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는 당달봉사가 아닐까요?

자살한 이유가 분명한 죽음은 이용 가치가 없는 죽음일 것이고 까닭 모를 죽음은……. 내 주위에서 있었던 일이라 그 일을 조금 알았다. 임용된 지 얼마 안 되는 교사가 학생들이 친 시험 답안지를 모두 잃어버렸다. 학교 측이 문제 삼지 않기로 했으나 그는 답안지 분실에 대해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야산에서 자살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미안하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동료들의 애도 속에 슬픔은 재빨리 잊혀졌다.

어떤 교사는 학교 안에서 자살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지 아무도 모르면서 언론에는 “동료가 말하기를…”이란 말로써 시작된 말이 진실처럼 퍼진다. 학교 안에서 자살했으니 학교에 관한 일로 죽었다는 말도 나왔다. 드디어 교권 침해란 말이 나왔고 억측도 어지럽게 춤추었다. 급기야는 정부가 움직이고 교육부 장관도 TV에 얼굴이 나왔다.

불쌍하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으며 가슴을 찢지 않는 유족이 어디 있겠나. 더욱이 산 자가 죽은 자 앞에서 감히 무슨 말을 하겠나? 이런 판국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게 낫다. 그래서 감히 하겠다. 위의 죽음은 어떻든 자기 책임을 지고자 함이었고, 아래의 죽음은 뜨악함과 분분함을 남겼다. 그래서 한 죽음은 깨끗해 보이고 한 죽음은 울적해 보인다.

개인이든 국가든 무엇을 기리느냐, 무엇을 부추기느냐에 따라 개인의 가치관이 드러나고 국가의 장래 모습이 그려진다. 죽음으로써 자기 책임을 지고 간 사람의 장례식에는 지역 교육감도 오지 않았다. 까닭 모를 죽음에는 교육부장관도 한 말씀 했다. 바꾸어 말하면 자살한 이유가 분명한 죽음은 이용 가치가 없는 죽음일 것이고 까닭 모를 죽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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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白丁 2023-07-21 오후 8:14

    票 되는 죽음과 票와 무관한 죽음의 차이. 귀신같은 감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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