扶餘(부여)는 불(=火), 벌(=原), 나라(=國)

徐羅伐은 새벌의 吏讀(이두)어로, 東扶餘 필자는 12월5일자 본란에 대전 계족산의 鷄足이 달구발(벌)이고 大丘(=邱)이며, 鷄林(계림)이라고 썼다.
‘벌’이 무엇일까. 벌은 순수한 우리말로 불(=火)에서 나왔다. 불은 중국 기록에 發(발•관자), 鳧庾(부유•논어 주소), 不與(불여•산해경), 扶餘, 夫餘(부여•사기), 卑離(비리), 夫里(부리•이상 삼국지 위서 동이전) 등으로 등장한다.

벌은 (나라를 세울 만한) 넓은 평야지대라는 뜻으로 확장됐다. 그러므로 본래 불에서 출발한 ‘扶餘’는 곧 ‘나라(=國)’이기도 하다. 고대의 나라는 인구 수천 명, 또는 수만 명 규모의 도시국가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 작은 규모가 미추홀(仁川의 옛 이름), 매홀(水原의 옛 이름)에서처럼 ‘홀’, 즉, 골, 고을이며 그 아래가 말, 마을, 마실이다. 벌(=原)은 일본에서 하라, 또는 바라로 발음된다. 마을은 ‘마치(町=우리나라의 洞에 해당)’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미나 매는 고구려, 백제말로 물(水)이다. 일본어에 ‘미’가 들어있으면 대부분 물과 관련 있다. 미즈(水), 이즈미(泉•천), 우미(海•해), 미즈우미(湖•호) 등.
‘불’은 긴 소리로 ‘부르’다. 더 길게 ‘부유’로 발음된다. 불의 상징은 해(=太陽)다. 解慕漱(해모수)나 解扶婁(해부루)라는 이름에서 보이는 해는 姓씨라기보다 태양을 의미한다. 고구려의 시조 朱蒙(주몽)의 성씨인 解, 백제의 8大 姓씨(眞 沙 解 國 苗 木 協 燕•진 사 해 국 모 목 협 연)의 하나로 꼽히는 解씨도 한자를 빌려 표기한 것일 뿐, 모두 태양의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라 이름으로서 扶餘는 朝鮮 못지않게 오래된 이름이다. 陳壽(진수•233~297년)가 지은 《三國志》 위서 부여전 따르면 고조선 때부터 그 이름이 나오며 5세기말, 고구려에 완전 멸망당할 때까지 1,000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우리 古代 국가 가운데 하나다.

〈부여는 중국 만리장성 북쪽에, 玄免(현토)로부터 1,000리 떨어진 곳에 있다. 남쪽으로는 고구려가 있고, 동쪽은 읍루, 서쪽은 선비에 닿아 있다. 북쪽엔 신선들이 산다는 흑룡강이 있다. 땅 넓이는 2,000 여리요, 인구는 8만戶인데 본래 濊(예) 땅이다. 사람들은 유달리 크며 성품이 용감, 근엄하고 후덕하다. 임금이 4부(馬加 牛加 豬加 狗加 • 마가 우가 저가 구가) 귀족의 도움을 받아 정치를 한다. 정월에는 제천의식을 행하는데, 迎鼓(영고)라 했다. 흰 빛(=햇빛)을 숭상해서 흰 베로 만든 두루마기와 바지를 입고 가죽신을 신는다. 임금이 가진 보물 가운데 인장이 있는데, 「濊王之印(예왕지인)」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扶餘라는 말의 유래가 오래됐다는 것은 檀君이 아들 이름을 扶餘로 지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一然이 지은 《三國遺事》에 〈檀君記云 君與西河河伯之女 要親有産子 名解扶婁(단군기운 군여서하하백지녀 요친유산자 명해부루 • 단군기는 말하길 단군은 서하 하백의 딸과 가까이 하여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해부루라고 했다)〉는 대목이 있다. 朴成洙(박성수)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에 따르면 단군은 扶婁에 이어 扶蘇(부소), 扶虞(부우), 扶餘(부여) 등 세 아들을 더 낳았다고 한다.
광개토대왕 비문에 따르면 "옛적 시조 鄒牟(추모=朱蒙)왕이 나라를 세웠는데, 扶餘에서 태어났으며, 천제의 아들이었고, 어머니는 河伯(하백)의 따님(=柳花)이었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왔는데, 태어나면서부터 신령스러운 기운이 있었다"고 했다.
백제는 扶餘를 王姓으로 삼았으며, 26代 聖王이 공주에서 부여로 천도하며 국명을 한 때나마 南扶餘라 했다. 그 수도 소부리(=솝울=서울)의 이름이 오늘날 (충남) 扶餘로 남아있다.

扶餘는 신라와도 관계가 있다. 신라인이 秦(진)나라에서 온 망명인(=秦之亡人)이라는 기록도 있지만, 《三國史記》는 “신라인은 조선의 遺民(유민)”이라고 했다. 이들은 자신의 고장을 뭐라고 불렀을까. 신라의 異稱(이칭)이며 수도의 이름인 徐羅伐(서라벌)은 ‘새벌’을 한자로 표기한 吏讀語(이두어)이다. 방향을 나타내는 순수한 우리말을 보면, 東은 새, 西는 ‘한’, 南은 ‘마’, 北은 ‘노’다. 東風, 西風, 南風, 北風을 샛바람, 하늬바람, 마파람, 높새바람이라고 하는 이유다. 그래서 동쪽 하늘에 떠 있는 金星을 샛별이라고 하고, 동이 틀 때를 새벽이라 하는 것이다. 새는 동쪽 말고도 해(고려 때까지 해를 새로 발음했음), 新(신), 鳥(조), 鐵(철) 등을 가리키기도 한다.
부여가 불(火), 벌(原)의 長音(장음)이니까 새벌(=서라벌)은 東扶餘라는 말과 같다. 고조선이 멸망한 후, 해 뜨는 동쪽으로 내려온 유민들이 세운 나라라서 서라벌, 새벌(=東扶餘)인 것이다. 후에 나온 新羅도 새벌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新은 새, 羅는 벌판이라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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