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論은 국가 공식 호칭인 '天皇'을 따라야

일본언론은 한국 大統領을 中統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작년 도쿄에서 李明博 대통령은 언론이 日王(일왕)이라고 표현하는 일본 天皇에 대해서 '천황'이라고 호칭했다. 물론 그 앞의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도 '천황'이라고 불렀다. 국가의 공식 호칭과 언론의 호칭이 다르다.

1980년대부터 한국 언론이 일본 天皇을 日王이라고 표기하기 시작한 것은 天皇이란 용어에 대한 불만에서이다. 대한제국 이전까지 조선은 王이라고 칭했는데, 일본은 고대시절부터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채용하지 않고 天皇이라고 불렀다. 마치 한국엔 왕이 있고, 일본엔 천황이 있으니 한국 왕이 아래로 보이는 듯이 되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日帝 때 한국인들이 現人神(현인신)으로 우상숭배를 해야 했던 昭和天皇에 대한 역사적 거부감도 강했다. 이렇게 되어 언론이 天皇을 日王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한국도 대한帝國 시절부터는 고종을 皇帝라고 칭했다. 우리가 황제를 칭하지 못한 것은 三國 시대부터 중국 王朝에 대해서 저자세를 취했고, 중국으로부터 책봉되는 형식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호칭문제로 전쟁이 일어난 적이 있다. 바로 병자호란이다. 後金은 淸으로 國號를 바꾼 다음 청태종이 황제를 자칭하고, 조선에 대해서 황제라고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조선은 明의 황제만 황제로 부르겠다고 버티다가 淸의 침략을 받아 仁祖가 삼전도의 굴욕적 항복을 하고 말았다. 최명길 같은 사람은 상대國이 불러달라는 대로 불러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으나 강경파에 밀렸다. 힘도 없는 조선은 결국 자존심도 지키지 못하고 백성 고생만 시켰다.

천황을 日王으로 격하시킨 언론은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이라고 불러준다. 김정일의 민족반역적 행위를 생각한다면 위원장이란 호칭을 떼야 하는데, 언론은 위원장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不敬罪(불경죄)라도 저지르는 일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깍듯하게 그렇게 표기한다. 그러면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뒤에는 존칭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主敵집단의 수괴인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이라고 부르면서 우방국인 일본의 天皇을 굳이 日王이라고 격하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우리 언론이 日王이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일본 언론이 한국 대통령을 中統領으로 부르진 않는다. 天皇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일본쪽의 권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日王이라고 格下(격하)한다고 해서 권위가 내려앉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의 기개나 불만을 표출하는 데는 日王 표현이 맞지만 兩國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가져가는 데는 부적절하다.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는 호칭은 불러달라는 대로 불러 주는 것이 원칙이다. 언론이 약 20년간 天皇을 日王으로 불러 한국인의 불만을 보여주었으니 이제는 국가의 공식호칭과 일치시키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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