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섬이 터가 나빠서 문을 닫았나?

도망갈 궁리나 하던 조선이 망한 것은 필연이요 조선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것은 풍수(風水)였다. <조선일보. 조용헌살롱 코너를 없애 버려라>

오늘도 조선일보에《[조용헌 살롱] [1435] 금닭이 알을 품다》란 기사가 있다. 저 코너의 기사는 평소 풍수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그 내용에 욕을 끌어 퍼붓고 싶을 때가 많다. 풍수를 한마디로 잘라 말하면, 조상 무덤 하나 잘 써서 후손이 만수무강하고 장락만년(長樂萬年)하자는 것이다. 수명이 길고 짧음은 타고나는 것이고 부귀와 빈천은 노력에서 오는 것임을 감안할 때 풍수는 게으름뱅이나 공짜배기를 원하는 사람이나 할 짓이다.

풍수 중에서도 가장 침 뱉고 싶은 것은 어느 지역으로 피난하면 난리를 겪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난리가 나거나 전쟁이 터지면 나가 싸우겠다는 정신은 없이 도망가서 숨겼다는 말을 어떻게 대놓고 말할 수 있나. 오늘 기사에도 “난리 났을 때 숨어서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피난지로 소문났었다”는 구절이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좋고 하잖은 땅이 어디 있으며 그런 게 있기나 하나. 송도가 터가 글러서 망했나? 한일합섬이 터가 나빠서 문을 닫았나? 망한 한일합섬 터에 아파트를 짓고 사는 수만 명은 뭐란 말인가. 지금 전국의 온천이란 온천은 다 망해가고 있으며 이미 망한 온천에는 개도 보이지 않는다. 망한 온천 단지가 열 손가락으로도 꼽지 못한다. 그런 지역이 다 터가 글서서 망한 거라면 줄잡아 대한민국 국토의 반은 나쁜 셈이다.

마산을 먹여 살린 것은 마산수출자유지역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은 바다를 메워서 얻은 땅이다. 풍수의 대상조차 아니던 바다가 땅이 되어서 마산 시민을 배부르고 등따습게 해주었거니와 지금도 수출 일선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쁜 땅조차도 못되던 바다에서 나온 땅이 대한민국의 일등공신이 된 이 사실은 풍수 책의 어디를 들어서 설명할 것인가.

민간 회사가 인공위성을 만들어 돈을 받고 달나라에 다녀오게 해주는 세상이다. 썩은 정치인조차 입만 열면 세대교체를 읊는 시절이다. 도망갈 궁리나 하던 조선이 망한 것은 필연이요 조선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것은 풍수였다. 여기서도 배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아닌 지식인이 풍수를 들먹거리는 것은 차마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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