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복도 벽면 동판엔 戰死者 명단이 새겨져 있다. 미국 군인은 약5만4000명이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죽었다. 10만 명 가량이 다쳤다. 전국 병원의 전체 병상수는 약30만 개이니 그 반을 채워야 할 만한 死傷者를 낸 것이다.
전쟁기념관 벽면엔 미군 戰死者들 명단이 출신 州별로 분류돼 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주는 서부의 와이오밍이다. 약50만 명이다. 하원의원은 한 명, 상원의원이 두 명이다. 이곳 출신 戰死者 명단을 세어보았다. 58명이었다. 시골 마을 여기 저기서 초상이 났다는 이야기이다. 와이오밍이면 미국 국립공원 1호 옐로우 스톤 파크가 있는 奧地이다. 그곳 젊은이들이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 와서 목숨을 잃은 것은 힘이 약해 공산군을 혼자 힘으로썬 물리칠 수 없었던 우리의 책임이다.
미국에서 인구 기준으로 두번째인 텍사스 출신 戰死者는 2000명을 넘었다.
알지도 못한 나라의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하여 참전, 異國에서 목숨을 버린 미국인들의 숨결이 들리는 듯하다. 이들은 그 희생의 代價를 한국에 요구한 적이 없다. 參戰의 보상으로 제주도를 달라고 한 적도 없다. 오히려 전쟁 후의 한국이 부흥하도록 돕고, 요사이는 한국보다 더 열심히 北核 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이 '어리숙한' 미국이다. 1988년 무렵 한창 反美운동이 일어나던 때 한 미국인은 나에게 '우리가 한국에 와서 바보짓을 한 적은 있지만 나쁜 짓을 한 적은 없지 않습니까?'라고 항변하듯 했었다. 한국군이 이라크戰에 참여하여 수천 명의 戰死者를 내었다면, 그런데도 이라크 사람들이 한국을 저주한다면 한국인은 이라크 사람들을 어떻게 보겠는가?
오늘의 미국은 1950년대의 미국과 다르다. 1950년대의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외국戰線에서 5만 명 이상을 죽게 하고도 버틸 수 있었다. 월남戰 이후 징병제가 폐지되고 지원병제를 채택하면서 미국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서 보듯이 5000명 정도의 戰死도 견딜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지금의 한국도 생존투쟁을 벌이면서 실존적 문제로 고민하던 1950년대의 한국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 군대를 보내면서 한 사람의 군인도 희생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군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인기사업이 되고 애국심과 봉사, 그리고 희생을 강조하는 교육은 전교조 등의 발호로 거의 사라졌다.
문제는 이런 한국과 미국이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김정일 집단을 지금 상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백만 명을 희생시킬 각오가 되어 있는데다가 핵무기, 생화학 무기까지 갖고 있는 북한과 살 빼는 데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한국이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신무기를 많이 갖고 있던 월남 군대가 거지 같던 월맹군과 베트콩들에게 당한 경우, 잘 살던 아테네가 못 살던 스파르타에게 먹힌 경우, 그리고 화려한 백제가 악착 같은 신라에게 먹힌 경우가 있다.
근검 절약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인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방향의 국민교육이 절실하다. 그런 교육장으로서 가장 큰 것은 軍大이다. 군대라는 대학이다. 재학생이 70만 명, 매년 30만 명이 졸업한다.
전쟁기념관 복도에서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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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6-21, 23: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