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그냥 스포츠로만 즐기자

일상용어가 거의 전투용어인 북한을 닮아가는 듯하여 마음이 안 좋다. <경기를 전투로 보는 사람. 전투를 전투답게 할까>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최석현 헤더골, 129분 혈투 끝 승리…한국 2연속 4강 쐈다》혈투라니? 혈투는 죽음을 무릅쓰고 피를 철철 흘리는 싸움을 이르는 말이다. 스포츠에 쓰기엔 지나친 표현이다. 게다가 총이라도 쐈는지 ‘쐈다’고 썼다. 문제는 저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점이다. 북한은 일상용어가 거의 전투용어이다. 이것을 닮아가는 듯하여 마음이 안 좋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0위이고 국민소득은 3만 5천 달러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되면 꽃을 가까이 두는 생활을 한다는 경제이론이 있다고 들었다. 우리 역시 2만 소득쯤일 때부터 그랬다는 보도도 있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말을 살벌하게 한다면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양복을 입고 지게를 진 언밸런스 같아 보인다. 이는 일부러 독한 말을 내뿜거나 아니면 꽃을 좋아하는 마음이 허상(虛像)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느 올림픽이던가 잊었지만, 우리나라 여자 명궁이 뜻밖에도 은메달에 그쳤다. 은메달을 따고서도 금메달을 못 딴 일에 펑펑 우니까 서양 사람들이 ‘왜 저러지’ 했다고들 하지 않던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고, 우는 모습도 더욱 간절해져 이젠 땅을 치고 운다. 역시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였던가? 우리나라 최초로 은메달을 땄다. 선수와 응원단이 얼싸안고 기뻐 뛰었다. 은메달인데도 저렇게 좋아하니 상대팀도 덩달아 좋아하며 축하하더라는 기사가 있었다.

우리는 그 어렵다는 선진국 문턱을 넘었다. 스포츠를 그냥 스포츠로만 즐기자는 주장이 나온 지가 30년이 지나가건만 언론은 더욱 독한 말을 골라 쓴다. 그래야 애국자로 인정 받기라도 하는 양. 어쩌면 우리 심성(心性)이 북한을 닮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북한을 닮으면 무언들 닮지 않겠나? 그래서 우리도 완장을 차고 “아버지 동무”할 것인가?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 白丁 2023-06-05 오후 8:09

    기자들 – 그 중에도 특히 스포츠 연예부 기자들 자질이 더 저질입니다. 로동신문 어법을 닮아가는가봅니다.
    아직도 축구가 국력인 시대에 살고있는듯 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