. 유교를 이념화하고 실천하려 했던 조선도, 효행 중에서도 가장 컸던 부모의 초상에서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던 것이다.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자식 죽은 집에서 과일 깎아 먹어” 날 분노케 한 어느 가족》자식이 죽은 집에서는 부모가 과일을 깎아 먹으면 안 되나? ’유품정리사‘라는 이가 저 말을 했다는데 며칠째 저 기사를 싣고 있어서 보다못해 이 글을 썼다. 홍세태의 말처럼 예법에는 정해진 법도가 있고 예법보다 무거운 것이 산 사람의 목숨과 건강이다. 상주가 된 자식들이 슬픔에 못 이겨, 음식을 먹지 않을 때 하는 말이 있다. '산 사람은 살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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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白丁 2023-01-01 오전 9:51

    뒤따라 자살이라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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