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斗煥 당시 대통령은 1987년 봄 청와대에서 작가 이병주(李炳注)씨와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털어 놓았었다.
'6년반 동안 대통령을 하면서 보니 우리는 대통령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 얼마나 양심적이냐가 중요합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한몸을 희생하겠다는 자세로 대통령직을 수행해도 될까말까 한데, 대통령이 돈이나 권력을 누리겠다고 하면 큰일이 납니다.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공금을 다 쓰더라도 정치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돈에 욕심을 부리면 몇 년 동안에 돈에 치어 죽을 정도가 될 것입니다. 나는 업자들로부터 일체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비밀이 있습니까. 내가 대통령이 되고 나니 돈을 막 싸가지고 오는데 너무나 놀랐어요. 심지어는 1백억을 가져와요. 그래서 내가 '당신네 기업이 지금 어려운데 어떻게 돈을 가져오느냐?'고 했습니다. 그것은 결국 그렇게 주고 몇천억원을 벌려는 속셈이 아니겠습니까. 또 줄을 달기 위해서도 돈을 가지고 옵니다. 내가 처음에 일체 돈을 안받았더니 지지세력이 없어진다는 말을 들어요.
어떤 공화당 중진을 지낸 사람이 나에게 '너무 이상주의로 하면 안 된다'고 충고까지 했습니다. 선거를 하면 돈이 필요한데, 돈이 없이 어떻게 정치가 되느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정치인들은 돈을 물 쓰듯 하고 재벌처럼 행세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을 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가 6년 반을 해보니 양심이 조금이라도 흐린 사람이 이 자리를 맡으면 나라 전체를 망쳐버립니다. 내가 구렁텅이에서 이 나라를 건진 것은 지금까지 돈을 멀리하고 목숨을 걸고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자부합니다. 개인적으로 명절 때 얼마 주는 것은 받습니다. 당에도 주고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줍니다. 대통령 권력이 너무 강해서 한 사람의 뜻으로 나라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위험해요.'
나중에 수천억원의 정치자금 및 공식성금·기금을 직접 받은 것으로 밝혀진 全斗煥 전 대통령이 자신의 돈 욕심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문맥을 살펴보면 全 전 대통령이 자랑하는 것은 기업을 공갈하거나 끌어 당겨 돈을 모은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것도 6·29 이전의 얘기이고 19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적극적으로 기업에 대해 선거자금을 달라고 요구하였다.
1992년, H재벌의 자금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5공화국이 출범하고 2∼3년간은 그쪽에서 좀처럼 기업으로 손을 벌려오지 않았다. 기업체에선 오히려 불안해하였다. 권력과 기업은 적당히 유착되어야 하는데 권력이 깨끗하게 노니까 기업은 겁을 먹은 것이었다. 그러다가 84년경부터 권력이 기업을 당기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그렇게 혼탁할 수가 없었다. 기업이 권력을 유혹한 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권력이 기업을 끌어당긴 책임이 더 크다. 기업은 돈을 뺏기고만 있지는 않는 조직이다. 건네준 돈을 빌미로 하여 더 많은 반대급부를 취하려 한다. 그러니 결국은 서로가 이용을 하는 것이다. 권력과 돈은 따로 놀아야 서로 권위가 서는데 함께 유착되는 바람에 서로가 피해를 본 셈이다.'
최근에 만난 한 검찰간부 출신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은 한국 사회의 상층부를 오염시킨 저수지였다'고 말했다. 한국의 부패구조는 비자금으로 전직대통령이 구속되고 재벌회장이 조사를 받아도 상층부에선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부패문제를 해결했던 李光耀 싱가포르 전 수상은 자신의 회고록('제3세계에서 1流로')에서 공직자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거에 돈이 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을 많이 써야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들은 재임시절 쓴 돈을 보충하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기 위하여 뇌물을 받고 이권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李光耀는 부패척결을 위해서 다방면의 정책을 쓰고 항구적인 기구를 만들고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가 뇌물에 유혹되지 않도록 고액봉급을 보장해주었다.
올해 대통령 선거는 선전전에 치중했으므로 역대 선거중 가장 돈이 적게 들었을 것이다. 표를 얻으려고 유권자들에게 돈을 뿌렸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이명박 당선자는 전임자처럼 불법 선거자금의 짐을 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국이 一流국가가 되려면 공직자 부패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삶의 질에서 세계 26등, 1인당 국민소득에선 세계 34위이지만, 부패랭킹에선 43등(등수가 낮을수록 청렴)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삼성비자금 특검을 깨끗한 재벌, 깨끗한 보수, 깨끗한 공직사회,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계기로 삼는 슬기를 발휘한다면 당하는 이들도 보람이 있을 것이다.
全斗煥의 육성 고백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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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25, 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