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城)을 쌓기만 하고 지킬 마음은 없다는데 축성(築城)이 제대로 되겠는가.
“사람은 자신이 결심한 만큼 행복해진다”-링컨- 원하는 만큼만 행복해지는 것이다. 얼마전에 이시영이라는 예쁜 여배우가 복싱 선수 생활을 했다. 일년 만에 전국선수권도 땄다. 놀라운 실력을 뽐내면서 연전연승했지만 사실은 여기서부터 타고난 복싱 선수가 바글바글하는 곳이다. 이런 것이 어디 복싱만이겠는가.
조선일보에 여자 소아과 의사 서려경 씨의 복싱 선수 생활에 대한 기사가 그저께(12.30) 또 크게 났었다. 그는 한국복싱커미션의 여자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이며 전적은 8전 7승(5KO) 1무이다. 여자 선수가 KO승을 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데 7승 중에서 5KO승이었다니 놀랍고 두렵다. 이시영 씨는 아마튜어 선수였고 서려경 씨는 프로 선수이다.
세계 참피온이 되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한다. 왜 복싱을 하느냐는 물음에 “참피온이 될 것 같아서다”고 대답했다. 당돌하다. 복싱은 당돌하지 않으면 못한다. 어느 운동이나 매한가지이지만 복싱은 더 특별한 깡다구와 근성을 요구한다.
투쟁심도 강하고 호승심도 있지만 참피온은 안 될 것 같다. 마음 자세가 참피온감이 아니라서다 “목표에 도달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안녕할 것 같아요”라 말했기 때문이다. 참피온이 되기만 하면 복싱을 그만둘 것이라 말한 것이다. 성(城)을 쌓기만 하고 지킬 마음은 없다는데 축성(築城)이 제대로 되겠는가. 참피온이 되고도 영원히 왕좌를 지키겠다는 각오일 때 비로소 참피온이 되는 거지 참피온만 되면 때려치우겠다는데 어느 하늘이 꿈을 이루어 주겠나.
목표와 꿈을 가진 것이 훌륭하긴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만 무엇을 한다면 무엇을 이루기는 어렵다. 복싱을 이루기 위해서는 복싱을 낙 삼아야 한다. 복싱을 통한 인생의 환희를 찾아야 한다. 링 바닥에 쓰러져 업혀서 내려올 때까지 하겠다는 각오여야 한다. 그래도 참피온이 될까말까한데 참피온만 되면 복싱을 때려치우겠다고 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不狂不及).
목표가 참피온만 되는 거라면 김남국의 길밖에 더 걷겠나. 김남국도 국회의원이 되는 것만이 목표였지 국회의원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뜻은 없었던 거지. 그래서 회의 중에 회의는 안 하고 코인 거래나 했고, 이모(李某)를 이모(姨母)라 하지 않았겠나. 서려경 씨 또한 참피온이 된 이후의 목표가 없는데 어찌 참피온이 되겠나. 그럴 바에야 복싱을 하지 말고 한 우물을 파듯 의사로서만 오로지 하는 게 나을 것이다. 거기에 복싱을 하는 광열(狂熱)이 보태지면 노벨 의학상을 탈지 누가 아나.
서려경 씨가 말을 저렇게 한 걸로 보아 ‘초보의 함정’에 빠진 듯하다. 초보 때는 무엇이든 발전 속도가 빠르다. 일례로써, 헬린이(헬스 입문자) 헬스를 하면 놀랄 만큼 근육이 하루하루 팍팍 차오른다. 그러다가 초보를 벗을 때쯤 되면 근육은 죽어라고 생기지 않는다. 서려경 씨는 이제 겨우 8전을 치렀을 뿐이다. 상대 선수가 모두 초보자였을 것은 뻔하다. 그러나 올라갈수록 고수들이 우글거린다. 이시영 선수도 이 부근에서 선수 생활을 접었다.
풍족한 의사라서 저런 마음인가는 모르겠으나 그래서라도 복싱은 배고픈 자의 운동이고, 헝그리 정신으로 하는 운동인 것이다. 꿈은 신(神)과 흥정하듯 늘려 가져야 한다. 신은 대부분 꿈을 깎아서 이루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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