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金熙相 전 대통령 국방보좌관(예비역 중장)이 퇴임하는 버시바우 미국 대사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연합사(CFC) 해체’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최근 한·미 양국의 입장을 보면 미국은 ‘한국 방위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平澤’에 자유로운 출입이 보장되는 거대하고 안락한 기지를 확보 하게 되었으니 나쁠 것이 없다‘고 보고 있고, 한국 정부에서는 ’CFC가 해체 되어도 미군은 계속 주둔 할 것이며 유사시 대규모 지원군도 보내 준다니 한국 방위태세에 큰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이러한 미온적 태도에 대해 절대다수 군의 元老들과 안보관계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큰 우려 속에서 이미 한·미 양국 정부 간에 합의 된 사안이라는 체념과 ‘설마 그렇게 되겠느냐’하는 턱없는 기대가 함께 뒤섞여 있는 편이다. 단지, 이 문제가 2012년 이후 현실화 되는 것이니 시간 여유가 있는 듯이 보이는 반면 새 정부가 아직 친북좌익 세력의 공격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허약한 상황이어서 그런 우려와 불만이 아무리 커도 당장은 정부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사실 CFC는 한·미군사동맹의 핵심적 연결고리이자 튼튼한 한·미군사동맹을 가장 분명하게 증명하는 現實體다. 그 상징성이 그동안 북한의 도발은 물론 팽창주의적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한국이 국방에 아무리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다 해도 억제란 본래 심리적인 것이어서 연합사를 대체하기란 쉽지가 않고, 북한의 核 같은 비대칭 무기를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CFC는 지금은 물론 통일 후의 상당한 미래까지도 함부로 대체할 수가 없는 한국의 중추적 ‘국가 안전장치’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것이 파괴되는데 한·미동맹이 그대로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사실상 형해(形骸)화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한국안보 태세의 기축을 흔들게 될 위험성이 높다. 설사 한·미동맹에 아무런 실질적 변화가 없어도 한국의 가장 강력한 억제력을 상실해서, 자칫 정말로 북한의 誤判을 불러오거나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장 核을 만들려는 북한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장기적으로 팽창주의적 중국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의 안보이익에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
사실 솔직히 평택에 아무리 좋은 기지를 만들어도 연합사가 해체 되고나면 얼마나 많은 미군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주둔하게 될지 그것부터가 의심스럽다. 미군의 병력부족이 얼마나 심각한데, 연합사가 해체되어 미국 군의 임무와 기능이 달라지는 상황에서도 여기에 병력을 대규모로 유지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어느 때인가는 이곳이 유령의 도시처럼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것이 한국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마도 친북좌익 세력들은 ‘한국안보와 무관한 미국의 배타적 고급 식민지’라고 선전 해 댈 것이고 그것은 안보적 상식이 취약한 보통사람들에게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은 이곳이 ‘反美시위의 성지(聖地)’가 되고 주한미군의 장기주둔은 커녕 오히려 早期 全面 철수를 재촉하게 만들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운명 자체가 달라질런지도 모른다. 북한의 전면적 도발 가능성도 획기적으로 높아지겠지만 전면 도발이 아니라 하더라도 ‘간접침략(間接侵略)’의 위협도 더 할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실은 과거 모택동은 마르크시즘, 紅軍과 함께 통일전선책략을 승리의 3요소로 꼽았는데 실은 북한 김정일도 일찍부터 그런 ‘간접침략’에 매달려 왔다.
지난 10여년, 역사를 왜곡해가며 우리를 위해 피 흘린 동맹은 적대시하면서, 북한 핵 실험을 비호하고 先軍정치까지 찬양하는 책자와 영화, 방송, 인터넷 사이트 같은 것들 속에는 이런 북한 간접침략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 그래서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국기(國基)가 흔들린다고 얼마나 우려했던가? 실로 선전포고도 없고 포성도 울리지 않지만 全面남침 못지 않은 제3의 전쟁이자 위협이었다.
이제 이런 위협들은 연합사 해체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북한 核을 등에 업고 전개 될 것이다. 核으로 한껏 높아진 북한의 위세와 연합사 해체가 갖는 상징성은 북한 간접침략의 효과를 극대화 시켜 줄 것이다. 정말 赤化통일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친북세력, 기회주의적 세력은 얼마나 늘고 또 극렬해질 것인가? 연합사 해체는 친북좌익 세력에게는 승리의 신탁(神託)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경우 한국 정부는 북한은 일종의 성역(聖域)으로 버려둔 채 한국내의 친북좌익 세력들과 싸워야 하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과거 월남에서는 미국도 월맹은 버려둔 채 베트콩만을 상대하다가 마침내 실패하고 말지 않았던가?
물론 그런 비극적 사태를 막는 것은 한국 정부의 능력에 달려있고, 오늘 한국의 상황이 당시 월남과 같지는 않지만 정말 만만치 않은 위협이 될 것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이러한 도전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실패한다면? 그것은 한반도가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하에 들어감을 의미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운명은? 적지 않은 미국 안보 전문가들이 흔히 일본과의 동맹만 굳건히 하면 충분할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의 거대한 잠재력을 고려하면 그리 쉽게 생각 할 일이 아니다. 미국의 지도하에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세계 역사의 흐름이 달라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런 비극적 상황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마도 가장 안전한 길은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 한반도가 통일되고, 통일된 한반도와 일본을 튼튼하게 연결시킨 후 그것을 미국이 뒷받침 해주는 그런 형태’일 것이다. 이렇게 멀리 생각해 보면 한·미동맹이 형해화 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CFC해체 문제도 결코 간단하지 않은 大戰略的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CFC 해체는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작은 개미구멍 하나가 저수지 뚝을 붕괴시킨다.’고 하지 않던가? 일견 간단해 보이는 이 CFC 해체 문제가 자칫 세계의 흐름을 바꿀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인 것이다.
이 장기 大戰略的 위기의 순간에 미국과 한국은 물론 인류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한·미 兩國의 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과 지혜로운 조치를 기대해 본다.
2008.9.3
金熙相 육군중장(예)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金熙相 장군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 김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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