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채동욱 보도와 세계일보 정윤회 보도의 차이

조선일보의 채동욱 관련 보도는 기자가 소문을 확인해가는 과정을 통하여 사실임을 단정한 것이고, 세계일본의 비선 문건 보도는 그런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서 내용을 사실이라고 단정하였다. 檢證 여부는 특종과 오보를 가른다.
작년 9월 6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에 <채동욱 검찰총장 婚外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副題는 <11세 아들 8월말 美로 출국, 인사청문회땐 전혀 거론 안돼… 검찰 "채 총장은 否認", 蔡총장의 내연녀와 婚外아들 4월 인사청문회 하루 전 이사, 학교엔 '과학자 아버지'로 알려져 가족등록부엔 母子가정으로>였다.

이 신문은 <채동욱(蔡東旭·54) 검찰총장이 10여년간 한 여성과 혼외(婚外)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11)을 얻은 사실을 숨겨 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斷定하였다. 이어서 <본지 취재 결과 채 총장은 대검찰청 마약과장으로 근무하던 2002년 7월, Y(54)씨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고 역시 단정했다.

이 신문은 '의혹이 있다'느니 '설이 있다'라고 하지 않고 '밝혀졌다'고 단정하였다. 기사를 읽어보면 그 결론에 이르게 된 취재 및 검증 과정이 적혀 있어 독자들이 믿을 만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후속 취재를 통하여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특종으로 공인되었다.

지난 11월28일 세계일보도,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 떠돌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은 정윤회(59)씨가 자신의 비선라인을 활용해 퍼트린 루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하였다. 이 신문은 <이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이 포함된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못박고 <이 같은 사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 결과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이 이처럼 자신만만하게 나가게 된 근거는 <27일 본지가 단독입수한 청와대 내부 문건>이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지난 1월6일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동향 감찰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당시 서울 여의도 정치권에서 떠돌던 ‘김 실장 중병설’ ‘김 실장 교체설’과 같은 루머의 진앙이 어디인지를 감찰한 결과를 담고 있다고 했다.

감찰 조사에서 정씨는 이들(注-청와대 안팎 인사 10명)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과 현 정부 동향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이들 모임에는 소위 ‘비선 실세’로 불리는 이재만(48) 총무비서관과 정호성(45)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48) 제2부속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내부 인사 6명,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청와대 외부 인사 4명이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보고서는 이들을 중국 後漢末 환관에 빗대 ‘십상시’로 지칭하고 實名으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지난해 이들과의 송년 모임에서 김 실장의 사퇴 시점을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면서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현재 공식 직함이 없는 정씨가 자신과 가까운 청와대·정치권 내부 인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세간의 ‘그림자 실세’ ‘숨은 실세’ 의혹이 사실임을 드러낸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면서 <감찰 보고서에는 정씨와 이들 10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VIP의 국정 운영과 BH(청와대 지칭) 내부 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적혀 있다>고 했다.

신문은 이어서 이 보고서가 경찰 출신 A경정이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 지시로 작성하였고, 김 실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문제가 많다.

첫째, 기자가 보고서에 실린 내용을 독자적으로 검증, 사실임을 확인한 흔적이 없다. 그런 노력 없이 보고서가 사실이라고 섣불리 단정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현재 공식 직함이 없는 정씨가 자신과 가까운 청와대·정치권 내부 인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세간의 ‘그림자 실세’ ‘숨은 실세’ 의혹이 사실임을 드러낸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고 선동적 추론까지 덧붙였다.

둘째, 세계일보 기사엔 보고서 내용이 진실이라는 확신은 차고 넘치는데 당사자의 반론이 일체 없다. 이 기사가 거의 범죄자처럼 지목한 정윤회,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씨의 반론을 듣기 위하여 노력했다는 흔적도 없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의 내부 정보 유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사실로 확인될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면서 <만약 정보 유출이 사실이라면 이는 상당히 엄중히 다뤄지는 실정법 위반이다>라고까지 썼다.

셋째, 이 신문이 단정한 것과는 반대로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秘線 모임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확인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검찰은 허위일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문서 작성자도 사실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일보 보도는 특종이 아니라 誤報일 가능성이 높다. 기사문장론적으로 분석하면 이미 誤報이다.

조선일보의 채동욱 관련 보도는 기자가 소문을 확인해가는 과정을 통하여 사실임을 단정한 것이고, 세계일보의 비선 문건 보도는 그런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서 내용을 사실이라고 단정하였다. 檢證 여부는 특종과 오보를 가른다. 기자가 "이게 사실이라고 한다"는 전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이게 사실이다"는 단정을 발표하려면 피땀 서린 취재가 있어어 한다. '~라고 한다'와 '~이다' 사이엔 절벽이 존재한다. 說과 사실의 間隙(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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