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복 입은 장병들을 이런 식으로 내세워야 했나?

군은 사기로 먹고 사는 집단인데 왜 굳이 군복을 입지 않고 패잔병처럼 환자복을 입었어야 하는가. 이번 사건이 轉禍爲福이 되어 對北적개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오늘 환자복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적국인 북한과 중국은 이들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그리고 유사시 우리와 함께 피를 흘리고 싸워야 하는 입장인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가슴이 답답하다.

일반 사회인도 아닌 군인 신분으로 군복을 입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실종자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된다.

군이 대한민국의 최후의 보루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난 좌파정권 10년 동안 우리 군이 '골병'이 든 것도 인정해야 한다. 군을 신뢰하는 것은 좋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군의 대응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이야기다. 육군본부 주관으로 보수 성향 언론매체 및 군사매니아 동아리를 중심으로 전방 취재를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기자단을 인솔했던 모 장교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군대가 많이 힘들어졌다. 현상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서라도 주한미군의 XX이라도 잡을 수 있으면 잡아야 한다.”

이후 이 장교는 그의 발언을 그대로 실은 모 잡지기사로 인해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크게 문제가 되는 발언은 아니었다. 다만 정권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군 장교가 한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 기자는 중부전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우리 군의 열악한 상황을 목격했다.

일례로 전방의 한 중대에서는 6.25 전쟁 당시 사용되던 수통이 지금껏 사용되고 있었다. 1942년 제작되어 2차 대전에 사용된 후 6.25 발발과 함께 미군으로부터 받은 M101A1 곡사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부대도 있었다. 기자가 목격한 극히 일부분의 이야기다.

당시 기자단과 대담을 나눴던 전방 모 사단장의 발언이 지금도 귀가 선하다.

“우리 군이 지금 많이 어렵습니다. 이런 사실을 그동안 공개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국민여러분들이 걱정하실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 주셔야 합니다.”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한 현역 장군의 ‘마지막 SOS 신호’ 같아 가슴이 아팠다.

최전방 모 초소에서 근무하던 병사에게 기자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북한을 바로 앞에 두고 근무하는데 북한군이 혹시라도 공격자세로 철책을 넘어 오는 것을 보면 명령에 따라 발포할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아무리 적이라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대위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그렇게 대답하면 어떡하느냐”면서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이야기는 모두 육군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육군이 이 정도니 해-공군은 더 심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좌파 정권 10년 동안 우리 군의 전력 증강은 거의 정지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전력 증강뿐만 아니라 군의 정신전력, 군 기강도 함께 무너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미국의 도움이 없이는 북한산 잠수함을 타고 ‘김정일’이 부산 앞바다를 드나들어도 우리 기술로는 탐지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한미연합사 해체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12년 연합사 해체이후 작전계획 5027은 이제 5027과 5026이 결합된 ‘작계 5012’로 대체될 것이다. ‘작계 5012’에서 미국의 지상군 지원은 과거와 비교해 현격하게 줄어들고 해-공군의 역할만이 강조되어 있다.

평양을 평정하고 자유통일을 완수하는 것은 이제 한국군 단독으로 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 상태로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과연 우리군의 단독북진이 가능할까?

상황이 이런데도 모 고위 군 관계자는 얼마 전 ‘한미연합사 해체를 막아야 한다’는 모 예비역 고위 장성의 발언에 대해 "지금 군대는 선배님이 군대생활 하던 때와는 다릅니다."라며 묵살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직언을 했던 예비역 장성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천안함 관련 기사를 접할 때마다 김정일 정권에 분노하고, 이번 도발을 은폐하려는 현 정권의 행태를 보면서 울화가 치민다.

이번 사건으로 순직한 국군장병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어 우리 군이 대북적개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필재 기자 spoone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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