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민주화란 탈을 쓴 경제관제화(官制化)

경제가 지나치게 관제화되면 자유시장 경제가 갖고 있는 경제 주체들의 창의성의 질식, 경제효율성의 저하, 투자의욕의 감퇴 등을 초래

경제민주화, 민주화란 탈을 쓴 경제관제화(經濟官制化)

경제민주화란 명제를 놓고 정치권, 경제전문가, 일반시민 모두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 공방을 보노라면 때로는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 못한 채 소리만 시끄러운 경우도 있고, 경제민주화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불분명한 경우도 있음을 알게 된다. 짧은 글에서나마 경제민주화의 의미, 그 공(功)과 과(過),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논란이 심한데서 들어나듯 경제민주화는 한마디로 단순히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로 내린 정의를 보노라면 다음과 같은 정의가 있다. 경제민주화란 기업의 주주들로부터 노동자, 소비자, 원료 공급자, 이웃, 그리고 대중과 같은 광범위한 관계자들에게 기업경영 결정권을 옮기려고 하는 사회경제철학이다.

사실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경제 제도에서는 그 사회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여 능력껏 성취하고 살아간다. 그런 의미로 보면 자유시장경제제도 그 자체가 경제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자유시장경제 제도에서는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경제주체의 자율성을 존중하다보니 부의 불균형,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독과점, 양극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고쳐보려 정부가 나서서 규제 조정을 하려하니, 사실 경제민주화는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의 관제화(官制化, economic bureaucratization)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경제관제화가 민주화란 탈을 쓰고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제관제화가 심화되면 사회주의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경제민주화(economic democratization)는 경제의 사회주의화(economic socialization)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얼핏 들으면 매우 매력적인 단어이다. 민주(民主), 백성이 주인이란 말 얼마나 매력적인가. 민주화란 말은 누구나 쓰기를 즐겨한다. 그러다보니 이 단어처럼 남용되고 오용되는 단어도 드믈 것이다. 우리 영토의 북쪽반을 점령하고 있는 공산집단도 그 명칭을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호칭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그 내면에는 독재, 인권유린, 관권의 극대화 현상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도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그 표면을 벗기고 보면 민주화가 아니라 관제화(官制化) 즉 관의 규제하에 경제가 상당 부분 놓일 수 있는 점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지나치게 관제화되면 자유시장 경제가 갖고 있는 경제 주체들의 창의성의 질식, 경제효율성의 저하, 투자의욕의 감퇴 등을 초래하기 쉽다. 그러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전체 경제의 규모가 위축되게 된다. 그런데 왜들 이렇게 경제민주화를 놓고 시끄러운가.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경제민주화를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처럼 꺼내들고 휘두르려 한다. 물론 고삐가 완전히 놓인 자유시장경제는 그 파생물인 독과점등으로 자유시장경제가 추구하는 경제효율성이 위축되는 등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에 매달리는 또 다른 이유는 정치에서는 1인1표의 투표방법에 의해 당락 또는 집권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1인1표 제도는 소득의 높고 낮음, 교육수준의 높고 낮음, 기업규모의 크고 적음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각각 1표씩 던지게 되어 있는 제도이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은 보다 더 많은 표를 모으기 위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경제민주화를 더욱 표방(標榜)하고 있다.

그러면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정치권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우선 정치권이 무엇을 문제로 보고 있는가를 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부와 소득분배의 불평등, 높은 청년 실업률, 높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지배율,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재벌지배구조의 세습과 권력남용 등을 문제로 보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경제적 평등 향상을 위해 상박하후(上薄下厚)로의 세법의 개정, 금산분리의 강화, 대중소기업간의 상생 협력촉진, 하도급시 대기업의 횡포금지, 공정거래를 위한 집단소송제의 확대, 대기업의 상호순환출자규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면 1인1표를 등에 업고 자율시장경제체제에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이 나라를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인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경제문제는 투표용지 1인1표 대신에 돈이란 투표용지를 능력에 따라 많이 또는 적게 시장에 던진다. 그러다 보니 정치 논리와 경제논리에 충돌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자유시장경제질서가 작동하도록 경제주체들에게 기본권을 보장해주고 있다. 헌법10조에서 계약자유를 포함한 경제활동의 자유, 15조에서 직업과 영업의 자유, 23조에서 사유재산과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윤리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 될 수 있다고 헌법 37조2항에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 조항은 자율과 권리가 제한 될 수 있어도 그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 자유와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동시에 제한 할 수 있다는 규정은 헌법 37조로서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다시 119조가 등장해 37조의 내용을 반복 하는 것은 경제민주화란 매력적인 단어를 등장시키기 위해서 한 정치적 배려인 듯도 하다. 이리하여 헌법119조가 경제민주화와 관련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때 경제민주화가 경제사회주의화 임을 알고 떠들어대고 있는지 궁금하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책과 그 유용성의 한계

우리는 과연 이 규제와 조정이 얼마나 우리 삶에 도움이 되나 그리고 그 부작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과 기업의 균형 있는 경제성장 및 안정, 적정한 소득분배의 유지, 경제력 남용의 방지 등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이 필요함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균형, 적정, 남용방지 등의 표현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경제주체만을 규제하고 조정하는데 만 적용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관권도 균형 있고 적정하게 적용되고 남용이 안 되도록 하는데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가 유의해야할 몇 가지 사안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은 사안들이 있다. 우선 염두에 둘 것은 헌법 조항에 “규제 조정을 할 수 있다.” 라는 표현은 “규제 조정해야 한다.”와는 엄연히 다른 사실을 인지하고 규제와 조정이 당연한 일인 듯 남용하지 말아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첫째, 부와 소득분배의 불평등에 관해 생각해보자. 부와 소득의 지나친 불균형은 사회의 불만세력을 키우게 돼 사회적 불안을 초래 할 수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산업이 생산해 내는 제품에 대한 유효수요를 축소시키기 때문에 산업성장을 위해서도 지나친 소득 불균형 또는 양극화 현상은 수정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누진세를 이용한 소득재분배 정책은 매우 신중히 고려할 사안이다. 우리 경제는 성장하고 전체 파이의 크기를 크게 해야 한다. 비록 그 파이를 나누어 먹을 때 어떤 이에게는 큰 조각이 어떤 이에게는 작은 조각이 차례가 가더라도, 전체 파이의 크기가 커지면 큰 파이의 작은 조각이 작은 파이의 큰 조각보다 더 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득의 차이는 있다하더라도, 전체 경제성장에 방해가 안 되는 범위에서 소득 재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경제적 평등을 성취하겠다고 인민들에게 약속을 한 공사사회주의 국가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해지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예를 들자면 북한의 김정일이나 김정은은 명목상으로는 아마 탄광의 광부와 비슷한 급료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호화로운 삶은 북한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평등을 달성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에서든 지나친 소득재분배는 근로의욕의 감퇴를 초래한다. 많은 세금을 내야만 하는 고소득층은 열심히 일 해봤자 세금으로 빼앗기는데 왜 열심히 해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복지 혜택으로 전이소득(轉移所得)을 받는 저소득층은 일 안해도 먹고사는데 왜 열심히 하나라는 마음으로 일을 덜하게 된다.

둘째, 높은 청년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고용할당제를 고려하고 있지만, 인위적인 고용할당제보다도 왜 청년실업자가 많은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전 세계 최고의 인구대비 대학생 수, 세계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로 인한 대학졸업자의 양산은 높은 청년실업율의 원인이 아닌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수십만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으며 이들은 지금도 궂은 일 마다않고 일 하고 있으며 이런 일을 하려 한국에 입국하고자 하는 근로자가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대학을 졸업한 우리 청년들은 화이트 컬러(white color)일자리를 원하지 블루 컬러(blue color)일은 안하려한다.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수출 가능한 전문인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엔지니어가 됐던, 에코노미스트가 됐던, 아티스트가 됐던 우리 대학들이 해외로 수출 가능한 품질의 학사(BA 또는 BS)를 생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사로 생산해내지 말고, 공장에서 블루 칼러 일이라도 하게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정책을 재검토 개혁하는 방향으로 청년실업률 해소를 도모해야 한다.

셋째, 금산분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금산분리를 안하면 기업의 은행 사금고화 가능성이 있고, 기업의 위험추구경향이 금융에 영향을 미치며, 경제상황이 나쁠 때 금산이 함께 붕괴할 수 있고, 불공정한 경쟁을 유발 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세계 100대은행 주주 292개 산업자본 89%가 은행 주식4% 미만 을 지배하고 있음과, 미국 이태리 캐나다 호주등이 금산 분리정책을 쓰고 있음을 인용 금산 분리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금산분리 정책에 대한 판단은 산업자본의 금융업지배가 경제성장과 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대기업의 금융업참여로 국내금융의 경쟁력강화 가능성, 금산결합으로 인한 규모경제와 같은 시너지효과와 글로벌 투자은행의 발판마련 가능성에대한 검토도 이루어 져야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은행외에 국민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제일은행등은 이미 50%이상이 외국자본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런 터에 가장 엄격하고 획일적인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에 대한 지배를 4%이하로 축소하려는 노력은 조심스럽게 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주먹구구식으로 9%는 높으니 4%로 낮추자하는 식의 결정은 지양돼야 한다.

넷째,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는 대기업의 독과점력으로 인한 시장의 지배가 문제일 것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 분야로의 진출, 하도급 대금 결정시의 단가 하향 강요, 대형 마트의 재래시장 및 소형마트의 시장 탈취 등의 문제로 부각되는 모양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공정거래법의 적용, 독과점에 대한 규제, 중소기업의 적합 업종에 대한 분류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더 좋은 품질의 물건을 싼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나 등이 고려돼야 한다. 어찌됐던 이들 문제의 해결책이 우리 전체경제의 성장과 효율성 제고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적용되도록 지혜가 발휘돼야 한다.

다섯째, 재벌 총수의 세습경영과 순환출자에 대한 제한과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논의되고 있다. 순환출자에 대한 제한은 한 기업의 부실이 다른 기업의 부실로 연결되는 도미노 현상의 방지를 염두에 두고 논의돼야 한다. 반면 자주 거론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란 명제는 과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 전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 잘 검토된 후 논의돼야 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을 때, 소유주가 아닌 고용사장이 자신의 실적을 소유주(주주, 이사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단기이익증대 만을 위해 노력한다면 어찌될까도 고려해야한다. 과연 소유주가 아닌 고용 CEO라면 단기적 손해가 있더라도 장기적 이윤을 위해 투자를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소유주가 아닌 고용 CEO가 삼성전자를 경영하였더라면 삼성의 IT 산업을 위한 오랜 기간의 투자가 가능 했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세습경영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재벌은 그 역사가 짧아 아직 2세 CEO들이 경영일선에 있지만, 세월이 흘러 3세 4세로 내려가면 골치 아픈 경영보다 삶을 즐기려는 세대가 등장하게 돼 분리하라고 법적으로 요구 하지 않아도 소유와 경영은 자연스럽게 분리될 것이다. 재벌경영권이 세습됨을 배 아파 할일이 아니라 이들이 제대로 경영을 하도록 공정거래법의 적극적 적용을 하도록 함이 중요하다. 이때 우리는 재벌이 잘되고 경영권이 세습되어 부유하게 사는 것이 나의 가난의 원인이라는 있어서는 안 될 착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위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 자주 등장하는 사안 몇 가지에 대해 논의를 시도해 봤다. 이외에도 더 많은 사안이 있으나, 그에 대한 논의는 심도 있는 토론의 장에서 다루어 질 수 있다.

맺는 말

경제민주화 매력 있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잘못 적용 시행해 나가다가는 경제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사실 자유시장경제제도가 잘 운용되도록 그 부정적 부작용 부산물을 없애도록 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한다. 우리 속담에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표현처럼 소뿔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우리는 병을 고치려 약을 쓴다. 그러나 약도 남용하면 독이 된다. 시장 내에서 일어나는 시장기능의 부정적 측면을 고치기 위해 정부의 규제 조정이 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지나친 자유방임이 남용되면 독이 되듯, 정부의 규제 조정이 남용되면 경제에 독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민주화한다고 하는 정부의 규제와 조정이 남용 안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지나친 경제민주화는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사실이다.


이 경 원, 재단법인 송암 이사장
http://www.songam.org/index.asp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