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연차 거제도를 다녀왔다. 서울 강남 남부 터미널에서 우등 버스를 타니 4시간 반이 걸렸다. 중간에 덕유산 휴게소에서 15분을 쉬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경부고속도로, 대전부터는 진주까지 가는 大晉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통영 근방에서 거제도로 건너갔다.
山野(산야)는 푸르렀다. 벚꽃, 진달래, 개나리의 봄철 3인방이 아름다움을 다투던 절정기는 지났지만 산과 들과 강은, 새로운 생명이 겨울을 박차고 나와 환희의 아우성을 지르고 있는 거대한 정원이었다. 國破山河(국파산하)라는 말을 詩(시)에 적어 넣은 중국의 杜甫(두보)는 唐(당) 나라 시절의 戰亂(전란)을 한탄하면서 그래도 자연은 그대로라는 뜻으로 그렇게 표현하였다. 나라는 망가졌는데도 산과 강은 그대로라는 뜻이다. 북한에는 이것도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나라가 망가지니 산과 河川(하천)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자연이 독재자 김정일에게 반기를 든 셈이다.
한국은 국파산하가 아니라 國建山河(국건산하)이다. 나라를 제대로 세우니 산과 강도 아름답게 되어 나라와 국민들에게 보답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라는 1970년대의 구호 그대로이다. 李承晩, 朴正熙 두 대통령 시절 植木日을 지정하여 나무를 많이 심은 득을 後代에서 보고 있다. 근 반 년째 가뭄이 계속되지만 강물은 마르지 않고 수돗물은 잘 나온다. 이 모두가 山河가 자신들을 잘 돌보아준 국민들에게 報恩하고 있는 모습이다.
거제에 도착하여 金汗謙(김한겸) 시장을 만났다. 이름에 땀 汗자가 들어간 경우는 매우 드물다. 땀을 흘려 봉사하되 자랑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뜻을 담아 부모님께서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巨濟市의 공무원들은 金 시장의 행동이 이름 그대로라고 하였다. 많은 일을 하는데 자랑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좋은 일은 반드시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게 되어 있다는 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巨濟島라는 이름도 운명적이다. 크게 남을 구제할 섬이란 뜻이다. 巨濟島의 역사가 그러하였다. 1592년 5월 초 李舜臣이 巨濟島 옥포만에서 倭의 水軍을 최초로 격파하였다. 이 전투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해 4월 부산에 상륙한 15만의 倭軍은 육상에서 連戰連勝(연전연승), 보름 만에 서울을 점령하였다. 선조는 북쪽으로 도망가고 있었던 그때, 그리하여 나라가 거의 무너졌을 때 일본 정규군과 조선의 정규균이 정면 대결하여 조선 水軍이 이긴 것이다.
그 옥포대첩을 기리는 기념탑이 세워진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본 적이 있다. 눈 아래 옥포만을 꽉 메운 대우조선의 거대한 철 구조물들이 視野(시야)를 꽉 메우면서 다가온다. 망해가는 나라를 지키려는 이순신의 집념이 세계적 조선소라는 모습으로 부활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900t의 물체를 끌어올릴 수 있는 거대한 골리앗에도 충무공의 靈魂(영혼)이 들어가 있으리라.
거제도는 6.25 사변 때는 17만 명의 북한군 및 중공군 포로를 수용하였다. 1950년 12월 美軍은 중공군에게 포위된 가운데 흥남부두를 통하여 철수하였다. 이때 자유를 갈망하는 10만 명의 북한인들을 태우고 와서 거제도에 내려놓았다. 후퇴하는 군대가 남의 나라 피난민들을 이런 식으로 보살펴준 것은 세계전사상 없는 일이었다. 당시 거제 인구는 약40만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약22만 명. 거제도 사람들은 흥남 철수민들을 극진히 도와주었다고 한다. 이때 흥남에서 철수한 북한인들중엔 출세하고 성공한 이들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모자회사인 영안모자 회장 백성학씨가 이때 홀로 거제도에 내린 10세 소년이었다. 그는 몇 년 전 흥남철수를 기리는 기념탑 건축을 도와주었다. 고아가 되어버린 백성학 소년을 키워준 것이 미군 부대였다. 백성학씨는 기업인으로 성공하고 나서 자신을 살려주고 먹여주고 가르쳐준 미군 부대원들을 미국에서 찾아내 報恩(보은)의 재회를 하기도 하였다.
거제도는 1997년과 요사이의 경제위기 때도 잘 버티어 한국을 구제해주고 있다. 이름의 뜻대로 거대한 방법으로 구제해주고 있다. 모든 제조업체중 공장이나 생산물이 규모면에서 가장 큰 것이 조선업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인 삼성조선, 세 번째인 대우조선이 직간접으로 약7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거제도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다. 거제시민들의 1년 총생산액이 약60억 달러이다. 북한의 올해 예산은 35억 달러이다.
한국에서 지금 經濟不況의 그림자가 가장 옅은 곳이 거제도일 것이다. 실업률은 1.5%이다. 사실상 완전고용이다. 다른 지방도시와 달리 거제시는 老齡인구 비율이 매우 낮다. 농촌에선 65세 이상이 20% 이상인데 巨濟는 5%라고 한다. 그만큼 생산부문에서 일하는 인구가 많고 이것이 이 도시의 活力이다.
넓이 400평방킬로미터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산이 70% 이상인 이 섬에 자동차 대수가 약7만 대라고 한다. 아마도 북한의 민간용 자동차 대수와 거의 맞먹을 것이다. 거제도는 한 바퀴 도는 데 700km나 된다. 해안의 굴곡과 기복이 심하고 절경이 많다. 해금강이란 섬은 한국의 대표적인 秘境(비경)이다. 관광객들이 해마다 수백만 명씩 찾는다. 며칠 전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기록관 건립 기공식이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거제와 정치적 고향인 부산의 地名을 합쳐서 자신의 호를 巨山이라 지었다.
거제도에 있는 문화시설, 공연시설은 一流이고, 공연도 잘 된다고 한다. 가수 조수미씨 공연 표가 한 장당 12만원이었는데 발매 3일만에 다 팔렸다고 한다. 어제 나는 시청이 주민들을 위하여 격주간으로 진행하는 강연회에 참석, “일류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란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강연 전에 여고생들이 ‘치어리더’ 시범 공연을 하였다. 얼굴, 표정, 몸매가 모두 김연아급인 女高生들이 보여준 힘차고 밝고 순수한 모습은 미래의 한국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인간과 국가가 성공하려면 天地人의 조화가 있어야 한다. 天은 天時로서 역사의 흐름이 만드는 기회이다. 세계사는 지금 유럽-北美를 거쳐 東北亞로 그 중심을 옮기고 있다. 地는 地利로서 국토의 질과 地政學的 위치를 가리킨다. 한국은 동북아의 중심지에 있어 인간, 돈, 정보, 물건의 이동이 가장 왕성한 지구상의 명동에 자리잡고 있다. 人은 人和로서 국민들의 자질과 내부 단결을 가리킨다. 한국인들의 지능지수는 세계 1등이고 체력 또한 아시아에서 최고수준이다. 문제는 화합이다. 경쟁은 당당하게 하고 외부의 敵에 대하여는 단합하고 문화와 예술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교양 있는 1등 국민이 되어야 자유통일과 一流국가 건설이란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내용의 강연을 하면서 나는 귀화한 독일계 한국인 이참씨가 해준 이야기를 인용하였다. 한국의 진돗개는 한국인을 닮아 투지가 강하고 자존심이 대단하다. 여러 마리를 함께 키우면, 다른 종류의 개들은 한번 싸워서 서열을 매긴 다음에는 질서 있게 공존하는데 진돗개들은 매일 싸운다고 한다. 決鬪에 이긴 사람에 대하여 진 사람이 승복하지 않는 것과 같은 행동을 진돗개가 보여준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멧돼지 사냥에 쓰이는 진돗개들은 자기들끼리 친하다. 멧돼지라는 공동의 敵을 상대로 할 때는 진돗개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각개 격파당하여 죽는다. 공동의 敵을 상대로 죽기 살기로 싸우는 과정에서 개성과 자존심이 강한 진돗개들도 화목하게 된 것이다.
한국인들을 단결시켜줄 공동의 敵과 과업이 있어야 한다. 멧돼지 사냥과 같은 공통의 목표와 과업을 설정하여 국민들을 긴장시키고 단합시키는 것이 대통령 이하 정치인과 공직자가 할 일이다. 한국인에게 멧돼지 사냥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김정일 사냥이다. 김정일 정권을 평화적으로 해체시켜 2100만의 노예상태 동족을 해방시키는 자유통일을 이룩한 다음 一流국가로 가는 것이다. 졸지에 김정일이 멧돼지가 된 셈인데 사실은 멧돼지에게 미안한 비유이다. 이 지구상의 어느 멧돼지가 동족 300만 명을 굶겨죽이면서 혼자서 배불리 먹고 살을 찌웠는가? 김정일은 멧돼지보다 훨씬 악한 존재이다. 惡魔(악마)는 이런 존재를 두고 한 말이다. 惡魔를 동정하면서 선전해주는 자들을 거짓 선지자라고 부른다. 한국이 一流국가가 되려면 이 수많은 거짓선지자들의 인구를 감소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김정일은 멧돼지다!
- 조갑제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9-04-17, 10: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