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들은 이틀 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美 재무부의 결정을, 북한정권에 들어가는 돈줄을 끊는 데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지만 2005년의 실패 때문에 낙관할 수 없다는 異見도 강하다. 북한은 이미 이런 조치를 예상, 자위적 조치를 취하였고, 중국의 협조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왜 부시 행정부의 10여 년 전 방코델타은행 제재는 북한의 역공을 불러 무너졌던가? 추적 기사를 소개한다.
秘話/대화에 눈멀어 허무하게 끝난 BDA 금융 제재의 內幕
한달 만에 北이 먼저 美에 연락할 정도로 北엔 치명타···크리스토퍼 힐 등 국무부 관료들 압박에 물러서버린 재무부
金永男(자유기고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북한정권의 숨통을 조일 기회가 있었다. 바로 2005년부터 약 2년간 이어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금융 제재 당시다.
‘금융 제재’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對이란 제재’ 등에서 사용되는 제재는 국제사회 혹은 국가 차원으로 한 국가의 일정 분야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방코델타아시아의 경우는 제재라는 표현보다 ‘불법 계좌 동결’이라는 표현이 맞다.
대다수는 이 사건을 미국 정부 차원의 북한 압박 정책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美 재무부 고위 관료에 따르면 이는 정부 차원이 아닌 재무부를 비롯한 일부 部處(부처)들의 독립적인 조치였다.
후안 자라테 前 재무부 테러자금 금융범죄 담당 副(부)차관보는 최근 펴낸 ‘재무부의 전쟁’이란 책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재무부는 1990년대 말부터 북한이 만든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인 ‘슈퍼노트’에 대해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인쇄기와 동일한 高價(고가) 기기를 사용했고 전문가들도 쉽게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수준의 정밀한 위조지폐를 만들었다.
자라테의 책에 따르면 북한은 이 100달러 위조지폐를 외국인들에게 70~80달러에 판매했으며 위조지폐를 통해 연간 1500~2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저지른 범죄는 위조지폐뿐만이 아니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마약을 유통하는 국가 중 한 곳이었고 핵 무기 개발을 하기도 했다.
재무부는 自國(자국)의 화폐 가치를 지키는 것을 비롯,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은 북한의 돈을 동결시키는 데 있다고 봤다. 북한의 ‘아킬레스腱(건)’을 찾던 중 재무부는 마카오에 있는 BDA를 발견했다.
재무부는 2005년 9월 BDA가 북한의 위조지폐, 마약 거래, 핵 개발 등을 위한 돈세탁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BDA와 같이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에 同調(동조)하는 은행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 금융 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고 했다.
재무부의 公表(공표)가 어떠한 여파로 이어질지 당시 북한과 중국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후안 자라테는 설명했다.
첫 움직임은 마카오에서 일어났다. 2005년 9월 30일 마카오 당국은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난 BDA이 관리하던 북한과 관련 있는 52개 계좌의 2500만 달러를 동결시켰다. 이어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들은 자신들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진해서 북한 및 BDA와의 거래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이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과 거래해 얻는 이익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금융 시장 등에 접근하지 못하는 불이익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2006년 4월 북한의 대동신용은행은 이익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자라테는 재무부가 중국 四字成語에서 인용한 ‘살계경후(殺鷄儆猴, 닭을 죽임으로써 원숭이를 훈계한다)’ 전략이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는 조련하기 어려운 원숭이에게 닭 피를 보여줘 겁을 준다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北, 처음으로 美에 먼저 연락하다”
자라테는 그의 책에서 북한의 첫 반응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재무부의 결정이 있은 지 한 달 후 북한 정부가 유엔 채널을 통해 美 국무부에 직접 연락을 해왔다. 당시 북한 문제를 담당하던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 따르면 북한이 먼저 연락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
북한은 계속해서 2500만 달러를 돌려달라, 동결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재무부를 제외한 국무부 등은 북한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재무부의 발표 하나가 이러한 큰 파장을 일으킬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아무리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를 해도 미국이 쉽게 들어줄 수는 없었다. 2500만 달러가 미국 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정부가 凍結시킨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해이든 당시 CIA 국장은 ‘21세기식 정밀 타격용 탄약’이라고 평가했다.
BDA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제재를 지휘한 재무부와 당시 6자회담을 추진하던 국무부 사이에서다. 국무부는 어떻게 해서든 재무부가 이를 해결해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자라테에 따르면 재무부가 BDA 제재를 독립적으로 해제할 정도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電源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벼랑 끝의 北, 대화를 선택한 美
2006년 7월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1차 핵 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BDA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회담은 없다고 미국을 압박하는 소위 ‘벼랑 끝 전술’을 선택했다.
물론 빅터 차를 비롯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BDA 조치가 없었어도 언젠가는 핵 실험을 했을 것”이라며 핵 실험이 BDA 동결에 반발해 발생한 것만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은 드디어 미국이 협상에 있어 우위를 차지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BDA를 통해 북한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2500만 달러였다. 미국 입장에서 이는 푼돈에 불과했다. 자라테는 이러한 과정을 보고하는 상황에서 ‘억’ 단위를 잘못 알아들은 것 아니냐는 우스개도 있었다고 했다.
당시 재무부의 대니얼 글레이저 테러자금 금융정보 담당 부차관보와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사이에 舌戰(설전)이 오갔다. 힐은 ‘역사적인’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국무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데 재무부가 비협조적이라고 비난했다. 반대로 재무부는 마카오 계좌를 풀어주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계속해서 설득하지만 힐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자라테는 크리스 힐이 글레이저를 인격적으로도 모독하는 등 갈등은 심화됐다고 했다. 결국에는 헨리 폴슨 당시 재무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이 둘 사이를 조율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재무부에서 걱정한 것은 BDA의 돈을 북한에 돌려준다면 과연 중계업무는 어떤 은행이 맡을 것인가였다.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에 동조하는 은행은 미국과 거래를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에서 쉽게 말을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크리스토퍼 힐은 글레이저에게 자신이 알아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며 기자회견에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중국 은행이 중계업무를 맡기로 동의했다는 것이었다. 재무부는 중국이 과연 위험을 감수하고 그런 일을 할지 의문이었다.
기자회견 후 중국 금융 당국자를 만난 글레이저는 치욕을 맞봤다고 자라테는 전했다. 중국 측 입장은 언제는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들의 목을 조르겠다고 협박하더니 이제 와서는 도와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글레이저는 이날의 회담이 “인생에서 가장 창피했던 자리였다”고 회고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세계 곳곳의 은행에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을 하며 중계 업무를 맡을 은행을 구하고 다녔다. 그 결과 2007년 6월, BDA에서 마카오 중앙은행, 뉴욕 연방준비은행, 러시아 극동은행을 통해 북한에 2500만 달러가 다시 돌아가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자라테는 미국이 BDA 제재를 이렇게 허무하게 끝낸 것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결국에는 북한이 원하는 방식대로 일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덧붙였다. ‘세계 금융 시장’을 지키는 국가에서 한낱 정치적인 이유로 한 국가를 공격한 국가로 치부됐다는 것이다. 북한을 비롯한 범죄국가들이 BDA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욱 치밀하게 돈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라테는 덧붙였다.
자라테는 BDA를 통해 실질적 문제 개선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북한의 불법적인 활동을 근절시키든지 하다못해 위조지폐를 만들지 못하도록 인쇄기를 뺏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라테는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까지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너무 빨리 포기했다고 회고했다. 북한의 위조지폐를 비롯한 어떠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DA 카드를 포기하는 과정을 담은 그의 책 11장의 제목은 “지니를 요술램프 속으로 다시 집어넣다”이다.
미국의 강력한 협상 카드이자 소원(?)을 이뤄줄 수 있던 지니를 너무 일찍 포기했다는 것이다.
美 의회, 북한제재 이행법안 검토
재무부는 BDA 제재 이후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북한에 각종 불이익을 주지만 BDA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1월19일 미국 금융기관들에 북한 관련 금융 거래에 대한 주의보를 내렸다.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미국 금융기관들은 재무부의 지침을 계속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한제재 이행법안이 통과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무기 개발과 거래, 위조 상품 제조, 인권 유린 등 불법활동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 국가들에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또한 재무부가 북한을 돈세탁 우려 국가로 지정, 북한 은행이 미 금융 체계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권한을 준다.
현재 일부 전문가들은 재무부가 김정은이 사용하는 금융계좌들을 이미 파악해놓은 상황으로 보고 있으며 BDA 이후 또 한 번의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기여한 이유로 북한 조선인민군 전략로켓사령부 등 4개 단체와 개인 6명에 대한 금융 제재를 가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제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많이 알려진 것은 없다.
*VOA 보도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미 재무부의 결정을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국제금융거래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 재무부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북한이 국제금융체제에서 더욱 고립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신안보센터의 데이비드 애셔 선임연구원은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애셔 선임연구원] “It was a long time coming. There’s been a evidentiary basis for taking the actions…….”
지난 2005년 이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할 기반이 되는 증거들이 다수 존재했다는 겁니다. 2005년 미 재무부 선임 경제자문관으로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 제재에 관여했던 애셔 연구원은 북한이 사이버 해킹과 위폐 제작, 마약밀매 등 불법 행위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애셔 연구원은 북한이 아마도 세계 최대의 범죄 활동과 자금세탁 지원 국가일 것이라며, 미 재무부가 이번에 취한 조치는 기본적으로 이런 북한을 금융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애셔 선임연구원] “The Treasury’s action is going to force financial institutions to no longer ……”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북한과 어떤 거래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워싱턴 소재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국장도 재무부의 이번 조치로 북한이 미국의 금융기관들을 이용하는 것이 원천 봉쇄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스탠가론 국장] “While there is a prohibition on North Korean’s access……”
이미 북한이 미국 은행들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재무부의 조치는 북한이 위장회사를 통한 기만적인 방식 등 간접적 방식으로도 미국 금융체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 재무부는 이번에 미국 금융기관들이 북한 금융기관들을 위한 대리계좌를 개설하거나 유지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아울러 제3국 은행들이 미국에 개설한 대리계좌를 이용해 북한 금융기관들을 위한 거래를 하는 것도 금지했으며, 이런 조치들은 60일 간의 의견 청취 기간을 거쳐 발효될 예정입니다.
미국의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미 재무부가 북한에 대해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스탠튼] “North Korean banks can not use New York banks, more importantly other banks like Chines banks…….”
북한이 미국 금융체제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더 중요한 것은 북한과 관련 있는 중국의 은행 등 다른 은행들이 미국에 개설한 대리계좌를 이용해 송금을 할 수도 없게 됐다는 겁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겨냥한 매우 강력한 ‘세컨더리 금융제재’로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특정 국가의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스탠튼 변호사는 중국 은행들도 미 재무부의 이번 조치를 준수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세컨더리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의 윌리엄 뉴콤 객원연구원은 국제금융기관들이 경각심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뉴콤] “It will make a lot of international banks think twice…”
미국 은행들과의 관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많은 국제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국제금융거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뉴콤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秘話/대화에 눈멀어 허무하게 끝난 BDA 금융 제재의 內幕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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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6-03, 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