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사람을 오도(誤導)하는 무리들

자식에게 화를 내지 말라고 한 것은 부모더러 신(神)이 되라는 주문이다. 오늘 중앙일보에 다음과 같은 기사 제목이 있다.《화내지 않고 말하는 부모, 이렇게 ‘셀프 토크’ 한다》그리고 첫 문장은 이렇다. “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냈나요? 아이에게 말로 상처 줄까 두려우신가요? 그렇다면, ‘옳은 말’보다 ‘좋은 말’을 위한 부모의 말 습관이 필요한 때입니다.”

산 사람이 화를 안 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는 인간이 아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희노애락의 감정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것으로써 이루어진 것이 인간의 정신이다. 인간에게서 희노애락에 대한 감정을 떼내고 나면, 남는 것은 살아 있는 시체이고 바보이다. 아니 바보도 화를 낸다.

더구나 한국인의 자식 사랑은 유별나다. 이런 한국인이 자식에게 화를 내는 것은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화를 낼 필요도 없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에게 화를 낼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화내지 않는 부모를 이상적 부모로 설정해 버렸다. 부모에게 불가능한 의무를 지운 것이다. 조선 선비들이 이룰 수 없는 명분론으로 살았던 모습대로 그렇게 하기를 요구한 것이다. 하물며 예수도 성전을 더럽히는 상인들에게 화를 내었다. 자식에게 화를 내지 말라고 한 것은 부모더러 신(神)이 되라는 주문이다. 자나깨나 어짐을 강조한 공자도 대사구에 취임하자 소정묘를 죽이고 3일 동안 시체를 걸어놓지 않았나.

화를 내.지 말라고 말하기보다 지나치게 화를 내지 말라고 하면 옳은 말이 된다. 그런데 이게 힘이 든다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인간이지 않겠나. 조화옹이 사람을 만든 이후 모든 철학서는 하나 같이 희노애락에 지나치지 말라고 가르친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그 가르침이 계속되는 것은 인간이 희노애락의 감정을 버리고 살 수 없다는 반증인 동시에 지나친 희노애락으로 인해 병이 들고 죽게 되니까 말린 것이 왜 아니겠나.

회남자(淮南子)란 책은 상당히 두터운 책이다. 그러나 딱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이다. 그 핵심은 이렇는데 회남자에 있는 구절이다.

무릇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노여워하면 도가 치우치게 되고,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즐거워하면 덕을 잃게 되며
지나치게 좋아하거나 미워하면 마음에 허물이 있게 되고
욕망이 지나치면 본성에 장애가 발생한다

자식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만을 추구하는 그것도 역시 지나친 욕망이며 자식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일 터이다. 그리고 회남자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꾹 누르기만 하는 유가(儒家)를 곳곳에서 비판한다. 곧 이렇게 “그들은 단지 인위적으로 본성을 다듬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어그러뜨리면서 세상 사람들과 교류한다.”

지난 한때 영어 발음을 정확히 하라고 강요한 시절이 있었다. 우리네의 신체구조상 영어 발음 그대로 따라 할 수 없다. 그래서 혀를 길게 하는 수술까지 유행했다. 그래도 되지 않는다. 되지 않으므로 해서 학원 강사까지 나서서 발음에 치중한 교육을 했다. 될 수 있는 것은 밥벌이가 되지 않으니 되지 않는 것을 강요한 것이다. 오늘 중앙일보의 저 기사도 마찬가지라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쁜 것은 자식에게 화를 내는 부모를 몹쓸 부모로 상정(想定)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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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白丁 2023-03-21 오후 8:30

    대한민국은 전 국민이 도덕 선생이요 시어머니란 말이 있지요. 보이는 곳에서는 도덕 군자같은 말씀만 나불거리지만 뒤로는 온갖 지저분한 짓은 다 하는 것들이…이런 위선적 이중 인격을 가진 동방예의지국 양반 민족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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