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죽어도 큰 몽둥이에 맞아 죽어라”

대법원장을 하려는 분이라면, 대법원장이 되고 싶은 욕망도 감출 줄 알아야 한다. <용감한 장수는 적군도 존중한다>

어제(10.5) 동아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었다.《이균용 “신고 누락 재산, 투명하게 처분할 것…봉직 기회 주시길”》대법원장 후보가 “봉직 기회 주시길”이라 했다. 말이 좋아서 ‘봉직’이지 까놓고 말하면 대법원장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저렇게 해서 대법원장이 된다면 더민당에 빚진 마음을 갖기 쉽고, 안 된다면 그 수모와 창피를 어떻게 이겨낼 텐가? 내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저런 경우는 처음 보았다. 대법원장이 아닌 일개 장관 후보자라도 임명 동의안이 통과되고 안 되고는 하늘에 맡기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지 본인이 나서서 장관이 될 기회를 달라고 사정한 적은 없었다. 대법원장은 삼권 분립의 푯대 역할을 하는 분이다. 장차 그럴 인물이 입법부에 통사정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대법원장을 하려는 분이라면, 대법원장이 되고 싶은 욕망도 감출 줄 알아야 한다. 감추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봉직 기회를 달라”고 사정을 하는 것보다야 사람이 듬직해 보이게 된다. 임명 동의안에 찬성을 할 테면 하고 말 테면 말라는 듯이 바위처럼 묵직한 모습을 보이는 게 차라리 봉직 기회를 얻는데 효과적이지 않겠나.

지금 더민당이 이균용 임명 동의안에 찬성하지 않는 것도, 그가 잘못했다며 지나치게 고개를 숙인 것과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또 저런 식으로 나오면 대법원장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언행이 가벼운 사람으로 간주되기가 쉽고, 더민당은 거꾸로 이균용을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우익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좌파 정치인을 향해 ‘봉직 기회를 달라’ 사정 조로 말하면 임명자의 얼굴은 뭐가 되는가. 그렇게 하여 대법원장이 되어서 좌파를 싹 쓸어버릴 요량이라면 또 모르되 그렇지 않은 다음에야 처량하고 풀죽은 모습을 내보일 게 뭐 있나. 저런 모습에 윤 대통령도 실망했지 싶은데 그보다 더한 것은 이균용에 대한 애국 우익의 기대감이 무너졌겠다는 점이다. 물론 윤 대통령이 오죽 알아보고 임명했겠냐마는 그의 언어 표현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맞아 죽어도 큰 몽둥이에 맞아 죽어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나 소소하게 처리하지 말고 이왕이면 대담하게 처리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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