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야 할 헝가리와 한국의 友情

동구권 국가로서 최초로 한국과 수교, 폴란드 체코와 함께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나라. 몽골반점이 있는 국민들.
1989년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지 72년이 되는 해였다. 이해는 동구공산권 정권들이 차례로 무너지고 국가가 민주화된 해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폴란드, 헝가리, 동독, 체코, 루마니아가 공산정권을 몰아냈다. 루마니아를 제외하곤 총 한 방 쏘지 않고 공산주의 정권을 밀어냈다. 동구공산권 붕괴의 방아쇠를 당긴 나라는 폴란드와 헝가리였다. 무력으로 탄압당했던 1956년의 헝가리 義擧, 1980년의 폴란드 자유노조 운동이 1989년에 와서 화려하게 부활하여 결실을 맺은 셈이다. 헝가리는 동구 공산권에서 맨 첨 한국과 수교한 나라였다. 1989년 2월1일 헝가리의 줄라 호른 외무담당 국무장관이 서울에 와서 양국의 상주 대표부를 대사관으로 승격시키기는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국교 수립에 이르렀다. 이날 호른 장관은 청와대로 노태우 대통령을 예방하고 그로스 서기장의 친서를 전달한 뒤 환담했다. 崔浩中 外務部長官, 盧昌熹 儀典首席(通譯), 朴哲彦 政策補佐官, 金宗輝 外交安保補佐官이 배석했다. 헝가리側에선 에트레(Sandor Etre) 駐韓 常駐代表와 호바드(Gabor Horvath) 通譯官이 배석했다.

헝가리어를 아는 통역이 없어 헝가리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이중통역해야 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외교관계 개설을 위한 의정서를 서명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요즈음 그로스 서기장께서는 건안하시지요?”라고 인사했다. “오늘은 한·헝가리 양국관계뿐 아니라, 동·서간의 장벽과 긴장을 허물고, 화해, 협력과 번영으로 나아가는 테이프 절단식과 같은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동구권으로서는 최초로 우리나라와 이렇게 수교를 한 헝가리의 노력에 대하여 세계 모든 나라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고, 축복을 하고 있습니다. 그로스 서기장께서 동·서 화해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역사적 결단을 내리신 데 경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양국간의 모범적인 협력관계가 앞으로 유고 등 다른 동구권국가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소련도 헝가리의 주도적인 행동에 찬동하면서,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고, 중국도 우리와의 실질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만이 이러한 만족스러운 국제조류에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그들로 인하여 헝가리도 곤혹스러운 일을 당한 듯하여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가까운 앞날에 그로스 서기장께서 방한해 주시기를 희망하며, 그 기회에 정상간의 진지한 대화를 통하여 양국간의 관계를 더욱 확고히하고저 합니다. 나로서도 구라파를 여행할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귀국을 방문하여 그로스 서기장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호른 장관은 “양국 수교에 대한 국제적 반응에 대하여는 각하와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그에 대하여 부정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우리 동맹국들도 그를 이해하고 공감을 표시하였습니다. 東歐제국들이 속도는 느리지만, 우리와 같은 조치를 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양국 수교에 대한 평양의 반응을 보면 헝가리 역사상 그다지도 무례하게 외국의 질책을 당한 적이 없었습니다. 헝가리로서도 그에 대하여는 부당한 내정간섭으로 단호히 거절하였지만, 북한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그들과의 관계 단절을 원하지 않지만, 만약 그들이 그렇게 고집한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저희 서기장을 대신하여 각하께 정식으로 저희 나라를 방문토록 초청 드립니다. 그리고 각하께서 서기장의 방한을 초청하셨다는 말씀도 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만, 서기장께서는 금년 중 또는 언제라도 각하께서 구주 방문시에는 꼭 헝가리도 포함시켜서 정상회담을 가지시기를 원합니다. 그를 위하여 헝가리는 양측의 사정을 감안하여 각하 방문일자를 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태세가 되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이 기회에 두 가지 말씀을 참가코자 합니다. 첫째는 양국관계 개설을 위한 박철언씨의 공헌입니다. 박씨는 작년 8월 부다페스트에서 교섭을 시작할 때부터 아주 유능하고, 능숙한 협상가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저희가 접촉한 외무부의 관계관들도 모두 훌륭한 외교관이었음을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둘째는 한국 政界에서 헝가리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여당의 대표단을 헝가리에 조기 파견하여 정당단 교류를 갖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와 관련, 금년 3월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되는 IPU 회의가 좋은 기회일 듯 하온데, 각하께서 그렇게 되도록 해 주셨으면 합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돌아가시면 그로스 서기장께서 안부 전해주시고, 경제개혁과 복수정당제 등 정치발전을 이룩하신 영도력에 경의를 표해 주시고, 머지 않아 곧 만나기를 바란다는 말씀도 부탁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여행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똑 같이 민주화의 과정을 밟고 있던 헝가리와 한국은 인종적으로도 공통점이 있다. 헝가리는 몽골-투르크족으로 구성된 훈족이 유럽을 정복할 때 그 본거지였고, 10세기엔 몽골-투르크족과 비슷한 마잘족이 들어와서 오늘의 헝가리 토대를 만들었다. 헝거리 사람들중엔 몽골반점을 갖고 태어나는 이들도 많다. 지금 헝가리는 폴란드, 체코와 함께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육박하는 등 선진국 문턱까지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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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은 1989年 11月 22日(水) 오후 4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국회의사당으로 집권여당인 사회당 총재 레죄 니에르쉬(Rezso Nyers)를 예방했다. 헝가리側에선 호른(Gyula Horn) 外務長官 등이 배석했고, 한국측에선 崔浩中 外務部長官, 盧在風 正治特補, 金宗輝 外交安保輔佐官 등이 배석했다. 당시 동구권은 대격변의 한가운데 있었다. 8월에 폴란드에서 공산정권이 물러났고, 13일 전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체코에선 반공시위가 진행중이었다. 이런 동구권의 변화를 격발한 것이 헝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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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 헝가리 사회당 발족을 축하합니다.

총 재 : 한국과 수교하고 경제, 문화관계가 진전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각하의 방문을 특별히 환영하는 뜻이 깊습니다. 역사를 회고하면 2차대전 이후 우리 양국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서로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각하의 북방정책에 관심이 많은데, 그것은 외부 세계와 공개적인 관계를 갖고저 하는 우리 정책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동남아 특히 그 핵심인 한국에 대하여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 옳은 말씀입니다. 양국 수교는 세계 실정에 맞는 결정이었습니다. 한국은 정치, 이념적 대립을 해소하고, 전세계적 협력을 추진하려는 생각을 올림픽으로 실천했습니다.

총 재 : 올림픽은 큰 성공이었으며, 특히 각하께서는 준비위원장이셨으니, 개인적으로도 축하드립니다. 올림픽은 그야말로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동구라파에 소개하였습니다.

대통령 : 올림픽직후 유엔서의 연설을 통하여 우리의 북방정책을 세계에 선언하였는데, 좋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감사말씀 드릴 것은 내가 올림픽준비위원장 당시 올림픽 서울개최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공산국가를 중심으로 일어났는데, 헝가리가 선두에 서서 우리 입장을 도와주었습니다.

총 재 :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북한의 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현금의 여러 가지 국제정세 변화가 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는 것인가요?

대통령 : 우리 북방정책의 첫 결실로 헝가리와의 수교가 있었고 최근 폴랜드와도 수교하였고, 유고, 소련 등과도 관계개선이 되고 있는데, 다만, 불행하게도 북한은 이에 응해 오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나라가 개방과 개혁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북한만이 이에 반대하고, 더욱 폐쇄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한 가지는 김일성이 40여 년간 일인 독재를 하고, 이제 그 아들에게 권력세습을 하려는 마당에 통제가 이완되면 북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 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큰 충격 없이 북한이 개방토록 유도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들이 문을 걸어 닫고 있지만, 결국은 개방할 것이므로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총 재 : 매우 현명한 정책입장입니다. 남북한관계도 兩獨 관계와 같이 현실적이고 점진적으로 풀어 나가야 될 것입니다. 제가 받는 인상으로는 김일성이 중국의 동조를 받고저 북경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듯한데, 중국사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대통령 : 우리의 對중국 정책은 북방정책의 테두리 내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동구권과는 달리 선 경제개방, 후 정치개혁의 노선을 걸어 온 것이 특색이었는데, 폭발하는 국민들의 자유에 대한 욕구를 지도부에서 받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해서 결국 물리적 억압을 하게 되어 천안문사태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요즈음 개혁정책이 멈칫하고 있지만, 역사적 추세는 개혁의 방향으로 나갈 것입니다. 김일성이 그러한 중국의 주춤하는 현상을 활용하고저 하는데, 중국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시차는 있겠지만 정치개혁도 실천할 것으로 봅니다.

총 재 : 중국의 변화 가능성에 대하여는 각하와 동감입니다. 개혁은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불행히도 천안문사건이 있었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것으로 봅니다.

대통령 : 지난번 방미시 부시 대통령 등 미국의 지도층에게 중국이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는데 너무 강하게 인권 등 요구로 압력을 가하면 불필요한 부작용이나 비생산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였더니, 미측에서도 대체로 공감하였습니다.

총 재 : 각하 입장에 동감이며, 부시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반갑습니다. 금년 여름 그 분이 헝가리를 방문했을 때도 그런 이야기가 있어서 중국을 고립시키면 안된다, 그것은 잘못된 방향이며, 그들로 하여금 개혁의 길로 돌아오도록 조심성 있게 유도해야 된다는데 의견의 일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감촉으로는 아직도 개혁의 방향으로 나오려는 기색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 맞는 말씀입니다. 서독에서 2일간을 보내고 이곳에 왔는데, 구라파에서는 서구의 통합과 동구의 개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이와 관련 동․서독관계가 큰 관심사인데, 너무 급격한 변화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수백만의 동독사람들이 서독에 와서 돌아가지 않는다면 큰일이겠는데, 다행히 돌아가서 동독 내에서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독도 그렇게 돕고 있는 것을 보고 좋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헝가리가 동구권의 개혁을 선도했는데, 점진적이고 합리적인 민주화와 자유경제체제 수립을 통하여 가장 자유롭고 번영하는 민주국가로 발전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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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하던 1989년 11월은 베를린 장벽 붕괴 등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던,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이었다. 서울올림픽의 성공과 북방정책으로 이 호기를 활용하고 있었던 노 대통령으로선 중요한 현장체험이었다. 한국의 민주화를 주도하던 노 대통령은 脫공산 민주화를 주도하던 동구권의 지도자들을 만나 동병상련의 이해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헝가리는 동구권의 민주화를 선도한 나라였다. 11월22일 노 대통령은 영빈관에서 헝거리 민주화의 지도자였던 임레 포즈가이를 만났다. 그는 사회당(전 공산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직후였다. 포즈가이는 1980년대 헝가리 공산당내의 개혁파 지도자로서 복수정당제 등 민주화 개혁을 이끈 '헝가리의 고르바초프'였다. 노 대통령도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당내 개혁을 선도하여 6.29 민주화 선언을 만들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노 대통령과 포즈가이는 권위주의 체제의 내부에서 민주화를 위한 개혁을 이끌었던 것이다.

노 대통령: 현재 동구에는 개방과 개혁의 물결이 번져가고 있으며, 이번에 독일도 방문했지만, 백림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도 보았는데, 이러한 동구권 개혁을 주도한 귀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포즈가이 : 저 개인에 대한 과찬의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박 특사와 한 대사를 통하여 각하께서 동구권 특히 헝가리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현재 중․동구라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의 배후에는 개혁운동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개혁운동은 여러 가지 사건과 사태를 유발하고 있는데, 헝가리가 구체적으로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도 그 좋은 하나의 예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의 수교는 헝가리 공화국 국민의 희망과 의지를 반영한 것이며, 헝가리 국민은 올림픽 이전부터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발전에 경탄해 왔는데, 아름다운 서울올림픽과 따뜻한 한국사람들의 모습이 헝가리 국민에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헝가리에서는 한국의 번영과 발전에 대한 각하의 업적에 대하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자유롭고, 공개적이며, 민주적인 헝가리를 건설하고 있으며, 각하의 방문을 통하여 양국관계가 더욱 강화되기를 바랍니다.

대통령 : 감사합니다. 말의 순서가 바뀐 듯합니다만, 양국 수교의 결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헝가리와의 수교를 계기로 동구권이 한국을 보는 눈이 바뀌어졌고, 우리의 북방정책에 따라 폴란드, 유교, 소련과도 관계가 수립되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 양국관계가 훌륭히 발전하여 다른 나라를 위한 모범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불과 한 세대 동안에 서방국가들이 과거 100-200년 동안 이루어 온 발전을 따라 잡고 있습니다. 이제 민주화도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현재 헝가리가 추구하고 있는 정치, 경제적 개혁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양국이 힘을 합쳐 상승작용을 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관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양국간의 경제협력 사업추진을 위하여 이번에 나는 아국의 입지전적 경제인들을 대동해 왔는데, 헝가리측과 좋은 협의가 있기를 바랍니다. 귀하께서도 훌륭한 자질을 갖추신 분이니, 앞으로 헝가리를 잘 영도해 나가시리라 믿습니다.

포즈가이 :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는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자 합니다. 이번에 성공적인 한국 기업인들을 대동하시어 그들의 경험을 배울 수 있게 하신 것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십니다.

양국간 협력과 합작이 진흥되고 제도화되기를 희망합니다. 헝가리를 시발로 하여 기타 동구권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시고자 하는 각하의 노력을 잘 알고 있으며, 금년 여름에 유고 지도자들에게도 한국과의 수교를 권고한 바 있고, 곧 소련을 방문할 계획인데 소련 지도층에도 그 점을 분명히 할 것입니다. 그것은 저뿐만 아니라 헝가리 국민들의 확신이기 때문입니다. 각하의 헝가리 방문은 역사적 사건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즐거운 체재되시기 바랍니다. 시간여유는 없으시겠지만, 가능한대로 여러 곳을 둘러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 귀하는 가히 헝가리의 고르바쵸프라 하겠습니다. 성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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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2월1일 공산권 국가로서 한국과 맨첨 수교한 나라는 헝가리였다. 그해 11월22일 노태우 대통령은 헝가리를 방문하여 오후 2시30분부터 1시간10분간 국회의사당 문카치홀에서 쉬로쉬 대통령권한대행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저녁 8시부터 2시간 동안 의사당내 대연회실에선 만찬이 있었다. 당시 헝가리는 공산당내 개혁파들이 여러 정당을 만들어 다가올 총선에 대비하고 있었다. 공산당의 개혁파들이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나 체제전환이 평화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될 때까지 헝가리는 지금의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지를 통치하는 강국이었다. 쉬로쉬 대통령은 '이 오랜 세월이 걸려서 1904년에 완성되었는데, 그때는 헝가리의 국토가 현재보다는 3배나 넓었을 때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개혁과 개방을 같이 추진하는 헝가리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헝가리가 중․동부 구라파의 새로운 개방과 개혁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바쁜 시기에 오게 되었다'면서 '오늘 우리의 만남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본인의 방문은 서울올림픽 이후 진행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의 일환이고, 우리 양국의 결합은 세계의 화해와 협력의 새 질서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특히 본인은 여러분의 독자적인 개방외교정책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 정책은 개혁과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양국이 작년 8월 이후 다방면의 관계진전을 가져 온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며, 그를 위하여 주한 에트레 대사와 이곳의 한탁채 대사가 많이 노력하였음을 치하합니다.'

'각하의 우정에 넘친 말씀에 감사합니다. 헝가리 공화국 국민을 대표하여 각하와 한국국민에 대한 따뜻한 인사를 드립니다.

양국관계에 대하여는 각하 말씀과 전적으로 동감이며, 오늘의 우리 만남은 역사적 계기로 생각합니다. 각하께서 구상하신 북방정책은 양국간 수교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헝가리 개혁정책에 대한 말씀에 특별히 감사드리며, 우리는 금세기가 끝나기 전에 자유롭고 민주적인 헝가리를 만들려는 확고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를 위하여 명년 봄에 대통령선거와 총선거를 실시하여 의회민주주의를 도입할 것입니다.
개혁의 두 가지 핵심은 그러한 정치제도의 개혁과 아울러 시장경제에 입각한 경제개혁입니다. 우리의 외교정책도 동․서 모두에게 균형을 유지하는 공개의 원칙에 입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헝가리의 사태는 구라파뿐 아니라 전세계를 통하여 특수한 것입니다. 동구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유사한 과정이 진행 중에 있으나, 우리 상황은 과거 스페인에서 독재정권을 타도한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우리는 급격한 변화와 개혁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개혁을 계속하고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선진국을 따라 잡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원칙 하에서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좋은 동반자가 되어줌으로써 우리가 한국과 수교한 것이 잘한 것이 입증되고 있음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최근에 헝가리 국내에서 여러 변화가 있었고, 동구권의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종전에 우리는 동구권에서 외톨이라는 느낌을 가졌으나, 이제 유사한 과정이 폴란드와 동독에서 그리고 불가리아와 체코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부르조아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며, 사회민주주의의 길로 나가고자 합니다.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헝가리식의 민주주의를 실행코자 하며, 금세기 말까지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법적 체제를 모두 갖추고저 합니다.

우리는 대외관계 중에서 경제관계를 중요시합니다. 특히 한국의 역동적인 발전은 헝가리에 매우 매력적인 모형이 되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문제는 전문가들간에 협의될 것이지만, 우리가 한국에게 원하는 것은 원조가 아니고 경제적 동반자 관계입니다. 양국간에는 그 외에도 과학기술 등 여러 가지 분야의 관계발전이 소망됩니다.

요약된다면, 헝가리가 원하는 것은 한국과의 우호관계이며, 이미 합의된 협력사항의 이행과 한국기업의 합작 및 투자이며, 이를 통하여 헝가리가 한국과 동구권을 잇는 교량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기업이 헝가리 산업의 재건에 참여해 줄 것을 희망합니다. 통신분야, 발전분야, 자동차산업 등의 재건에 한국의 참여를 바랍니다.'

'공산주의 국가가 자유화, 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은 가위 민중혁명이라 할 수 있겠는데, 지도자들이 이끌고 국민이 공감하여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에 큰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정당도 많고 한 형편에 많은 혼선이 야기되었을 것입니다. 그런 면으로 보아 의회민주제도와 자유시장경제의 확립에 꼭 성공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양국간 경제 등 모든 분야 협조에 관한 세부문제는 전문가들이 협의하겠지만, 앞으로 획기적 관계증진을 희망합니다.'

쉬로쉬 대통령권한대행은 동독에서 일고 있는 변화에는 서독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동독 국민들은 TV 등을 통해서 서독이나, 다른 동구국가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서독이 수십년 동안 동독의 문을 두드려 왔기 때문에 지금의 변혁이 가능한 것입니다. 중국의 천안문사태로 중국이 소련보다 경제적인 개혁은 앞서고, 정치적 개혁은 뒤진다고 보는 사람도 있으나, 경제적인 개혁도 소련이 앞서 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소련의 정치적 개혁은 민족주의 운동이 큰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중국의 천안문사태는 과격분자들이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쓰지 않고, 한꺼번에 모든 것을 엎어 버리려 해서 중국 정권이 강한 위기 의식을 느꼈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노사분규나 학생데모도 그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으나, 일부 극소수의 과격분자들의 침투와 선동이 문제인데 이것만 극복할 수 있으면 우리 나라는 또 한번의 도약을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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