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애국충신" 조총련과 만나는 사람들

조총련, "우리의 진정한 조국은 오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민예총과 같은 문화단체가 재일(在日) 조총련 계열과 잦은 회합을 가지는 대목은 눈 여겨볼만 하다.

 

■93년 10월 일본에서 최초의 남북미술교류인 코리아통일미술전이 열렸다(10월12~17일 동경 10월18일~23일 대판). 이는 92년 7월 일본 동경국립미술관에서 열린 JAALA(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연대회의) 초대전에 민예총 작가들이 초청을 받아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북한작가들은 당시 초대전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민예총 작가들과 조총련 계열 작가들의 합의로 이듬 해 코리아통일미술전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후 민예총과 조총련 계열 작가들의 교류는 상례화 됐다.

 

■예컨대 2003년 8월6일 서울 인사동 물파 아트센타에서는 남북, 재일동포 서예인들이 공동전시한 「민족서예교류전」이 개막했다. 민예총이 주최한 이 교류전은 북한 고려서예연구회 소속 작가 서예품 11점, 재일본 고려서예연구회 작가 28명의 서예품 51점, 남한 한국민족서예인협회 작가 35명의 68점 등이 전시됐다.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 중앙상임위원회 서예부 부장 김광성 등 조총련 계열 서예가 21명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작품을 설명했다.

 

■2005년 8월4일에는 조총련 계열 미술가 홍영우, 고삼권의 작품이 서울 인사동과 제주시에서 연이어 전시됐다. 홍영우는 북한정권에게서 공훈(功勳)예술가와 인민(人民)예술가 칭호를 받은 인물이다. 인민예술가 칭호는 소위 주체적(主體的) 문예사상 강화에 크게 이바지한 예술가에게 내려지는 1급 칭호이며 공훈예술가는 인민예술가 다음으로 사회주의(社會主義) 민족예술을 발전시킨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칭호다.

 

2008년 2월22일 민예총은 제16회 민족예술상 단체상에 노래패 「우리나라」를 지정했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조총련 계열의 민족학교를 찾아다니며 『우리학교는 우리고향이다』를 비롯한 많은 공연을 통해 이른바 『민족학교라는 구체적 현실 속에서 구체적 실천의 장을 열어냈다는 것』이 인정받았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재일동포 탄압에 맞서 동포사회와 민족학교에 힘을 주고 그들의 중요성을 알려내기 위한 활동과 일본 순회공연을 매년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조총련, 『우리의 진정한 조국은 오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서울에서 「문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뤄지는 민예총-조총련 회합은 북한정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특효약(?)이다. 조총련이 어떤 의도로 이런 사업을 벌이는지는 조직의 실체를 보면 알 수 있다.

 

조총련은 反국가단체이다. 북한에 사는 주민이 선택(選擇)의 여지없이 김정일에게 충성해야 하는 것과 다르다. 조총련은 일본, 대한민국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스스로 선택한 이들이다. 조총련계 한인은 대부분 북한(北韓) 국적을 보유, 민단(民團)계 한인이 남한(南韓) 또는 일본(日本) 국적을 갖는 것과 구별된다.

 

조총련의 첫 번째 기능은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기지 및 대북(對北) 자금창구 역할이다. 이들은 스스로 김정일의 『애국충신(愛國忠臣)대오』를 자처한다.

 

91년 조총련이 발간한 단체소개서 「총련」을 보면, 『총련은 결성 첫날부터 재일동포들의 어머니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열렬히 지지하고 그 두리에 각계각층 동포들을 총결집시켜 조국을 옹호하며 그의 륭성번영에 이바지하는 것을 기본과업으로 규정하고 민족애국운동을 힘차게 벌려왔다(40p)』고 밝히고 있다. 예술이건 뭐건 소위 민족애국운동, 즉 북한정권의 적화통일(赤化統一)을 위해 동원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우리의 진정한 조국은 오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강점하고 있고 미제의 식민지로 되고 있는 남조선은 우리의 진정한 조국이라고 할 수 없다(41p)』고 덧붙이고 있다.

 

또 활동원칙으로 『주체의 원칙』을 첫 번째로 내세우는데, 이에 대해 『총련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원수님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령도 밑에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고 모든 활동을 벌리고 있다』고 적고 있다.

 

예컨대 조총련은 2007년 1월1일 소위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에게 보낸 축하문」을 통해 『총련은 장군님을 하늘땅 끝까지 믿고 따르는 참다운 애국 충신의 대오로 꾸려 나가겠다』『강성대국 건설과 통일 위업 실현에 더욱 특색 있게 이바지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조총련 내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집중 학습돼 대남(對南)적화공작을 벌이는 1천여 명 규모의 소위 「학습조」라는 조직도 있다. 「학습조」는 2002년 소위 북일정상회담 당시 김정일의 지시로 해산됐으나, 2005년 다시 조직돼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민족교육의 목적은 주체의 세계관 세우는 것』>

 

국내 좌파의 대표적 조총련 지원 이벤트는 소위 「민족교육」내지 「조선학교」, 즉 조총련계 학교 지원 선동이다. 현재 70여 개에 달하는 조총련계 학교는 김일성 주의(金日成 主義) 혁명사관 교육, 시대착오적 친북(親北) 교육, 일본사회 不적응 교육 등으로 조총련계 한인들로부터도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총련 소개서 「총련」은 민족교육에 대해 『총련과 재일동포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원수님의 올바른 령도와 조국의 따사로운 배려 밑에 온갖 난관을 이겨내며 민족교육사업을 발전시켜왔다(71p)』며 『민족교육, 조선학교의 목적은 모든 재일동포자녀들을 주체(主體)의 세계관이 서고 지덕체를 겸비한 참다운 조선사람으로, 자기 조국과 민족의 륭성발전을 위하여 이바지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로 육성하는 데 있다.(75p)』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체의 세계관은 물론 주체사상, 김일성주의 세계관을 가리킨다.

 

소위 「민족교육」은 조총련의 폐쇄적 조직과 활동을 지탱해 온 에너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조총련이 일본인 납치 등 각종 不法행위로 수세에 몰리자, 조선학교 간 통폐합이 추진되고, 교사 급여도 지불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학생 수도 70년대에 비해 3분의 1이하로 격감한 상태이다. 「민족학교」 쇠락으로 조총련 동반몰락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번엔 남한의 좌파가 나섰다. 소위 『민족학교 살리기』에 발을 벗고 나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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