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망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인도네시아가 안정속에서 발전하고 있는 덕분이다. 정부교체와 대통령 선거도 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인종, 종교 분규도 수습되었다. 세계최대의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과격한 면이 거의 없다.
인도네시아는 섬이 1만7508개나 되고 인종은 300, 언어가 742 종류이다. 이런 나라가 통일국가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2004년엔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도 등장했다. 장교 출신인 유도요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골칫거리이던 동티모르 독립, 아체지역의 폭동, 2004년말의 쓰나미 피해를 잘 수습하고 연간 경제 성장률이 5%가 넘는다. 수하르토에 대한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집권층은 그를 투옥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가 안정될수록 수하르토에 대한 평가도 높아져 그가 죽었을 때는 대통령도 참석한 國葬(국장)이 되었다.
군 지휘관이었다가 1965년에 공산당의 쿠데타 음모를 진압하고 집권하여 1998년에 민중봉기로 물러날 때까지 수하르토는 부패한 면도 있었으나 이 복잡하고 거대한 나라를 통합시키고 경제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때 충실해진 國力이 오늘날의 안정과 발전, 그리고 민주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수하르토의 통치비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있다. 1988년 11월10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盧泰愚 대통령이 자카르트 메르데카궁에서 수하르토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통역만 배석한 회담에서 수하르토는 자신의 통치철학을 설명했다. 盧泰愚 대통령이 먼저 “서재가 위엄 있고, 인상적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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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르토 : 수카로노 대통령시절부터 쓰던 방인데, 그때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1965년의 실패한 공산 不發 쿠데타 이후 공산당을 불법화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공산당이 他國에 대한 내정불간섭 원칙을 위배했기 때문입니다. 1965년 불발쿠데타를 지원했던 중공과는 그때 단절된 외교관계를 회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나,“하나의 중국정책'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중공의 對인니 태도의 근본적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1965년 쿠데타 이후 중국 공산당은 중국 내외의 쿠데타 殘黨에 대한 지원을 철회한다는 분명한 태도 표시가 없으며, 중공측의 명시적 입장표명이 없는 한 단순히 우호관계라는 뜻에서 국가적 원리원칙을 희생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印尼(인니)는 국가경영의 3대 원칙이 있습니다. 즉 국가의 안전, 경제개발과 富의 균형분배입니다. 그것은 상호 연관된 것이지만, 인니 국민은 국가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국가안전 없이는 경제개발이 없고, 경제개발 없이는 富의 분배가 아니라, 가난의 분배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국가의 안전은 이념, 종교, 정치, 경제, 사회 제 분야에서의 대내외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국민적 저력(National Resilience)에 기초하는 것입니다. 국가의 주권과 영토보존을 위하여 국민적 저력이 필요하며, 2차 대전 이후 여러 사례에서 국가의 존망은 단순한 무력보다 이념적, 정치적 단결력에 더욱 좌우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독립투쟁, 월남, 캄푸치아 전쟁 등에서 우리는 국민적 저항정신이 외부의 무력침공을 이겨낸 것을 보았습니다. 인니의 경우 화란제국주의 군대에 대항하여 죽창으로 싸웠고, 戰後 알제리아, 월남도 강대국을 물리쳤고, 최근 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을, 캄푸챠는 월남에 성공적으로 저항했습니다. 월남은 불행히도 자신이 미국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캄푸챠에서 살리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국민적 저력이론(Doctrine of National Resilience)이 국가의 독립과 영토보존을 보장하는 것이고, 국민적 자신감과 不敗의 정신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체제는 국민의 선출에 의한 대표로 구성된 의회가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 국민의 희망에 따라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대통령을 선출하여 이를 집행토록 합니다.
인니는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경제개발을 위하여 일련의 장기개발전략을 시행하고 있는 바, 명년부터 제5차 5개년 계획이 시행될 것입니다. 이 계획의 목표는 확고한 농업의 기초 위에 제조업을 육성한다는 것입니다. 금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인니 인구는 1억 7,500만에 달합니다. 그의 대부분은 농민이며,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이 있었는데, 과거에 헥타르당 수확이 2톤이던 것이 4톤 내지 8톤까지 올라갔습니다. 농업을 위한 비료생산도 제1차 계획시행 당초 1969년에는 10만 톤이던 것이 현재는 500만 톤으로 증대되었습니다. 이를 통하여 과거 최대의 米穀수입국가였던 인니가 자급자족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농업분야 발전을 기초로 하여 단계적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처음에는 농업관계 산업, 다음으로는 원료가공산업 그리고 기계공업 등의 순서입니다.
공업은 관련 분야별로 추진하고 있으나, 그간 원유가격 하락으로 인한 외환수입 감소로 약간의 차질이 있었습니다. 주력 제조업분야는 제철산업, 알미늄, 프라스틱 등입니다.
농·공업 외에도 여러 가지 사회간접 시설의 확충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群島국가임으로 특히 항공기제조 및 조선분야가 주요하며, 통신산업과 발전시설 확충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인니의 에너지정책 기본은 원유와 가스는 가급적 수출하고, 국내 에너지는 수력발전과 석탄을 이용한 火力발전을 위주로 하는 것입니다.
원유와 LNG수출이 대단히 주요한 바, 일본, 대만과 함께 한국이 많이 수입해 준데 감사합니다. 인니는 LNG 최대생산국으로 막대한 잉여분이 있는데, 이미 합의된 장기공급분량 이상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나 공급할 수 있습니다.
KODECO가 참여한 한·인니 석유공동개발계획은 원유산출량이 체감하고 있으나, 가스는 유망한 듯한데 한국측이 좀더 투자할 용의가 없는지?
자동차산업도 육성되어 화물차, 승용차가 생산되고 있으나, 일본과의 합작인데, 내수용으로 조건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한국측과 합작을 원합니다. 대우자동차가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수용과 제3국 수출을 함께 하면 양측에 모두 유리한 조건이 될 것입니다.
이상 대충 말씀드렸지만, 양국간 무한한 합작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노동력이 저렴하고, 근면하며 능률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제3국 수출을 위한 제품생산이 특히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대통령 :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각하의 1982년 방한으로 양국관계가 많이 강화되었고, 올림픽 후 방문토록 초청해 주신데 감사합니다.
국가경영에 관한 경륜, 특히 국가안전, 경제발전과 복지에 관한 말씀 인상적이며, 큰 나라를 영도하시고, 구체적으로 세밀한 구상까지 하시는 데 경의를 표합니다. 인니의 ASEAN 중심외교와 국민적 저력에 관한 말씀, 국가지도 이념과 국제관도 좋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우리의 경우 남북한 분단은 역사적 비극입니다. 2차대전 후 인니는 국민이 단합하여 독립을 한 것이 부러운데, 불행히도 우리는 초강대국에 의해 분단되었습니다. 이념대결은 전쟁을 불러 일으켜 많은 피를 흘렸고, 그후 35년간 적대적 대립관계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한국민은 이제 더 이상 분단을 감수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올림픽을 민족적 화합의 계기로 삼고자 하였으나, 북한은 우리의 수 없는 따뜻한 초청에도 불구하고, 세계 160개국이 참여하는 데도 유독 불참하였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심지어 공산권 내부에서까지 고립을 자초하게 되었고, 이런 극도의 폐쇄와 고립은 새로운 비극을 잉태하는 것으로 그런 궁지를 탈피하기 위하여 외부도발의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우리는 설사 이념은 다르지만, 동일민족이라는 관점에서 적대관계를 협력관계로 승화시키고자 아무런 조건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는 등, 공개, 비공개의 여러 방식으로 전진적 제의를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북방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중·소 동구권 등이 우리를 이해하고, 문화, 경제교류를 원하고 있으며, 헝가리는 외교관계까지 수립하였습니다. 이러한 북방외교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기본정책에 관하여 지난번 유엔에서 연설하여 모든 나라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유엔연설에서 남북한과 일, 중, 미, 소를 합하여 6개국으로 동북아 평화협의회의를 구성하여 이 지역의 안전과 협력을 강구하자고 제의하였는데, 레이건 대통령과 일본 정부는 이를 적극 지지, 소련은 비공식으로 찬동, 중공은 공개적으로는 거부하였으나, 내심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니의 이해와 지지를 바랍니다.
동북아와 동남아의 여러 나라는 수평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인니와 한국은 외국의 지배라는 공통의 역사적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인력과 자원을 잘 결합한다면 어느 지역에 못지않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는 전세계 인구의 2/3와 GNP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20세기말에는 GNP 비중은 60%에 달할 것입니다. 서울올림픽은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인니는 광대한 국토, 자원과 인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을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한국은 자원도 없고, 가난하였으나 유일한 자산인 인력을 최대한 활용, 열심히 배우고 일해서 나라를 발전시켰습니다. 발전의 불길은 새마을운동과 같은 협동, 자조, 자립정신을 바탕으로 했는데, 이는 각하가 말씀하신 국민적 저력(national resilience)과 같은 것입니다. 30년 전 60%에 달하던 문맹률이 현재는 2%정도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녀교육에 최우선을 두었고, 해외유학을 통하여 선진기술을 도입하여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했고, 1989년부터는 제6차 5개년 계획에 진입할 것입니다.
양국간 더욱 긴밀한 교류를 위하여 항공협정체결이 요망됩니다. Bali는 매우 훌륭한 관광지였는바, 우리 국민도 89년 1월 1일을 기하여 해외여행이 완전 자유화되면 많은 방문객이 인니를 여행할 것입니다.
한국경제는 만성적 국제수지 적자로부터 탈출, 이제 흑자로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금년도 성장률도 당초 8% 계획이었으나, 11%정도 달성되고, 흑자폭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80년대 초 석유파동시 貴國에서 원유와 가스를 공급해준 것 감사하며, 유전공동개발에 성과 없는 것이 실망적이나, 앞으로 가스개발의 성공을 기대합니다. LNG의 추가구입과 관련, 말레이시아, 알래스카 등에서도 구입요청이 있는데, 그때마다 인니와의 장기공급계약 때문에 어렵다고 사양하고 있습니다. LNG 구입과 관련, 가격문제 등은 실무검토를 통하여 만족한 협의가 있기를 바라며, LNG에 대한 국내수요가 늘면 추가구입을 요망하겠습니다.
우리 경우도 쌀이 主穀인데, 그간 생산성이 높아져서 이제는 수입하지 않고 오히려 국내 잉여가 있는 형편입니다. 그것은 시비, 관개, 종자개발 등 여러 가지 기술향상이 뒷받침한 것으로서, 현대 단위 면적당 수확이 일본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농업 기계화률이 현재 60%이나, 나의 임기 중에 80%로 상승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농토면적이 워낙 제한되어 있으므로 농촌생활 향상을 위하여는 농촌인구 감축이 필요합니다. 과거 전국민의 60%에 달하던 농촌인구가 이제는 20%로 감소되었으나, 앞으로 더욱 줄여가고저 합니다. 농촌의 농외소득을 위하여 농공단지도 조성하고 있습니다. 농민보호를 위하여 상당액의 양곡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그 결과 미곡가격이 미국보다 5배 정도까지 비싸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농촌현상은 전세계적인 것으로 세계적인 농산물 잉여생산이 문제입니다. 어떤 경제학자는 우리 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농업을 전폐하고, 순수히 공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러나 단순한 산업우위만 가지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고, 국가적 견지에서 건전한 농업분야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농촌개발과 관련된 기술이나, 기계 등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공동위 등을 통하여 요청하시면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각하께 사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만, 작년도 헌법파동이 있을 때, 본인은 솔직히 내각제를 선호했고, 언론과 지식층에서도 같은 생각이었으나, 국민절대다수가 대통령직선제를 원했으므로 그 뜻을 따랐던 것입니다. 국민들은 군 출신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 많아 전임 대통령이 큰 저항을 받았으며, 이 모든 문제를 해결코자 6.29선언을 하였습니다. 현재 많은 국민들이 5공과의 단절을 요구하나, 역사의 단절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며, 좋은 점은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안정이 보장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정부는 정통성이 분명하므로 야당과도 협조가능하고, 정치는 일부 극렬 세력만 제외하고,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인, 지식인, 교수, 언론인 등 모든 사람이 참여토록 하고 있습니다. 전임자는 여러 가지 공적도 있음에도 현재는 잘못된 것만 지적되어 비난받고, 어려운 처지이나 시일이 지나면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리라 봅니다. 어떤 경우에나 정치보복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여·야 정치 지도자간 양해되고 있습니다. 사적 말씀이나 각하의 이해를 바랍니다.
수하르토 : 여러 가지 허심탄회한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공동위 설치는 타국과도 하고 있는 예가 있으며, 양국간 경협관계 협의를 위하여 필요합니다. 양국간 전반적 협의체가 되도록 설치를 검토시키겠습니다. 오늘 만나 뵙고, 개인적 친분을 나누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 안정으로 故수하르토 재평가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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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03, 1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