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이 생각 나는 날

罪와 罪人, 惡과 惡黨을 구별하고 정치에 사랑을 도입하려 했던 大人物.
레이건은 철저한 이념형 인간이었다. 그는 공산주의를 惡으로 보고 경멸하였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를 인간적으로 저주한 것 같지는 않다. 레이건은 이념적 차이를 인간적 敵對관계로 확대시키지 않으려 했다. 그가 다닌 어머니의 교회에선 “죄를 미워하라. 그러나 죄인을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레이건은 惡과 惡黨, 죄와 죄인을 구별하려고 애썼다. 그는 소련을 ‘惡의 제국’이라고 비판했으나 그 소련의 지도자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에게 보내는 편지는 다정했다. 타자를 치지 않고 만년필로 직접 써서 보내기도 했다. 그는 고르바초프가 공산주의를 개혁하려는 사람이지 공산주의를 버리려는 사람이 아니란 점을 알고도 친해보려고 했다. 실제로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은 인간적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레이건의 이런 二重性이 소련 지도부를 일대 혼란에 빠뜨렸다.

레이건은 취임연설을 준비할 때 연설문 작성팀에 '카터에게 심한 말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는 취임연설을 하기 직전, 참모인 디버를 불러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연설중에 만약 이란이 미국대사관 인질을 석방했다는 뉴스가 들어오면 연설도중이라도 나에게 쪽지를 넣어주게. 그러면 나는 연설을 중단하고 카터를 演壇에 등장시켜 인사를 받도록 할 생각이야. 카터를 푸대접하면 절대로 안 되네”

한국에선 左右 이념 대결이 인간적인 敵對관계로 변질되었다. 좌익이 먼저 이념이 다르다고 우파들을 학살한 데서 시작된 갈등의 골은 지금도 한국 사회에 깊은 도랑을 파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우파에게 친북좌익들을 레이건이 소련을 대하였듯이 대하라고 충고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무리이다. 미국인들은 소련으로부터 학살을 당해본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레이건 대통령의 자세는 깊은 감명을 준다. 1981년에 그가 한 정신이상자로부터 가슴에 총격을 받아 수술대에 눞여졌을 때 그는 '하나님, 나를 살려주십시오'라고 기도하려다가 멈칫하였다고 한다. 그가 쓴 日記에 따르면 그 순간 '나를 위해 기도하기 전에 나를 쏜 犯人의 영혼을 하나님께서 구제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고싶었다'는 것이다.

'죄를 미워하라. 그러나 죄인을 사랑하라'는 말은 법철학자들이 자주 쓰는 말인 '죄를 미워하라. 그러나 인간을 미워해선 안 된다'는 말과 통한다. 이런 말을 실천하는 인간은 聖者가 된다. 보통사람들이 다 聖者가 될 순 없으나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과 자세는 聖스러운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란 충격적 소식을 접한 한국인들의 想念(상념)은 가지가지일 것이지만, '증오심'만은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 증오와 갈등을 확산시킨 盧 전 대통령도 유서에서는 '증오심'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나는 이 점을 높게 평가한다.

1991년 봄, 학내문제로 시위도중 사망한 강경대군 사건을 좌익들이 악용하여 서울도심부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분신자살이 잇따를 때 詩人 김지하씨는 '저주의 굿판을 거두라'는 취지의 비판을 하였다.
이 무렵 우연히 성경을 읽다가 고린도前書 13장을 넘기게 되었다. 한 귀절이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예언하는 能力이 있어 모든 비밀과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救濟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아무리 엄청난 능력이 있어도, 아무리 正義感이 강해도, 사랑이 없으면 헛것이란 이야기였다. 여기서 사랑은 좋은 사람, 아름다운 사람, 위대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닐 것이다. 나쁜 사람, 못난 사람, 낮은 사람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유태인들의 탈무드는 사랑이나 동정은 반드시 정의감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뜻의 말을 남겼다.
<잔인한 자를 同情하는 자는 동정 받아야 할 자에게 잔인하다>
잔인한 김정일을 동정하는 친북좌익 인사들이 同情받아야 할 북한동포에게 잔인한 것을 예언한 듯하다.

고린도전서 13장 13절은 이런 말로 끝난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는 진실, 正義(법), 자유이다. 이 세 가지 가치는 사랑, 즉 人間愛에 기초하여야 온전한 것이 될 것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사랑이 있어야 사물을 온전하게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즉 사랑이 있어야 진실을 볼 수 있고, 진실을 알아야 正義를 세울 수 있으며, 正義가 서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종교의 위대성은 믿는 이들에게 이런 사랑을 선물한다는 점이 아닐까? 레이건이 바로 사랑을 정치의 場에서 실천하려 노력하였던 인물이다. 종교는 가끔 인간을 超人的 존재로 만든다. 한국인들에게 자유를 선물한 사람 李承晩이 기독교적으로 거듭 태어난 超人的 인물이었다.

탈북자들이 서울의 식당에 가서 감동하는 것은 사소한 이유라고 한다. 이쑤시개를 종이로 포장하여 내어놓는 것을 보고는 '야, 내가 정말 인간 대접을 받는구나'라고 실감한다는 것이다. 라면 봉지를 정성 들여 만들어 친절하게 조리법과 유효기간을 써놓은 것을 보고도 '사람 건강을 이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체제이구나'하는 감동이 온다고 한다.

김정일은 '수령의 신임이 철회된 인간은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북한노동당은 '우리 모두 김정일 동지를 옹위하는 총폭탄이 되자'고 선동한다. 인간을 고깃덩어리나 총폭탄으로 보는 惡黨들에게 영혼을 팔어넘긴 이들이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용하여 저주의 굿판을 벌이지 않도록 하는 데 사랑의 힘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가? 고민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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