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의도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

미국의 '핵우산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 대비해야
와병설이 나돌던 북한 독재자 김정일이 오바마의 취임 시기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로를 태양신으로 신격화한 김정일이 죽음에서 부활(?)했음을 북한 전역에 알리고 미국의 새로운 정부와 핵을 담보로 대결해보겠다는 그럴싸한 연극이다.

김정일은 쥐구멍에서 나오자마자 “6자 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국내 언론들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식으로 죽었어야 할 김정일이 살아 있는 데 대해 감사하는 분위기다.

리버럴(liberal) 성향의 힐러리 클린턴이 주도하는 미 국부무는 한술 더 떠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좋은 일이며,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 과정을 이행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북한 정권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다.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조선반도 비핵화)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제공해온 핵우산 철폐와 함께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다.

실제로 대표적 친북좌익 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2007년 8월1일자 분석과 전망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였던 북한 한성렬 북한 군축평화연구소 대리소장은 7월 4일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 연설에서'한반도 비핵화는 오직 미군철수 등을 통한 미국의 적대적 조처 중지와 북·미의 핵폐기를 위한 동시적 조처 이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미군철수가 핵무기 폐기의 전제라는 뜻이며 향후 비핵화의 추진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반드시 집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 2007년 7월 13일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는 담화를 통해 '정전협정 제17항의 요구에 따라 협정 제60항을 포함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과 관련한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하여 쌍방이 합의하는 임의의 장소에서 아무 때나 유엔대표도 같이 참가하는 조미군부사이의 회담을 진행할 것을 제의'하였다.

정전협정 60항은 '쌍방이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문제들을 협의'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60항의 이행, 즉 '외국 군대의 철수'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를 위한 북미군사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의 북미군사회담 제의는 한성렬 소장의 '미군철수 비핵화론'과 맥을 같이 한다. 즉 한반도 비핵화는 미군철수를 통해 실현된다는 것이 북한의 인식이다. 이렇듯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추진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반드시 매듭짓고 나가려 하고 있다.>>


김정일이 정권이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화의 위와 같은 의미를 미국의 영리한(?) 오바마 행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미 국무부는 김정일의 발언이 좋은 일이라고 맞장구를 쳐줬다.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 정권의 '붕괴'보다는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하다. 사건의 전후 관계를 살펴볼 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대한민국 안전보장의 열쇠인 한미연합사는 오는 2012년 공식 해체된다. 미국의 핵우산도 없고, 주한미군도 없는 상황이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올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승만·박정희라는 아시아의 위대한 두 지도자가 구축해 놓은 미국과의 연합 방위체제를 통해 '북한도발' 및 '급변사태' 발생 시 중국과 러시아의 참전을 차단해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통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으로 이에 대한 즉각 대응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현 연합사 체제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이 즉각 지원되고 그 규모는 69만 명(현 미군전력의 50%), 함정 160척(5개 항모·상륙함·잠수함), 항공기 2천여 대, 육군 2개 군단, 해병대 상륙부대(미 해병대의 70%)가 한반도에 전개된다.

그러나 연합사가 해체되면 일부 해·공군의 지원만 가능하고 그것도 즉각적인 지원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된다. 김정일은 '한반도 적화(赤化)통일 달성 시 1천만 명은 이민 갈 것이고, 2천만 명은 숙청될 것이며, 남은 2천만 명과 북한 2천만 명으로 공산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바로 노출되어 있는 현 상태에서 이뤄지는 연합사의 해체는 북한의 적화(赤化)통일을 바로 초대하는 것과 같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뜻(국민의 66% 해체반대, 700만 명이 서명)을 무시하고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이 마련해놓은 '한미연합사 해체작업'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하나는 연합사를 해체하고 막대한 국방비가 소요되는 자주국방으로 가느냐 아니면 연합사 해체를 없던 것으로 해서 국가생존과 경제회복을 동시에 도모하는 길이다. 2012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정일과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만에 하나 손을 잡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프리존뉴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