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없는 섬마을 소년, 자사고 가다”
오늘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이다. ‘자사고’는 ‘자립형사립고등학교’의 줄임말이다. 당연히 ‘自私高(자사고)’라고 쓰든지 ‘자사고(自私高)’라고 써야 한다. ‘자사고’라고 표기하는 것은 암호만들기이다. 自社高라고 해석하여 회사에서 설립한 고등학교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기사 本文에 나온 <상산고가 지난해 처음 도입한 입학사정관 전형의 첫 수혜자가 된 것이다>라는 문장의 키워드는 모두 漢字語이다. 상산고, 도입, 입학, 사정관, 전형, 수혜자. 한자를 아는 이들은 이 단어의 뜻을 짐작으로 알 수 있다. 漢字실력이 약한 이들에겐 이 漢字語가 암호이다. 암호가 문장의 반 이상이다. 이런 글은 국어사전을 곁에 두고 읽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신문독자들이 사전을 찾아가며 읽어내려갈 리가 없으니 대충대충 읽어갈 것이다. ‘대충대충’이 언어습관이 된다. 언어는 생각은을 생각은 행동을 결정한다. 언어생활의 ‘대충대충’이 행동의 ‘대충대충’으로 나타난다. 지난 30년간의 한글전용과 한자말살은 한국인들에게 ‘대충대충’이란 DNA를 심었을 것이다. ‘대충대충’식 행동으로는 선진국민이 될 수는 없다. ‘대충대충’식 행동으로는 정직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선진국은 정직하고 정확한 국민들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자사고'라는 암호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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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2-14, 2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