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武星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은 경제활력을 되찾고 국가혁신을 위해 국력을 집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金 대표는 이렇게 운을 떼고 “한국은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비판으로 신년사의 3분의 1을 채웠다.
미국이나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은 북한과 같은 적국(敵國)을 제외하고 공식석상에서 이처럼 우방국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나 비난을 하지 않는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증오는 마음에서, 경멸은 머리에서 나오지만, 이 두 감정은 어느 것도 억제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金 대표의 신년사를 보면 일본에 대한 경멸감이 엿보인다.
외국의 실패 사례를 이렇게 오래 인용하는 건 여당 대표로서는 분별력이 부족한 행위란 평이 있다. 만약 아베 총리가 한국의 안보 불감증을 걸고 들어가 '일본은 한국을 닮지 않아야 한다'는 말로 新年 기자회견을 시작한다면 한국 정부와 언론이 가만 있을까? 일본은 아무리 두들겨도 좋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데서 큰 실수의 함정이 있다.
일본 경제와 관련된 金 대표의 발언 일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내수침체에 따라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이에 따른 엔고(高)는 고비용 구조를 정착시켜 제조업의 붕괴를 가져왔습니다.”
▲ “일본 경제의 최대 취약점은 국내총생산(GDP)의 245%에 해당하는 막대한 국가부채입니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는 1991년 당시 국가부채가 GDP의 68% 수준이었으나, 재정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 20여년 만에 통제를 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디플레이션 늪에 빠진 20년’으로 자산가격 하락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이었습니다.”
▲ “일본은 1992년 총부양률이 43.3%로 저점을 통과했고, 한국은 20년이 지난 2012년 36.8%를 기록한 이후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장기불황이 시작될 당시 이를 단순한 경기하강으로 오해했고, 부적절한 정책을 남발하면서 대응시기까지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 “공공개혁의 경우 정치 리더십 실종으로 인한 정관유착으로 과잉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에만 집착한 결과 나라 빚만 늘어났습니다. 특히 ‘골치 아프면 뒤로 미룬다’는 관행으로 인해 공무원연금 개혁은 30년이 걸렸고, 지난해말 예정됐던 의료보험 개혁안 공표는 연기됐습니다.
▲노동개혁의 경우 (일본은) 정규직 과보호의 철옹성을 깨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일자리 늘리기에만 집착하다가 근로자의 37%가 비정규직이 되는 ‘일자리 양극화’를 초래했습니다. 소득도 낮고 희망을 잃은 비정규직 양산은 내수가 침체되고 불황이 계속되는 원인이 됐습니다.
▲금융의 경우 과도한 규제와 낙하산으로 대표되는 관치금융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해졌습니다. 1990년 당시 세계 10대 은행 중 6곳이 일본계 은행이었으나, 20년이 지난 현재 10위 안에 1곳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일본 대학의 경우 젊은 층은 줄어드는 데 대학 숫자는 늘어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전체 대학 가운데 30% 가량이 적자 속에 허덕이며,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학부문 구조개혁은 정부의 의지부족과 대학재단 및 교수단체 등 이해집단의 저항 때문에 실패했습니다...(중략) 한국은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韓전경련·日경단련 “일본경제 회복하고 있다”
金武星 대표의 발언만 보면 일본 경제는 언제든지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실상은 金 대표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가 결실을 맺도록 정책을 성장시키겠다. 모든 국민들이 아베노믹스의 혜택을 느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국내 경제전문 분석 기관의 자료를 보면 ‘올해부터 일본 경제가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의 경단련이 발표한 대기업 연말보너스 최종 집계치에 따르면 전년대비 5.26% 증가한 84만8405엔으로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성장으로 돌아섰다. 
전경련과 경단련(經團連)은 지난 달 1일 제24회 韓日재계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양 단체는 최근의 韓日 경제정세와 관련하여 <한국 측은 일련의 경제정책이 주효하여 경제가 상승국면이라고 보고했으며, 일본 측은 아베노믹스의 3대 정책을 통해 일본경제가 회복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韓日양국의 최대 경제단체 모두 일본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日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日 경제, 하반기 본격 회복할 것”
이외에도 일본의 미쓰비시 종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5년 일본 경제는 하반기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비가 전년대비 1.5% 증가하고 설비투자가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소비 2.7% 감소와 투자 1.7% 증가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GDP성장률도 0.7% 감소에서 1.6%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아베노믹스 이후 일자리가 늘고 올해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인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지난해 11월 유효구인(求人) 배율은 전월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1.12배를 기록했다. 이는 1992년 5월의 1.13배 이후 22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유 가격의 하락도 일본 경제 회복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이후 일본의 엔화는 달러대비 20엔 하락했고, 油價는 배럴당 40달러 하락했다. 이는 일본 실질 GDP성장률은 0.3% 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西歐는 日경제를 롤 모델(role model)로 삼아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美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항상 일본 경제를 비판했던 대표적 서구학자인데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 그리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 등을 통해 “한때 서구 경제학자들이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대상으로 취급했던 일본 경제를 이제는 롤 모델(role model)로 삼아야 할 정도”라며 “과거 일본 경제를 비판했던 서구 경제학자들도 東京에 가서 천황에게 사과해야 할 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原文: I’ll be writing more soon about what’s happening in Japan now, and the new lessons the West should be learning. For now, here’s what you should know: Japan used to be a cautionary tale, but the rest of us have messed up so badly that it almost looks like a role model instead.)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西歐 경제는 1990년대 일본 경제보다 위기 대응을 못하고 있다. 일본은 西歐만큼 깊은 경기침체로 빠져들지 않았고 침체 기간에도 1인당 소득을 대체로 향상시켰다”면서 오히려 위기 대응에 무능한 西歐 경제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했다.
反日이 일상화되어 ‘全知的 작가시점’으로 글을 쓰고 말하는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한다. 한국 정치인들의 이러한 知的능력의 퇴보는 일본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