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지식의 4할은 中, 6할은 高 때 쌓였다

독서는 평생의 양식. 아이큐 200이 넘는다는 백강현 군(10세)의 이야기를 매스컴을 통해 들으면서 교육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 효용이 입증돼 세계가 비슷하게 시행하고 있는 6·3·3·4 학제를 건너뛰는 것이 과연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부모의 개입은 어디까지 용인돼야 하는지. 영어, 수학만 잘하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하느님만 아실 일인지도 모른다.

필자의 경우, 1962년 중학교에 입학하자, 아버지가 부르셨다. “오늘부터 네가 우리 집에서 최고 지식인이니까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라.”

그 날 이후 196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6년간 필자는 교과서 외에 참고서를 본 기억이 없다. 살 능력이 없었다. 중학생 때는 참고서가 없어도 공부에 큰 지장이 없었지만, 고교 때는 달랐다. 허나 고교영어정해, 수학1의 定石, 수학2의 定石 등은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이다. 시험기간 중 친구의 집에 공부하러 가서 얻어 본 정도가 전부이다.

대신 필자의 스승은 학교 도서관과 대본점이었다. 중학생 때는 주로 학교 도서관, 고교생 때는 文藝書林(문예서림)이라는 貸本店(대본점)이 단골집이었다. 文藝書林의 주인은 6년간 大고객이 된 필자를 특별대우해서 싼 값으로 책을 빌려줬다. 필자의 雜學知識(잡학지식)은 중학교 때 40%, 고등학교 때 60% 쌓였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대학 때는 오로지 취직시험 공부만 했을 뿐이다.

중학교 도서관에서 학원사 편 소년소녀명작, 소년소녀영웅전을 비롯, 한국야담사화전집, 한국문학전집, 세계문학전집 등을 독파했고, 가끔은 집에 걸어가면서 읽을 정도로 푹 빠졌다. 대출받은 책을 반납하지 않았다고 도서 담당 교사에게 체벌을 받기도 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중2 때 독파한 20권짜리 ‘한국야담사화전집’이다. 삼국시대, 고려, 조선조를 통틀어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 있는 秘話(비화)를 모은 방대한 이야기 보따리였다. 편자의 이름 가운데, 李相玉(이상옥), 趙欣坡(조흔파), 鄭飛石(정비석) 선생의 이름이 떠오른다. 거기서 기생 一朶紅(일타홍)과 沈喜壽(심희수·1548~1622) 정승 사이의 러브스토리, 光海君 때 평안감사로 여진족 추장, 누르하치와 싸우는 朴燁(박엽·1570~1623)의 道術(도술) 이야기 등을 읽었다. 조선조 초기, 어떤 기생이 高麗를 배신하고 朝鮮에서 벼슬한 관리들을 풍자했다는 ‘東家食西家宿(동가식서가숙)’ 이야기도 알게 됐다. 北窓(북창)이라는 호를 가진 鄭렴 설화, 賤民(천민) 출신으로 君號(군호)까지 받은 錦南君(금남군) 鄭忠信(정충신) 등을 독서를 통해 알았다.

중학생 때, 文藝書林에서 빌려 본 金光洲(김광주·소설가 김훈의 부친)의 情俠誌(정협지)를 읽고 홀딱 반해, 무협지에 빠졌다. 중국 무협소설 群俠誌(군협지) 등 臥龍生(와룡생)이 쓴 무협지를 왼쪽에서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읽는 내 나름의 速讀(속독) 방식으로 한두 시간에 한 권씩 읽어치웠다. 소제목이 전부 四字 漢字로 된 3권짜리 三國志, 또 5권짜리 三國志를 연달아 빌려 읽으면서 故事成語를 익혔다.

고등학생 때는 李御寧 선생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와 金亨錫, 安秉煜 선생의 철학 강의서를 읽었다. 安秉煜 선생이 쓴 책의 이름은 잊었지만, 내용 가운데 曾子(증자)가 말했다는 ‘士 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사 불가이불홍의 임중이도원 인이위기임 불역중호 사이후이 불역원호·선비는 도량이 넓고 의지가 굳지 않으면 안 되나니, 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仁을 자신의 임무로 삼으니 어찌 무겁지 않겠는가, 죽은 뒤에야 끝나니 어찌 멀지 않겠는가)’라는 文句는 근사해 보여서 몇 번 써보고 외웠다.

톨스토이, 토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 같은 러시아 작가들,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등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 실존철학자와 그 저서들을 소화도 못시키면서 濫讀(남독)했다. 토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은 그런대로 이해가 됐지만, ‘惡靈(악령)’은 너무 어려워서 읽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아마도 양쪽을 통틀어 읽은 책이 족히 수백 권이 넘고 천 권 가까이 되었을 것이다. 중고등학생 때는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본다. 기억력이 좋을 나이라서 그런지 50~60년이 넘은 지금도 많은 내용이 머리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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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idn 2023-08-24 오전 11:47

    애국자 조남준 군의 ,
    학생을 상대로해서 전국 독서강의 투어를 주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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