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고 출신들이 우리사회의 권력이 집중된 분야에 많은 가장 중요한 까닭은 육사 이외에도 법대, 상대, 정치학과 쪽으로 진학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1967년의 경북고 졸업생은 3백71명이었다. 이 해에 서울대에 응시한 학생은 재수생을 포함하여 3백68명이었다. 그 가운데 법대에 응시한 학생이 81명으로서 22%나 되었다. 이 81명은 그해 서울 법대에 응시한 전국고교 중 최다 숫자였다. 67년의 서울대합격자를 고교별로 갈라보면 경기고가 2백88명으로 1위, 서울고가 2백9명으로 2위, 3위는 경복고(1백39명), 4위는 경남고(1백10명), 5위는 경기여고(1백2명), 6위는 경북고(1백1명)차례였다. 서울법대 합격자는 경기고가 28명으로 1위, 경북고와 서울고가 22명으로 공동2위였다. 4위는 광주제일고로서 13명, 5위는 경남고와 부산고가 각각 11명이었다. 경북고가 어느 명문고교보다도 유달리 법대를 선호했고, 그것이 오늘날 경북고 파워의 가장 큰 기본투자가 되었다는 것을 1967년의 통계가 단적으로 맙㈐斂?있는 것이다.
● 81년 10월말 현재 경북고출신은 검사 44명, 판사 54명, 개업변호사 32명 등 모두 1백30명이었다. 군 법무관과 사법시험 합격자로서 연수 중에 있던 55명을 합치면 1백85명. 90년 4월 현재 전국의 검사 7백76명 중 경북고출신은 약 9%인 71명이다. 검사장급 37명중 경북고출신은 朴鍾喆 서울지검장 이외에도 金東哲 부산고검장, 鄭京植 청주지검장, 정성진(鄭城鎭) 대검총무부장이 있다. 경기고교 출신 검사는 80여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고가 두 번째이다. 경남고, 부산고, 서울고, 경복고는 훨씬 떨어진다. ·경북고 인맥을 관리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법조인 출신들이 많다. 경북고총동창회장 정紬?鄭喜澤)씨는대구고보 19회로서 동문모임에서는 늘 좌장역할을 한다. 오택근(吳鐸根) 전 법무장관과 徐東權 현 안기부장은 경북고 야구단후원회장을 지낸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적극적으로 동문회 일에 참여하고 있다. 鄭喜澤씨는 일제시대에 고등문관시험 사법과를 거쳐 해방 뒤에는 사상 검사로 활약했었다. 대검검사로서 초대중앙수사국장을 지냈고, 5공화국 때 입법의원과 민정당 창당부위원장을 거쳐 감사원장으로 일한 적도 있다. 재경동창회장, 경맥회장, 경법회장을 두루 거치는 등 경북고 동창회의 대표격이다.
역대장관 24명 배출
경북고교는 대통령(盧泰愚), 국회의장(李孝祥), 대법원장(金容喆), 국무총리(申鉉碻)를 배출한 학교다. 여당대표도 세 사람(백남억.白南檍, 朴浚圭, 盧泰愚)을 배출하였다. 경북고출신의 역대장관은 24명이다. 이들은 연 37회에 걸쳐 장관을 역임했다. 장관은 아니지만 안기부장과 같은 장관급 요직경력자를 보태면 27명이다. 경북고출신 장관들이 역임한 부처는 17개의 각각 다른 부처로서 한데 모으면 온전한 내각을 구성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다. 李承晩정권때 장관을 지낸 이가 1명, 張勉 정권때 장관이 1명, 朴正熙 정권때 장관이 15명, 全斗煥 정권 때가 8명, 盧泰愚정권때가 4명이다.
경북고출신 관료들은 전통적으로 내각의 4대 실세부처인 경제기획원, 내무부, 재무부, 법무부에서 강세였다. 이는 장관수에서도 드러난다. 경북고출신은 제3공화국 이후 내무부 장관을 네 번 지냈다. 엄민영(嚴敏永)씨가 두 번, 盧泰愚, 鄭鎬溶씨가 한 번씩,. 千炳圭, 徐奉均, 金滿堤, 사공일(司空壹)씨가 재무장관을 한 번씩 지냈다. 배영호(裵泳鎬), 吳鐸根, 丁海昌씨가 법무장관을 한 번씩 지냈다. 申鉉碻·金埈成·金滿堤씨가 경제기획원 장관을 한 번씩 역임했고, 검찰총장을 지낸 경북고출신도 정창운(鄭暢雲)·吳鐸根·徐東權씨 등 3명이다. 법무부에서는 裵泳鎬장관(경북고 15회)과 吳鐸根차관(21회)이 69∼71년 사이 2년간 함께 근무한 적도 있었다.
경북고출신 국회의원 숫자도 증가해 왔다. 제헌국회 때는 경북고 출신이 2명, 2대 때는 3명, 3대때는 2명, 4대 6명, 4·19의거 이후 치러졌던 5대 선거에선 6명, 제3공화국의 첫 총선이었던 6대 때는 2명, 7대 때는 8명, 8대 5명, 9대 12명, 10대 10명, 5공화국의 11대 때는 9명이 당선되었었다. 현재의 13대 국회에서는 15명이 모두 민자당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경북고출신 의원수는 경기고 출신에 이어 두 번째다.
권부의 경북고 인맥은 청와대, 군검찰, 안기부, 경찰, 국세청 등 핵심부에 집중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깔려 있어 다른 일반 부처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다. 농수산부에서는 국장급 이상 간부가 16명인데 경북고 출신은 한명도 없다. 부산고 출신이 李丙基차관 등 3명이다. 체육부에는 국장급 이상 7명중 경북고 출신은 조영승(曺英承) 국제체육국장 1명뿐. 보사부에도 경북고 출신은 의정국장 유원하(柳元夏)씨 1명뿐이며, 서울시의 국장급이상 간부는 구청장을 포함해서 78명인데 경북고 출신은 강남구청장 김문종(金文鍾), 문화관광국장 도명정(都明正), 한강관리사업소장 최선길(崔仙吉)씨 등3명이다. 서울시 국장급이상 간부 중에는 청주고와 경동고 출신이 가장 많은데 각 5명이다. 재무부의 국장급이상 간부(장·차관 포함)는 35명인데 경기고 출신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고 출신은 2차관보 백원구(白源九), 저축심의관 이정재(李晶載), 주미재무관(예정) 허노중(許魯仲)씨 등 3명이다. 경북고출신 차관급은 경제기획원의 이진설(李鎭卨), 외무부의 유종하(柳宗夏), 과기처의 최영환(崔永煥), 문화부의 허만일(許萬逸), 공업진흥청장 박용도(朴鎔道)씨 등이다.
경북고출신 전현직 요인
李時炯박사의 진단
「배짱으로 삽시다」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써냈던 고려병원 정신신경과 이시형(李時炯)박사는 경북고 34회다. 『경북중-경북고-경북의대를 나왔으니 순종 중의 순종』이라고 웃는 그에게 대구사람과 경북고 인맥의 특성을 진단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하는 그의 이야기를 간추린 것이다. 「경북의 북부지방은 개화가 가장 늦었던 곳이다. 유교문화, 양반문화가 오래 이어져 온 지역이다. 고을마다 서당문화가 꽃피웠고 문중이 대단한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었다. 자부심의 한 기준은 출세, 즉 과거를 통한 관계(官界)진출이었다. 조선조후기에 경북지방은 중앙관직에서 소외돼 있었는데, 그것이 한 맺혀서인지 척박한 땅에서 인재에 대한 교육 투자가 높았고 그것은 출세의욕, 즉 권력 지향적인 성향으로 나타났다. 경북고의 학풍도 관직을 가장 중시하는 방향이었고, 이것은 법대지원자가 많다는 것으로 입증된다.
경북고 출신들은 참모형으로 적격인 것 같다. 경북고 출신들이 윗사람을 모시는 태도는 진지하다. 상관의 말을 경청하는 경북고 사람들의 성실한 자세를 보고 있으면 상관이 믿고 부릴 수 있는 부하로서는 적격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몸에 밴 유교문화 덕분이겠는데, 경북고 사람들이 조직 속에서 잘 적응하는 이유도 이런 예의범절 덕분이 아닐까 한다. 대구사람들의 어리광은 대단하다. 윗사람에게 응석을 부리는 기술이 뛰어난데, 이것은 상하간의 신뢰관계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딱딱한 상하관계를 중화시키는 이런 어리광 때문에 대구사람들은 인간관계가 대체로 좋은 것 같다. 대구는 사회적 유동성이 적어 농촌문화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폐쇄적 친면사회 이니 만큼 인간적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는 배타적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경북고 동문조직처럼 끈끈한 응집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유달리 고교동창이 중요시되는 것은 고등학교시절의 인격형성에서 충성과 믿음이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친구끼리 맹세도 많이 하고, 우정도 많이 나누는 때이므로 이때의 친구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대구사람들의 단점은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다가 보니 공과 사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고, 법률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금전문제를 송사로 해결하려고 하면 욕을 먹는 게 대구사회이다. 서로 잘 알고 지내니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오기가 강한 것도 특징이다. 대구청년회의소에서 『남의 말 좋게 합시다』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이다」
경북고출신현역국회의원(민자당)
폐쇄적 대구사회의 영향
경북고 인맥의 권력지향적인 성향이 경북양반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그들의 단결력은 대구사회의 폐쇄성과 동질성에서 우러난 기질이란 분석이 그럴 듯하겠다. 대구는 「이북사람들이 발을 붙이지 못한 곳」 「술집여자 중에서도 호남사람들을 찾아 볼 수 없는 곳」으로 불린다. 부산출신 공무원도 『대구에서는 견디기 어렵다』는 말을 더러 하고 있다. 대구시민의 약 85%는 경북과 대구에서 출생했고, 약 90%는 경상도지역 출생자이다. 전라도에서 출생, 대구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약 1.7%에 불과하다(1985년 전국인구조사 결과). 부산시민의 약 71%는 경남과 부산에서 출생했고, 약 86%가 경상도지역 출생자이며, 전라도에서 출생하여 부산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약 7.3%로서 대구보다는 개방적이다.
어느 여론조사기관의 대도시 소비성향조사에 따르면 대구시민들은 자동차, 냉장고, 텔레비전 등 내구재의 구입에 있어서 서울이나 부산을 누르고 늘 1위의 소비성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에는 백화점이 8개인데 인구가 대구의 약 배나 되는 부산은 7개소이다. 백화점의 매장면적으로 비교하면 대구는 약 6만평, 부산은 약 3만8천 평이다(1988년 기준). 자가용승용차는 대구가 40명에 한대 꼴이고 부산은 50명에 한 대 꼴이다. 李時炯박사는 『대구시민들의 소비성향이 높은 것은 부의 축적이 크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친면사회에서 남에게 지지 않겠다는 오기가 기인한 허례의식으로서 사치풍조가 퍼져 있는 것이 아닐까요?』 외국에서도 학연이 중시되고 있지만 대체로 옥스포드, 하바드대학 등 명문대학중심이지 고교중심은 아니다. 고교중심 사고방식은 학연과 지연이 결합된 전근대적 인간관계다.
거대한 관리자집단
1960년에 경북고교를 졸업한 41회는 경북고동문들 중에서는 「막강한 기수」로 꼽히고 있다. 주로 만 47∼48세인 41회 동기생들은 사회 각 분야의 핵심 실무책임자로서 일하고 있다. 朴哲彦씨를 비롯, 金榮馹 청와대 사정비서관, 孫普坤 안기부장 특별보좌관, 許淸一(전 민정당 의원), 현승일(玄勝一.국민대 법정대 교수), 都在承씨(외무부 서기관·레바논에서 피납 됐다가 풀려남)등이 이름이 알려진 41회다. 41회 동기 중 서울 거주자는 3백10여명으로서 경북고 동창들중 아주 많은 편이다.
이들의 직업별 분포는 다음과 같았다(1988년 기준). 대기업체의 관리자가 75명(24.2%), 자영업체 사장이 76명(24.5%), 은행간부는 16명(5.20%), 제2금융권 4명(1.3%), 국영기업체 8명(2.6%)으로서 약 반이 실업계에서 활동중이다. 군인 13명(4.2%), 고위공무원 28명(9%), 법조계 3명(0.9%), 국회의원 1명, 안기부 1명으로서 약 15%가 정부기관 근무자로 나타났다. 교수 및 교사는 12명(3.9%), 의사·약사는 11명(3.5%)이었다. 실업계와 관계가 41회동기생들의 양대 진출분야인 셈이다.
다른 기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경북고출신들은 은행에 많이 몰려 있다. 경북고 출신들은 큰 기업을 일으키고 새 시장을 개척하는 따위의 모험정신은 별로 뚜렷하지 않는 대신에 큰 조직이나 제도 및 돈을 관리하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체 간부, 은행간부, 장성, 고급공무원 등이 그런 관리집단을 대표하는데 41회의 경우 약 50%가 이에 속한다. 경북고 출신들의 힘이 큰 것은 그들이 후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권력, 법 그리고 돈의 관리자로 대거 진출하였기 때문이다. 경기고 출신과 경북고 출신들을 비교하면 사회진출의 성향이 조금 다르다. 같은 1956년 졸업생의 경우 경기고 출신은 기업체관리자 부문에서 경북고 보다 월등히 많고, 경북고 출신들은 공무원·법조·군인·경찰분야에서 경기고를 앞서고 있다.
이런 경향은 두 학교의 1960년과 1965년 졸업생을 비교해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1956, 60, 65년 졸업생의 종합적인 직업 분포순위를 내면 이러하다.
경북고는
①자영기업체 사주(26.8%)
②대기업체 관리자(24.1%)
③공무원(9.7%)
④은행(7.4%)
⑤교수(3.7%) 차례이다.
경기고는
①대기업체 및 제2금융권 관리자(31.4%)
②자영기업 사주(23.7%)
③은행 및 제2금융권(7.9%)
④의·약사(6.9%)
⑤공무원(4.7%) 차례이다.
경북고 출신이 경기고 출신과 가장 중요하게 다른 점은 경북고 출신들의 관계진출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권력이 금력을 휘어잡는 한국적 사회구조하에서는 이것이 바로 경북고 출신들의 파워를 보장하고 있는 비밀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