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내부 다른 목소리 솔솔

석가종 등 27개 종단 "反정부 성향 벗고 화합의 길로" 촉구. 일부 "그만할 때도 됐다…정부 사과 대승적 수용을" 주장도



불교계 내부 다른 목소리 솔솔?


불교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2차례 유감표명과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과시도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범불교도대회 강행 의지를 밝힌 가운데 불교계 내부에서 ‘더 이상의 분노는 오히려 갈등을 초래할 뿐’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불교 석가종 등 27개 불교 종단이 “헌정을 파괴하려는 좌파세력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면서 대통령의 사과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등 점차 반정부적인 성향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화합과 상생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대화합 범불교 종단협의회’(가칭)을 구성하고 11일 서울 종로구 파고다공원에서 불교의 정치중립과 국민화합ㆍ종교화합, 그리고 국가경제 성장의 대의의 의지를 밝히는 ‘국민대화합을 위한 국토순례출정식’을 열었다. ‘국민대화합 범불교 종단협의회’에는 한국불교 조계종, 대한불교 보현종, 대한호국불교 소림선종, 대한불교 석가종 등 27개 종단이 참여하고 있다.

‘종교종파를 초월한 국민대화합’에 대한 염원을 상징하는 십자가, 단군상, 부처상을 3명의 스님이 등에 업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보로 행군, 대승적 차원에서의 포용과 이해를 보이기 위해 마련됐다.

500여명의 스님들이 참석한 이날 국토순례출정식에서는 행군에 앞서 대한예수교장로회 교단 총무 조의정 목사와 세계여성목회사협의회 총재 조성자 목사와 천도교 김도환 교령, 석가종 종정인 석가산 큰스님이 각각 십자가와 단군상, 부처상을 3명의 스님의 등에 업혀주고, “종교의 차이를 떠나 국가가 어려운 이때 합심해서 나가자”고 호소했다.

석가산 큰스님은 “최근 종교 편향적 발언을 한 일부 특정인사들과 물의를 일으킨 공직자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신성한 법복을 입고 거리로 뛰쳐나온 일부 불교계 성직자들에게도 현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다. 지난 IMF때 나라가 어려울 때에도 화합된 희생정신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우리 민족인 만큼 이번에도 화합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가산 큰스님은 불교계의 반발은 현 정부의 잘못으로 누적된 것이기는 하나 불교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어 석가산 큰스님은 “우리 민족은 위로는 효로써 부모조상을 섬겼으며 아래로는 신의와 예로써 이웃과 벗하면서 살아왔던, 선량하고 뜨거운 애국의 피를 지녔다”며 “그러나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집단 이기주의와 사상적 대립으로 분열되었고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지 못해 여러 어려움을 겪었었다. 이제 시시비비를 떠나 자비심과 사랑, 자기성찰의 정신으로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지혜로운 사회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국민 대화합 범불교 종단 협의회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 3ㆍ1독립운동 정신으로 조국과 민족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자”며 “조국과 민족을 위해 서로를 인정하고 용서하면서 국민대화합을 이룩하는데 앞장서자”고 결의를 다졌다.

국민 대화합 범불교 종단 협의회는 향후 범불교도 대회와는 별도로 ‘불교의 정치 중립과 국민화합ㆍ종교화합, 국가경제성장을 위한 법회’를 전국의 각 종단에서 지속적으로 갖는 한편, 오는 28일 전남 장수군 죽림정사에서 ‘민족화합 국민화합 국태민안 대법회’를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10월 중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약 3만여 신도들과 각 종단 스님들이 참가하는 ‘구국대법회’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어 청장의 사과시도가 무산된 뒤 불교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점차 불거지고 있다.

불교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현 정부가 5년 동안 종교편향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를 씻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내부에서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추석(14일) 전까지 그동안 내건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린다”는 불교계의 요구는 이 대통령의 종교편향 개선 의지를 재확인할 경우, 현재의 완강한 입장에서 선회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

또다른 불교계 인사도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법제화 등 제도적 부분에 대해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만큼, 불교계도 쉽지 않은 입장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재의 종교편향은 특정인사나 고위공직자들에 의한 외부적 요인 외에도 내부적으로도 신도 복음이나 국교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객관적으로도 공권력이나 법치주의를 무시하기 어려운데다 어 청장의 사퇴까지 거론하기 어려운 점도 있어 차분히 상황을 풀어나가길 바라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종교편향에 대한 논란이 자칫 보혁갈등 등의 이념대결이나 다른 정치적 사안과 결합될 우려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강경론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전향적 의지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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