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간첩으로 몰린 李穗根이 1969년 7월2일 서울구치소에서 絞首刑(교수형)을 당할 때 참여하였던 李宗孝 신부(당시 서교동 성당)는 “태연자약했다. 참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교수형 절차를 주재하였던 서울지검 金炳河 검사도 “그는 담담했었다”고 기자에게 말해주었다.
李穗根이 교수형을 당하기 직전 집행인들이 머리에 용수를 씌우려 하자 검사를 향하여 “검사님, 연극을 그만합시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는 목격담도 전한다. 李穗根은 끝까지 사형집행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는 이야기이다. 사형집행 절차를 하나의 쇼로 본 것이란 뜻이다. '이수근은 죽는 줄 모르고 죽은 경우이다'는 논평도 전한다.
裵慶玉, 金世埈씨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李穗根은 재판을 받을 때나 사형선고를 받은 뒤에도 겁을 먹지 않았고, 사형당할 것이란 불안감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두 사람은 정보부가 “재판은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고 다 끝나면 살려서 활용하겠다”고 李穗根을 속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李씨는 자신의 범행이 國外탈출 정도이므로 사형까지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抗訴를 포기하는 것은 자살적 행위이다. 生에 대한 애착을 버렸다는 흔적이 없는 李穗根이 그런 자살적 행동을 한 것은 “항소를 포기하면 살려 주겠다”는 정보부의 회유가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해할 수 없는 抗訴 포기의 행위와 사형집행시의 ‘태연자약’한 행동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게 아닐까?
李穗根을 간첩으로 몰아죽인 金炯旭 정보부장은 그 10년 뒤 파리에서 실종되었다. 노무현 정권 시절 국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통하여 “金載圭 정보부장의 지시를 받은 당시 駐佛한국 대사관의 정보부 파견 공사가 연수중이던 中情 직원을 시켜 제3국인에게 청부하여 살해한 사건이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金載圭는 金炯旭이 실종된 20여일 뒤 朴正熙 대통령을 弑害(시해)하였다. 李穗根-金炯旭-金載圭-朴正熙의 죽음은 한국 현대사의 복잡성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형집행장에서 "연극 그만합시다"
- 조갑제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9-01-19, 10: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