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言論통제는 필요악: 美國의 사례

미국인들의 80%, 戰時 언론통제에 찬성.
CIA의 모스크바 스파이 사건을 차분하게 다루는 미국 언론/New York Times 캡쳐


■ 베트남 전쟁 당시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적(敵)의 패배를 미군의 대패로 왜곡 보도하는가 하면 전장의 잔혹성을 과대보도, 여론을 반전(反戰)무드로 들끓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베트남에서 서둘러 철수했고, 그 결과가 베트남 공산화로 이어졌다. 베트남 전쟁에서 언론이 이전의 전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이유는 베트남 전쟁이 ‘선전포고 없는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전시(戰時)에 적용되는 보도 제한 같은 것이 베트남 전쟁에는 없었다. 46,000명의 미국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수백억 달러의 재원을 소진한 베트남 전쟁은 1966년 CBS 특파원 셰이퍼(Morely Shafer)가 평가한 것처럼 ‘최초의 TV전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TV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軍과 언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軍의 언론정책은 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과 같은 수준에서 진행됐지만, TV를 통한 전쟁보도는 미국 내 반전무드의 확산과 여론분열이라는 軍이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 전쟁의 당위성과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적극적인 언론정책과 적절한 공보전략을 시행했다. 정기적인 브리핑과 함께 'Operation Condor'라는 이름하에 언론인들에게 정부비용으로 베트남을 시찰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이전의 從軍記者들이 고도의 군사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데 비해 베트남 전쟁 당시 기자들의 경우 군사지식이 전무했다. ▲軍과 언론 모두 뚜렷한 戰線도 없이 진행되는 ‘게릴라전’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다. ▲TV의 등장으로 전쟁보도에 지나친 상업성과 선정성이 드러났다(인용: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고찰>, 2009년 12월, 원광대 역사학과, 소희라, pp 19~21).

위와 같은 이유로 전쟁에 대한 냉정한 분석보도보다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들이 TV 화면을 가득 채우게 됐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軍과 언론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고 언론을 통해 전쟁을 접하는 일반 국민들마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1968년 북베트남의 ‘구정공세’는 언론이 베트남전을 대하는 시각에 큰 전환점 됐다. 미국의 언론들은 전장의 잔혹함과 미군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여과 없이 보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은 反戰여론으로 인해 베트남을 철수한다. 훗날 베트남 전쟁 美사령관이었던 웨스트 모랜드는 “우리는 전쟁에 패한 것이 아니라, 후방의 언론인들 때문에 망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군부의 자성은 후일 軍의 고도화된 통제전략을 수립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의 전쟁보도 통제는 크게 강화됐다. 전쟁현장에서 아예 기자들을 제외시키거나 軍의 의지대로 취재에 임하도록 강요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했던 부시 美행정부는 전쟁 보도와 관련해 ‘비밀주의’를 밝혔고 언론의 적극적인 협력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미국의 언론과 국민은 이에 대해 큰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전쟁 발발 시 ‘보도통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80%에 달한다.

■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후 미국은 테러 공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애국자법’(Patriot Act)을 마련했다. 미국은 이 법안에 따라 테러리즘 수사와 관련된 기록의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받은 경우, 사법기관은 통화 내역, e-메일 기록, 의료 및 재무적인 기록을 압수해 조사할 수 있다. 미국은 '절대적인 언론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이다.

프랑스의 국제언론감시 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올해 초 공개한 <2013년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79개국 중 50위를 기록, 지난해 보다 6단계 떨어졌다. 2012년에는 2011년 대비 2단계 하락한 44위였다. 1위는 핀란드였고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그 뒤를 이었다. 꼴찌로는 아프리카 동북부에 있는 에리트레아가 꼽혔다.

북한은 178위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미국은 지난해 47위에서 32위로 상승했고 일본은 53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한 정보 접근성이 불투명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대비 31단계가 하락했다.

1위인 핀란드는 뉴스가 없는 나라이다. 반면 한국은 북핵 문제를 비롯해 다종다양(多種多樣)한 ‘뉴스’가 하루에도 몇 번씩 터진다. 이번 윤창중 前 대변인 사건을 봐도 사건 관련자들의 거의 모든 개인정보가 언론과 개인 블로그, 동호회 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기밀로 취급되는 美항공모함의 부산 입항도 軍보다 민간인이 먼저(?) 알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지금 한국의 언론자유는 '방종'에 가까운 '자유의 과잉' 상태이다.

정리/김필재 spooner1@hanmail.net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