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입법 전쟁 속에 피해 보는 국민과 속 터지는 지지자들.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양곡법에 대한 국민 지지가 60%,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찬성하는 국민이 33%로 반대(48%)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이렇게 형편없는 법에 국민들 지지가 높은 것은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양곡법에 찬성한 응답의 이유는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입니다. 마음 따뜻한 우리 국민들에게는 ‘남는 쌀 수십만 톤을 세금으로 제값에 사서 가축에게 먹인다’는 말도 크게 와닿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걱정은 앞뒤 맥락과 숫자를 가지고 잘 설명하면 금방 해소될 것입니다.
쌀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재정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쌀 보조금이었습니다.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나라가 쌀값을 다 보장해주고 농사가 기계화돼 편하니 쌀농사가 줄지 않는 것이지요. 미래 농업으로 갈 재원을 다 잡아먹으면서요.
십수년간의 고민 끝에 문재인 정부에 와서야 제도가 개혁됐습니다. 2020년에 고친 제도는 1. 작물이 무엇이건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 그리고 2. (쌀가격이 너무 내려가면 정부가 매입하겠지만) 조금의 위험은 농가가 지게끔 해서 타작물로 전환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근래 다양한 지원금으로 농가소득이 많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작물을 판매한 농업소득이 전체 가구소득의 27%에 불과하고 소농은 10%미만입니다. 쌀값이 내려도 그닥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안전망이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지금 민주당의 양곡법은 문재인 정부의 바로 그 성과를 쓰레기통에 던져넣는 것입니다. 나라가 겨우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던 것을 다시 과거로 되돌리는 거지요. 그 방향성을 유지하려는 것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구요.
이런 맥락을 잘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당의 최고위원이 '쌀 수요를 인위적으로 늘리면 된다, 여성들 다이어트 때문이다' 하며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응당 국정의 책임을 진 여당의 일원이라면 희화화될 위험에 처한 양곡법 이슈를 구해내는 데 전력했어야 합니다. 실언을 비판하면서도 이슈에 대한 진지한 설명이 우선입니다. 그러나 평소의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던지 한 파벌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그 발언을 조롱하며 이슈를 더 희화화시켰습니다.
이쯤 되면 양곡법 여론이 나쁜 것도 당연합니다. 악법이 줄줄이 대기중인데, 정책 프레임 전쟁에서 밀리면 1. 제대로 공부하고 2. 전략을 다시 정비하고 3. 활발히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대통령 거부권에만 기대면서 정부와 당의 정당성을 깎아먹기만 할 작정인가요?
평소 미웠던 사람 한번 때려보겠다고 상대편과 기꺼이 한편 먹는 여당 인사들, 도대체 그 여당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가요.
헛발질과 같은 편 조롱하느라 나라는 뒷전인 여당
- 윤희숙(前 국회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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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09, 2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