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感謝)하지 않는 그들이 감사는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우습다.
<이들이 과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려나>
1. 사람에게 망각 능력이 있어서 다행이다. 망각할 줄 몰랐다면 인류는 오늘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백두산이 바다가 되더라도 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웃대에 대한 감사이다. 특히 우리 아버지 세대와 우리 형님 세대는 일제 치하를 살았고, 6·25를 치르고, 4·19를 겪었다. 이 고난을 견뎌낸 것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한데 오히려 조국 근대화를 성공시키고 지하철까지 놓았다.
2. 우리의 지하철은 1965년에 건설 계획을 수립. 1974년 광복절에 최초 개통했다. 세계 최초의 런던 지하철로부터 111년 뒤이며, ‘거지 나라’ 혹은 ‘창녀 나라’라는 손가락질당하는 아르헨티나는 놀랍게도 우리가 3·1독립만세 외치던 그 해에 개통했다. 그래도 얼마나 기뻤던가.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아버지 세대와 우리 형님들이 건설했으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궁벽한 바닷가에 살던 어른들이 서울에 가서 지하철 타 본 것을 자랑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들은 없던 지하철은 있게 해 주었고 있던 보릿고개는 없애 주었다. 보릿고개 끄트머리 세대인 우리는 말만 들었지 보릿고개를 모른다. 남의 피땀 덕분에 모르는 것이다. 이 땅에서 가장 위대한 세대였던 그들은, 자기들은 못 살아도 자식들은 잘살게 해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괭이를 들었었다. 옆에는 카빈총을 세워 두고서. 그랬는데 지금은 지하철 적자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그래서 무임승차를 없애겠단다. 무임승차를 없애면 없애는거지 왜 ‘주범’으로까지 모나? 종범은 누군가.
3. 어느 날 예수가 에워싼 군중에게 떠밀리다시피 길을 가고 있었다. 마침 그 길가에 소경 세 사람이 앉아서 동냥을 하고 있다가 요란한 소리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조용히 하라. 예수님이 지나간다” 했다. 이에 그들은 더욱 크게 예수께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소리쳤다. 예수가 불쌍하게 여기고 그들 모두에게 눈을 뜨게 해 주었다. 나중에 그들 중 한 명이 예수께 와서 감사 인사를 했다. 예수가 “모두 세 사람이었지 않았나. 두 명은 어디 있는가” 했다. 이렇게 감사하는 것을 가르쳤던 것이다.
4. ‘계약의 궤’를 아무 데나 보관하고 있었다. 그래서 솔로몬이 성전 건립을 결심. 완공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지 480년 만이었다. 저들은 어째서 감사하는 마음을 480년 동안이나 간직하고 있었을까?
5. 지금의 국회는 박정희 각하가 지어준 것이다. 그 당시에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의회 건물이다는 보도가 있었고 눈이 휘둥그레질 시설이었다. “우리도 필리핀만큼만 잘 살자”고 다짐하던 시절에 그랬으니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아시아에서 제일 잘 사냐?”고 비꼬았다. 그런 가운데서 좋은 건물을 지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건물에 앉은 자들이 바로 거기서 그의 딸을 탄핵했다. 눈꼽만한 감사심(感謝心)이 있었다면 저랬겠나.
6. 삼가 감사해야 할 웃대에게 ‘만성적자의 주범’이라 누명을 씌우는 지금 세대가 어떤 세대인가? 아이를 안 낳는 세대이다. 아이를 안 낳는 표면적 이유는 '경제'다. 그러나 숨겨진 더 절실한 이유가 있다. 자식을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관념이 그것이다. 고생. 고생해서 자식을 키운들 나중에 감사받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아이를 안 낳는다. 아이를 안 낳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이다. 감사하지 않는 그들이 감사는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우습다.
7. 이 땅끝에서 저 땅끝 사이의 모든 가르침과 교훈과 격언과 속담과 도의와 윤리와 예절과 사랑과 절개와 지조와 의리와 애국을 단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이 될까? ‘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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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 내가 사는 지역에는 지하철이 없다. 버스 아니면 택시 혹은 배가 전부다. 지하철 무임승차를 노리고 이 글을 쓴 바가 아닌 것이다. 아주 어쩌다가 지하철이 있는 도시에 갔을 때 지하철을 타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야 무임승차가 되는지를 모르고, 알기도 귀찮아서 아예 차표를 끊고 탄다.
이들이 과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려나
- 무학산(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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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5, 10: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