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女流시인 李玉峯의 절창
필자가 좋아하는 옛 시가 한 수 있다.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인 李玉峯(이옥봉 • ?~1592)의 작품이다. 재주가 뛰어나 중국 淸(청)나라 때 편찬된 明代의 시집 ‘明詩綜(명시종)’, 列朝詩集(열조시집), ‘名媛詩歸(명원시귀)’ 등에 그의 작품이 실려 있을 정도다. 동시대인인 鄭澈(정철), 李恒福(이항복), 柳成龍(유성룡) 등과 시로 교유할 실력이었다고 한다.
선조 때 충북 옥천군수를 지낸 李逢(이봉)의 庶女(서녀)로 태어나 承旨(승지) 趙瑗(조원)의 소실이 되었는데, 문장력을 숨기겠다는 약속을 어긴 이유로 집에서 쫓겨났다. 漢詩(한시) 32편이 수록된 《玉峯集》이 趙瑗 등 3世의 글을 모은 《嘉林世稿(가림세고)》의 부록으로 전한다.
‘夢魂(몽혼)’으로 불리는 시를 소개한다.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요즘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달빛 쏟아지는 紗窓을 보니 한이 많습니다.
만약 꿈속 혼의 흔적이 남는다면
문 앞의 돌길이 반은 모래가 됐을 겁니다.
달빛이 창을 비추는 밤, 버림받은 여인의 情恨(정한)을 노래했다. 잠들어도 그리운 사람 생각뿐, 꿈속에서나마 임의 집 앞을 얼마나 많이 찾아갔으면 무게 없는 혼에 밟힌 돌길이 반은 모래가 될 정도라고 하소연했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마음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문 앞의 돌길이 반은 모래가 됐을 겁니다”
- 趙南俊 전 월간조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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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0-18, 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