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암살 작전 영화 '발키리'를 보고

외팔이 탐 크루즈(스타우펜버그 대령 役)가 히틀러 주재의 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별실에서 한 손(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으로 시한폭탄을 조립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숨 막히는 대목이다.
1944년 7월20일 東프러시아에 있던 히틀러의 전선 사령부('늑대굴')에서 작전회의중 폭탄이 터져 4명이 죽었다. 히틀러는 팔에 작은 상처를 입었을 뿐이다. 클라우스 폰 스타우펜버그 대령이 히틀러 옆에 놓고 나온 폭탄 가방을 한 참모가 발에 걸린다고 옮겨놓은 것이 히틀러를 살렸다. 스타우펜버그 대령은 회의장을 빠져나와 비행장으로 가는 길에 폭음을 듣고 히틀러가 죽었다고 믿었다. 두 시간의 비행 끝에 베를린에 돌아온 그는 후방군을 동원하여 정부시절을 점거하는 쿠데타를 사실상 지휘한다.

그러나 저녁에 히틀러의 육성이 방송되면서 쿠데타에 가담하였던 부대가 진압군으로 돌변, 스타우펜버그 대령 일파는 체포되고 현장에서 처형된다. 히틀러는 가담자들에 대한 일제 수사를 명령하여 수천명의 장교들을 피아노줄에 매다는 방식으로 교수형에 처하였다. 독일통일의 영웅이었던 몰트케의 손자도 이때 처형되었다.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연합군으로부터도 존경을 받았던 롬멜 장군은 적극 가담자가 아닌데도 자살을 강요 받았다.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든 '발키리'(Valkyrie)를 보았다. '발키리'는 바이킹의 신화에 나오는 죽음과 삶을 결정하는 존재인데, 와그너의 음악 작품에도 등장한다. '발키리'는 쿠데타 진압작전명이다. 후방군 사령부 참모이던 스타우펜버그 대령은 후방군대가 관장하는 이 진압작전을 쿠데타 작전으로 역이용하려 했었다.

주인공 스타우펜버그 대령으로 나오는 배우는 탐 크루즈이다. 스타우펜버그 대령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하여 주인공으로 선택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實話에 아주 충실하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스릴은 있는데, 극영화에서 요구되는 과장, 감동 같은 것은 적다. 5.16 군사혁명과 비교하여 보니 재미 있는 유사점이 있었다.

후방군 사령관 프롬은 히틀러 암살 음모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다. 박정희-김종필 그룹의 군사혁명 계획을 알고도 방관하였던 張都瑛(장도영) 육군참모총장을 연상시킨다. 스타우펜버그 대령은 프롬을 연금하고 그의 이름으로 군대를 동원한다. 박정희 소장도 장도영의 이름으로 혁명을 선언했다. 히틀러가 살아 있다는 것이 알려진 후 프롬은 연금에서 풀려나와 음모자들을 체포, 처형을 명령한다. 자신의 결벽을 증명하려는 짓이었으나, 결국은 음모 연루 혐의로 체포되어 처형된다.

스타우펜버그 대령은 암살實行과 쿠데타 지휘를 동시에 하려 하였다. 10.26 사건에서 金載圭가 그러하였다. 김재규는 측근들과 전혀 의논하지 않고 결행 한 시간 전에 최측근 두 명에게만 경호원 사살을 지시하였다. 정보의 누설 없이 암살은 성공하였다. 박정희 대통령과 경호실장을 암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래놓고 정권을 잡으려 하였지만 군부가 동조하지 않아 실패하였다. 암살은 의논 없이 단독범행으로 해치울 수 있으나 쿠데타에는 여러 사람들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

스타우펜버그 대령이 베를린으로 돌아올 때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이 시간에 베를린의 동지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휘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勝敗는 히틀러의 생존에서 결판났다. 당시 독일軍部에서 히틀러를 미워하는 양심세력이 없지는 않았으다 다수는 그를 숭배하였다. 民心도 마찬가지였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그의 유태인 학살 등 범죄행위가 드러난 뒤에 보통 독일인들도 '속았다'고 생각하였다.

스타우펜버그 대령 등 음모자들은 히틀러를 제거하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한 다음, 미국과 영국 등 서방과 휴전협상을 하여 명예로운 항복을 함으로써 독일이 소련군에 점령되는 사태를 막아보려 하였다. 그때 프랑스에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연합군이 쳐들어오고 있었고, 동부 전선에선 소련군이 물밀듯이 독일을 향하여 밀려오고 있었다. 독일군대는 소련군대를 훨씬 더 두러워하였다. 독일군은 전체 병력의 약70%를 對蘇戰에, 나머지 약30%를 서부전선에 배치하였다.

스타우펜버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도였다. 그는 '히틀러를 죽이지 않는 독일인은 죄를 짓는 셈이다'고 믿었다. 그의 실패로 암살음모에 가담하였던 수천명이 비참하게 죽었다. 그런 죽음으로써 독일에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음을 증명한 셈이다.

그런데 만약 히틀러 암살에 성공하여 그들이 원하는대로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독일사람들은 1차세계대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소수의 반역자들 때문에 독일이 졌다고 생각하고, 히틀러를 영웅으로 계속 추모하였을지 모른다. 히틀러가 철저히 망함으로써 새로운 독일, 즉 민주적 독일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스타우펜버그 대령은 아프리카 전선에서 영국 전투기의 기총소사를 당하여 한 팔과 한 눈을 잃고도 계속 근무하였다. 외팔이인 그가 히틀러 주재의 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별실에서 한 손(이마저 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으로 시한폭탄을 조립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숨 막히는 대목이다. 스타우펜버그 대령의 부인과 자녀들은 戰後까지 살아남았다. 부인은 수년 전에 사망하였다.

독일군이 나오는 영화는 독일군의 멋진 제복 덕분에 일단 긴박감이 넘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등장인물의 거의 전부가 독일군인이라 게르만族의 전통에 뿌리 박은 군사문화의 단면을 맛볼 수 있다. 20세기에 두 번 세계를 상대로 10년간 거의 대등하게 싸웠던 나라가 독일이다. 야성적 에너지가 넘치는 이 나라가 전쟁이 아니라 경제건설에 몰입하니 수출 세계1위국을 만들어냈다. 요사이 國家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독일이 늘 세계 1등이다. 그런 이미지 조성에 스타우펜버그 대령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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