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갑제 닷컴의 ‘대문글 난’에 실린 윤 이상 부부의 서간들을 읽고 착잡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윤 이상 부부가 김일성 부자를 우러러 보는 것은 일단 그들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라고 접어두고라도 ‘자유세계’에서 호흡하며 예술가의 길을 닦아 온 사람들이 그 표현의 방식이 어떻게 그 모양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 일성의 서거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흐르기까지 그 부부가 김 주석에 대한 충성 이 어떠했는가를 ‘영원한 추억’(북의 ‘문화예술출판사’ 출간)을 더듬어 살펴보기로 한다.
(1) “하늘이 문너진 듯한 충격과 이 몸이 산산이 쪼각나는 듯한 비통한 마음으로 위대하신 수령님의 서거의 통지를 접하고 허탈한 상태에 있는 이 몸이 병중에 있음으로 달려가 뵈옵지 못하는 원통한 심정을 표현하여 전 민족의 한결같이 우리 역사상 최대의 령도자이신 주석님의 뜻을 칭송하여 하루 빨리 통일의 길을 매진할 것을 확신합니다.”(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7월 9일 빠리에서 윤 이상 부부가 보낸 편지)
(2) “수령님i 위대하신 수령님i
수령님께서 ....민족의 재간둥이라고 부르시던 저의 남편 윤 이상이 병석에 누워 있어 저와 같이 수령님 령전에 가서 수령님을 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주 만사의 원리라고는 하지만 수령님께서 저희들 곁을 떠나신지 벌써 1년이란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수령님을 추모할 때마다 그 인자하시고 인정 많으시고 눈물 많으신 우주와 같이 넓으신 덕성과 도량, 세상의 최고의 찬사를 올려도 모자라는 수령님, ........“ (김 일성 서거 1주년을 맞은 1995년 7월 9일 윤 이상의 부인 이 수자가 보낸 편지)
(3) “ 아-수령님, 수령님, 위대하신 수령님
수령님 말씀에서 사회주의적 낙관주의와 희망적인 태양과 같은 모습으로 대하시던 수령님께서 떠나신지 벌써 어언 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대를 이으신 장군님께서 한 치의 빈틈없이 나라 다스리심을 수령님께선 보고 계실 것입니다.
부디 평안을 누리시고 영생불멸하십시오.“ (김 일성 서거 5주년을 맞은 1999년 7월 8일 이 수자가 보낸 서한)
(4) “아 수령님, 위대하신 수령님
.......부디 평안을 누리시고 영생불멸하십시오......수령님을 끝없이 흠모하여, 님 영전에 큰 절 올립니다.“ (김 일성 서거 5주년을 맞아 이 수자 김일성 금수산 묘역에 참배하면서 방문록에 쓴 글)
(5) “윤 이상 선생 생전에 같이 오셨더라면 더 좋았을텐데......”(2007년 9월 정부의 공식초청으로 방한한 윤 이상의 부인 이 수자가 바닥에 넙죽 엎드려 한 큰 절을 받는 노 무현이 한 말)
(6) 내년, 즉 2009년에 ‘윤이상 음악당’이 국비 등 1480억을 들여 경남 통영 시에 착공될 예정, 이를 추진하는 ‘윤이상 문화재단’ 이사장은 박 재규 현 경남대 총장으로 김 대중 정권 때 통일부 장관을 지냈는데 박 정희 정권 때 대통령 경호실장을 지낸 박 종규(516 당시 대위의 계급)의 실제로 알려진다. 경남대 설립도 형의 배경 하에서 이루어진 권력 형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위의 인용 서한에서 빨갛게 물들인 부분은 필자가 편의상 채색한 것으로 독자들이 좀 유심히 보았으면 하는 구절들이다. 연도별 서간 또는 방명록 또는 코멘트 또는 윤 이상 기념사업 등등의 서두에 번호를 매긴 것도 필자가 보다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데 쉽게 그것들을 인용하고자 편의상 넘버링 한 것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첫째로 윤 이상 서한집에서 느껴지는 것은 ‘부창부수’(夫唱婦隨)의 경지가 아니라, 그의 부인 이수자가 김 일성을 높이 받드는 데 한 수 더 뜨고 있다는 점에서 한 마디로 놀라울 따름이다. (2)에서 <세상의 최고의 찬사를 바쳐도 모자라는 수령님>이라든가, (4)에서 <영생불멸 하십시오>라는 찬사가 바로 이를 말해준다.
필자의 추단(推斷)에 의하면, 윤 이상의 在獨 시절에 그의 부인이 먼저 북에 대해서 경도(傾倒)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서간들은 전체적으로 조잡하고 천박한(자신이 품위 높은 예술가라는 자존심과 처신을 지키지 못하는) 찬양 일색으로 일관된 데 대해서 ‘분노’도 분노이지만, 일말의 ‘비애’와 정말 가련하다는 ‘연민’의 정들을 복합적으로 느낀다. 그들이 무엇이 아쉬워 그런 너절하기 짝이 없는 ‘지식상인’ 내지 ‘지식 예술인’의 추한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두 번째로 모든 서신들이 김 일성 神格化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북의 정치체제, 즉 김일성의 전체주의(‘유일사상’과 ‘주체사상’)를 구체적으로 찬양-고무하는 면을 찾기 어려우나 간접적으로의 그 흔적일랑 찾기는 어렵지 않다. (1)의 <우리 역사상 최대의 령도자이신 주석님의 뜻>은 바로 김일성의 전체주의(유일사상과 주체사상)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순리적이다.
(3)에서 이 수자가 표현한 <사회주의적 낙관주의와 희망적인 태양과 같은 모습으로 대하신 수령님께서>라는 문구 안의 사회주의적 낙관주의 운운한 것은 이미 북의 사회주의 체제를 인정하고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북의 정치체제 찬양에 있어서도 부인이 앞선 느낌이다.
세 번째로 윤 이상 부부는 김 일성을 신격화하는 일종의 의사(擬似) 종교를 신념화 하는 경지에까지 도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독교에서 일컬어지는 언어들의 편린(片鱗)들을 흩뿌릴 일이 없지 않은가? (2)에서 <우주와 같이 넓으신 덕성과 도량>이라든지 (3)의 <희망적인 태양과 같은 모습으로>라든지 (3)과 (4)의 <영생불멸 하십시오>라는 표현은 종교적인 일상어에 가깝다.
어떤 면에서 그러한 표현들은 김 일성이라는 ‘사실대로의 인간모습’을 드러내는 일에 있어서 오히려 역기능을 발휘하리란 너무나 뻔하다. 김 일성의 항일 빨치산 활동을 그렇게 미화시킬 정도로 장엄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필자도 ‘보천보 전투‘ 이외에 과문한 탓인지 잘 모르지만, 민족의 태양으로까지 숭배 받을 일은 결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광복 후 김 일성이 6.25 남침을 감행해서 남북 통틀어 몇 백만의 사상자를 낸 '동족상잔의 전쟁'에서 아무리 ‘민족해방전쟁’이라고 우기더라도 ‘태양’이나 ‘우주’로 추앙받을만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박 정희 정권 때 외무장관을 지낸 崔 德新이란 군 출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물러난 그 자는 평양정권에 망명해서 한 동안 그는 김 일성 신격화에 앞장서는 나팔을 불어제끼는 데에 아낌없이 이용되었다. 항간에서는 그가 장관 재직 시에 해먹은 것이 탄로 날까 두려워 한 나머지 북으로 투항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그는 천도교 교령으로 있었는데 박 정희가 그를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데 대해서 앙심을 품고 북으로 갔다는 도청도설이 시중에 굴러다니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는 김 일성의 주석실 오른 쪽열 좌석에 앉아서 김 일성을 향해 “......백전백승의 명장이시며, 민족의 스승이시며, 우주보다 더 훌륭하신 민족의 태양이신 주석님께서...”를 수없이 되풀이 하면서 神格化에 진력을 다 하는 모습이 이쪽 TV에 방영되는 것을 보았을 때 ‘김일성교 교령‘을 보는 착각을 느끼게 했다. 북은 이 장면(북이 장시간 김 주석 신격화를 위해 북한 주민에게 선전용으로 일부러 만든 TV 영상물)을 김 일성 신격화를 위해 제작했다.
최 덕신에 이어 윤 이상 부부에로부터 그런 '영생불멸 종교'를 또 한번 대하는 것은 어느 면에 있어서는 북한이 얼마나 깊은 後進性에 아직도 잠들어 있음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네 번째로 위에서 본 윤 이상의 처 이 수자를 지난 해 노 무현이 무엇이 예쁘다고 해서 공식적으로 초청한 이유가 무엇인지 국회 청문회에서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우에 따라 지난 10년간을 눈감고 지내 온 검찰이 인혁당 사건의 재심에 관련해서 검찰이 낯 두껍고 엉뚱하게 무슨 역할을 한 것인지 제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이 수자 초청 건과, 북에 가서 ‘인민민주주의’를 지지-고무-찬양한 혐의가 없는지 노 무현을 소환해서 그의 말을 들어볼 필요는 없을까?
다섯 번째로 윤 이상 음악당 건립의 추진과정을 현 정부는 속속들이 조사해서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히고 그 계획을 백지화하기 바란다.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파괴하는 결과를 방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간접침략의 기지가 우리의 울타리 안에 너무나도 당당히 우리의 세금으로 설치되는 것을 의미한다.
윤이상 음악당 건립계획을 백지화하라!
- 김영일(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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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27,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