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모 결승전의 朝靑龍을 보고

좋은 스포츠 게임을 보고 나면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영화를 본 것처럼 가슴이 뿌듯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내일은 또 어떠한 드라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죽지만 않으면 전쟁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 한다. 불구경, 물구경도 재미있다. 구경꾼들 때문에 구조작업이 방해받을 정도이다. 특히 호기심 많은 한국인들은 재난 현장에 몰려나와 무질서하게 현장을 누비고 다닌다. 1995년 여름 서울에서 三豊 아파트가 무너졌을 때는 첫날부터 소방관, 경찰, 기자, 구조대, 구경꾼, 국회의원들이 뒤엉켜 혼란을 겪었다.

스포츠는 이기고 지는 드라마이다. 전쟁을 규칙화한 게임이란 느낌도 든다. 작년은 특히 볼거리가 많았다. 타이거 우즈가 관절이 아픈 가운데서도 苦戰과 逆轉을 거듭하면서 유에스 오픈에서 우승하였다.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도전자 나달이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여 不敗의 페더러를 꺾었다. 페더러는 두 게임을 잃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섯 시간에 걸친 이 게임은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게임이라고 불린다. 북경올림픽에선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100m 경주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면서 마지막 20m를 놀면서 달리는 희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경올림픽에서 한국 야구팀이 9회말의 병살타를 얻어내 쿠바를 꺾고 기적적으로 우승한 것은 야구가 축구보다 더 재미있다는 나의 소신을 뒷받침하였다.
“가장 재미없는 야구는 가장 재미없는 축구보다 더 재미없다. 가장 재미있는 야구는 가장 재미있는 축구보다 더 재미있다.”

오늘 나는 근사한 게임을 두 개 보았다.
일본판 씨름인 스모 마지막 시합에서 대단한 드라마가 연출되었다. 요코즈나(챔피언)인 아사쇼류(朝靑龍)가 마지막 시합에서 라이벌 요코즈나 하쿠호(白鵬)에게 져서 14승1패 동률이 되었다. 챔피언을 결정짓는 재시합이 벌어졌다. 아사쇼류와 하쿠호는 몽골인이다. 아사쇼류가 압도적 돌파력으로 일본 스모계를 주름잡는 사이 하쿠호가 커 올라왔다. 최근 2년간은 하쿠호의 거의 독무대였다. 아사쇼류의 시대는 갔다는 말들이 퍼졌다. 아사쇼류는 기자들을 거칠게 대하고, 행동이 멋대로인 데다가 지난 1년간은 부상도 자주 하였다. 아사쇼류는 끝장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아사쇼류가 오늘 재시합에서 하쿠호를 밀어내고 우승하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여러분 아사쇼류가 돌아왔습니다”고 외치면서 눈물을 훔쳤다. 몽골말로 조국의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하였다.
아소 일본 총리가 관중석에 있다가 경기장으로 올라와 아사쇼류에게 우승컵을 전달하면서 챔피언을 향하여 가벼운 목례도 하였다. 오늘은 아사쇼류가 復權되는 순간이었다. 일본의 팬들은 집을 떠난 탕아가 改過遷善하여 돌아오는 것을 반기는 부모심정이었을 것이다.
일본 스모는 일본의 전통이 스며 있는 국가적 스포츠이다. 이 분야에서 최근 7~8년간 몽골인 선수가 석권하고 있다. 그래도 일본인들이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은 역시 일본인답다. 일본인들은 인간을 평가할 때 능력을 기준으로 삼는다. 능력이 뛰어나면 자신이 낳은 아들이 아니더라도 양자로 데려와 代를 물려준다. 능력이 뛰어나면 국적을 따지지 않고 공정하게 대우해준다. 실력본위의 나라가 일본임을 오늘 스모 경기장 모습에서 새삼 실감하였다.
이 스모 결승전을 중계한 NHK 아나운서는 “아사쇼류의 승리에 대한 집착이 萬難을 극복하게 만들었다”고 평하였다.

호주 멜버런에선 테니스 세계의 4대 시합중 하나인 호주 오픈이 진행중이다. 세계 랭킹 2위로 떨어진 로저 페더러가 오늘 젊은 토마스 베리드치(체코) 선수에게 2 세트를 빼앗겨 탈락 위기에 몰렸다. 페더러는 차분히 반격에 나서 내리 3 세트를 따내 逆轉勝을 거두었다.
역시 스포츠의 진정한 드라마는 逆轉에서 나온다. 逆轉하면 한국인이 長技이다. 대한민국의 61년은 逆轉과 奇蹟의 드라마였다. 이 逆轉 드라마의 주인공은 한국의 右派였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10년을 끝장 낸 우파에 대하여 좌익들이 도전하고 있다. 용산放火사건으로 機先을 잡은 것 같았던 좌익 깽판세력이 설 연휴를 거치면서 건전한 국민여론 앞에서 코너로 몰리고 있다.

좌익의 특징은 스포츠를 싫어하거나 스포츠에 무능하다는 점이다. 규칙과 법률을 깨는 게 전공인 자들에겐 스포츠처럼 당당하고 아름다운 게 영 어색할 것이다.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右派문화이다. 좋은 스포츠 게임을 보고 나면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영화를 본 것처럼 가슴이 뿌듯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내일은 또 어떠한 드라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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