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의 개(犬) 사랑

진도와 방울이
박정희 전기 13권 中

박 대통령의 친척과 측근 인사들은 김재규의 ‘背恩忘德(배은망덕)’을 말할 때 “개보다 못한……”이란 표현을 쓴다. 인간을 차별하지 않았던 박정희는 평소 개에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통령 시절에도 방울이가 자신의 의자에 앉아 있으면 쫓아내지 않고 그 옆자리에 가 앉았다. 더운 여름날 방울이가 혀를 빼물고 헐떡거리면 대통령은 자신이 부치던 부채로 방울이에게 바람을 보냈다.


5·16 전 `朴 장군은 신당동에서 살 때 ‘와이마루너’라는 독일産 경기견을 ‘와이마루’라 부르며 키웠다. 아내 `陸英修는 이 개가 새끼를 낳으면 시장이나 蓄犬舍(축견사)에 팔아 집수리 비용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금도 신당동 집에 남아 있는 벽돌담과 채양은 이 강아지 판매대금으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와이마루는 여섯 차례가량 새끼를 낳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9일장 기간에 청와대 본관 2층에 혼자 남은 방울이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을 항상 쫄쫄 따라다니던 스피츠 수컷 방울이는 대통령을 찾아 침실과 前室을 기웃거렸다. 나중에는 대통령의 슬리퍼가 놓여 있는 곳에서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2층 침실의 문만 열리면 대통령이 나타난 줄 알고 꼬리 치며 달려갔다가 이내 시무룩해져서 돌아오기도 했다.


방울이가 본관 2층의 주민이 되기 전에는 한 마리의 진돗개가 살고 있었다. 아내를 잃은 박 대통령은 허전한 공간을 메우기 위해서였던지 개를 키우려고 했다. 1975년 무렵 전남 진도 군수가 상납한 것은 황구와 백구라고 불린 진돗개 수컷 두 마리였다. 全錫濚(전석영) 총무비서관과 朴鶴奉(박학봉) 부속실장이 두 마리의 진돗개를 목욕시킨 뒤에 2층 내실로 데리고 올라갔다. 대통령은 백구를 선택했다. 이름은 ‘진도’라고 붙였다. 탈락된 황구는 경호경비대(경찰)에 보내져 경비견으로 쓰이다가 곧 병을 얻어 죽었다.


진도는 주인한테만 충성을 바치는 진돗개의 성격 그대로였다. 야성이 살아 있어 먹을 것을 주는 대통령을 할퀴기도 했다. 진도는 대통령에게는 절대적으로 충성했으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사나웠다. 그래서 박학봉은 이 흰둥이 진돗개를 ‘박진도’라고 놀리기도 했다. 전석영 비서관은 “각하가 아시면 어쩌려고……”라면서 눈총을 주기도 했다. 2층으로 올라가던 차지철 경호실장이 달려드는 진도에 혼이 나서 박학봉에게 구원을 청한 적도 있었다. 부속실 사람들에 대해서는 진도가 고분고분했다. 먹을 것들이 부속실을 통해서 나오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속실의 ‘미스 리’는 진도에 엉덩이를 물린 적도 있었다. 진도의 정위치는 대통령의 침실 앞 거실이었다. 의젓한 자세로 버티고 있는 진도는 든든하게 보였다.


1978년 이 진도는 박 대통령의 私邸(사저)인 신당동 집으로 下放(하방)됐다. 진도가 너무 사나워 청와대 본관 안에서 원성을 산 것도 한 원인이었다. 진도는 신당동 집 관리인 朴煥榮(박환영)의 손에 넘어갔다. 여기서 진도의 운명은 또 한 번 바뀐다. 청와대 본관 시절의 진도는 대통령의 위광을 믿고 멋대로 싸돌아다녔으나 신당동에서는 쇠사슬에 묶이는 신세가 됐다. 워낙 사나워 밥을 주는 박환영만 물지 않았으니 격리조치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도는 쇠사슬을 이빨로 빡빡 물어뜯는 등 저항도 해 보았으나 때늦은 후회였다. 박 대통령이 가끔 신당동에 들르는 날이 진도가 사슬로부터 해방되는 날이었다. 재회도 잠깐, 대통령이 떠날 때면 진도는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꼬리를 흔들고 달려가려고 했다. 울화통이 터진 생활 때문인지 진도는 신당동 집에서 1년쯤 살다가 1979년 봄에 시름시름 앓더니 죽고 말았다. 박환영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더니 “잘 묻어 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박환영은 북한산의 양지바른 기슭에 진도를 묻고는 돌멩이로 표시를 해 놓았다. 진도가 청와대에서 신당동 집으로 밀려나갈 무렵에 들어온 것이 방울이었다. 朴槿惠가 이 방울이를 구해서 육발이 수술도 해 주면서 귀여워했다. 이 방울이는 박정희 유족이 청와대를 나올 때 신당동 집으로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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