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5일 밤 9시 뉴스엔 <한탄강댐 예정지의 ‘마지막 겨울'>이란 제목의 보도가 있었다.
'댐건설로 고향에서 마지막 겨울을 보내는 수몰민들은 그 어느때보다 쓸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라는 앵커 멘트에 이어 취재 기자는 애조 띤 설명을 한다.
<2년 뒤에는 댐이 들어설 경기도 연천의 한 마을입니다. 살얼음이 언 강여울에는 겨울빛이 완연하고 농가에서는 밥을 짓는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검은 콩 탈곡이 한창이지만 수확의 기쁨보다는 올해가 마지막 농사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수몰민들은 그 어느때보다 쓸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나 '올해가 마지막 농사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합니다'라는 보도문은 수필이라면 몰라도 기사문장으로는 문제가 있다. 수몰민들은 안타까운 마음뿐인가? 모든 수몰민들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기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여론조사라도 해보았는가? 그들의 마음 속엔 설레는 기분, 홀가분한 기분은 없을까? 희망 찬 마음은 없을까? 안타까운 마음은 수몰민의 마음이 아니라 기자의 마음이나 의도가 아닐까? 이는 일부의 의견을 전부의 생각으로 과장하는 보도법이다.
기자의 보도는 계속된다.
<마을을 떠나는 슬픔도 이루말할 수 없겠지만 주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건 당장 내년부터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상황에서 생계대책이나 이주단지 계획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댐건설이 7년여를 끌어오는 동안 수자원공사가 수용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이주대책은 뒷전으로 미룬 탓입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수자원공사가 수용에만 신경을 썼다고 하면서 생계대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한 부분이다. 토지수용에는 보상비가 나간다. 위의 보도를 들은 이들은 정부측이 보상비를 주지 않고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으로 오해할 것이다. 수자원공자 당무자의 말을 소개하는데 그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
[<인터뷰> 정상우(수자원공사 임진강 건설단 보상팀장) : '조사를 하고 난 뒤에 자유이주와 집단이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 위해 조금 늦어졌습니다.']
자유이주와 집단이주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주에 따른 경비는 누가 부담하는가? 문맥상 이주경비는 수자원공사에서 부담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대책 없이 쫓아내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 보도는 감상적으로 마무리된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는 올 겨울이 유난히 더 춥게만 느껴집니다.'
주민들중에 올 겨울이 유난히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는 한 명도 없다는 말인가? 새로운 일터와 삶터를 찾아 떠나는 인간의 심리는 이 기자가 보도했듯이 그렇게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했던 이들이 대체로 돈도 많이 벌고 출세도 했으며 자녀 교육에도 성공했다. 고향을 떠나는 것이 실패와 불행의 시작인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지난 60년의 현대사가 증언한다.
이 보도는 개인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기자의 의도에 맞춰 집단의 획일성을 유도한다. 보도에 등장하는 개인은 기사의 취지를 뒷받침하는 도구가 된다. 한국 언론의 도식적인 보도양태중 하나이다.
이 보도를 본 사람은 어떤 인상을 갖게 될까? 농민들을 몰아내는 정부에 대한 反感이 아닐까?
KBS 수몰민 보도, 수필인지 기사인지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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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28, 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