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할 뿐이다

정권교체가 되면 달라질 줄 알았다. TV조선이 MBC로 바뀌고, 친문(문파)이 친윤(윤핵관)으로, 기업이 노동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내가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힘을 강력 비판하면 간혹 나보고 문재인 정권한테나 그러지 그랬냐는 반응이 있다. 사실 지나간 일기장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 못할 것이다. 많은 분들, 특히 민주당 지지자라면 안 좋은 일이라 기억하겠지만 나야말로 앞장서서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다. 오히려 당시 보수정당은 문재인 정권의 잘못에 대해서도 레임덕이 오기 전까진 침묵을 지키는 걸 보며 나는 그들이 매우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다 죽은 과거 권력을 짓밟으며 큰소리치는 자들을 보면 참 씁쓸하다.

나는 2017년 대선을 몇달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될 게 거의 확실했고 민주당은 거의 집권할 걸로 보였다. 그러나 나는 당시 기업인 출신으로서 민주당의 운동권적 색깔…즉 반기업 반시장 정서 등 인간의 욕망 자체를 죄악시하던 정서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느꼈고, 지나친 친북친중 성향 역시 과도하게 감상적이거나 사대주의적이라고 느껴 갈등을 느끼고 있었다(물론 그렇다고 내가 시장근본주의자이거나 반북반중인 것도 아니다. 단지 상식적 합리적이길 바란다.)

결정적으로는 운동권과 친문들의 패권적 행태와 문자폭탄을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나는 참을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 편가르기를 계속하고 반민주적 방식으로 반대 의견을 억압한다면 (박 정권 탄핵 이후) 또다시 실패한 정부를 보게 될 거란 생각에 다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새로운 정치'를 해보고 싶었기도 했다. 결국 좌절하였지만.

어쨌든 당시 문재인 정권은 탄핵 이후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국정을 운영했지만 지금 윤석열 정권이 민주당 궤멸을 향해 달려가듯 '보수궤멸' 운운하며 적폐 청산한다며 잔인하게 지난 정권에 보복을 했고, 보수언론과 각 분야의 리더들을 압박했다. 검찰개혁 등에 대해서도 다른 야당들과 연대해서 점진적 합리적으로 민주적 통제를 시스템화할 생각을 하지 않고, 당시 적폐수사를 담당했던 윤석열 특검팀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 강력한 검찰권을 통해 검찰을 위로부터 개혁하려 했지만 오히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고 국가권력과 검찰이 싱크로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아이러니 아닌가? 국민의힘의 지지자 중 전 정권의 적폐청산에 보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잘못해도 무조건 편들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신데,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그 적폐청산이 문제였다면 그 장본인이 문재인인가? 윤석열인가? 더구나 가족관계도 아닌데 잘못해도 편들어준다는 게 무슨 말인가? 이런 모순되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 갇혀 있다면 우리나라는 끊임없는 보복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해질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이런 진영논리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진실과 역사를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든, 당시 바른미래당, 무소속 의원 시절 나는 조국사태에 분노하며 삭발까지 하며(그 방식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싶긴 하지만) 저항했고, 당시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문재인 정권의 지나친 적폐수사, 소득주도 성장, 인국공 사태, 여러 블랙리스트, TV조선 탄압, 문노스 사태(표현의 자유 억압), 갈라치기와 진영대립 부추기기 등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당시 보수층에서는 나를 보고 자유한국당 의원 100명보다 더 낫다며 나를 영입하겠다고 난리였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지금 당시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던 맥락에서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되나? 나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할 뿐이다. 혹자는 공천을 걱정하지만 과거 민주당 지지자들과 측근들의 기대까지 뒤로 하고 허허벌판으로 뛰쳐나왔는데 지금 국힘의 공천에 연연하겠나.

정권교체가 되면 달라질 줄 알았다. 아니,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문재인 정권 때 내가 비판한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정책의 영역에선 반대의 극단을 보게 되었고, 정치의 영역에선 똑같은 잣대로 똑같은 비판을 하게 되었다. TV조선이 MBC로 바뀌고, 친문(문파)이 친윤(윤핵관)으로, 기업이 노동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탈원전 한다며 잘 돌아가던 원전을 갑자기 가동 중단해서, 태양광 이용해 한몫 하려는 정치꾼들 보기 싫어 비판했는데, 이젠 기후변화 시대에 재생에너지가 대세인데 원전만 부르짖는 시대착오적 인식을 나는 비판한다. 왜 극단을 오가는가?

나는 여전히 비슷한 얘길 반복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내 얘기가 자기들한테 유리해지면(즉 상대가 죽은 권력을 압박할 때) 나에게 환호하고, 자기들한테 불리해지면(자기편이 살아있는 권력을 갖고 남용할 때) 나를 비난한다. 당황스럽다. 어떨 땐 이성만 가득하고 어떨 땐 감성만 가득하다. 누구의 유불리가 중요한가? 당신은 누구 편인가를 묻지 말고, 무엇이 옳은지를 묻자. 물론 이 시대엔 그조차도 절대적이 아닐 수 있다는 겸허함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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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ine 2023-02-19 오후 11:27

    편 가르기가 아니고 단지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할 따름이다. 좋은 말씀이다.
    그런데, 비판하는 근거가, 세상를 보는 눈이 지극히 간단한 것 같다. 그저 표면적인 비교만 할 뿐, 그 속을 헤아리지 못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만이 옳은 것이라는 그 편협함을 버리고 세상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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