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성/내가 나서서 직접 장관들을 챙길 때가 온 것 같다(3)

공무원 인원·조직 너무 커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식품검사를 대행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보사부에 낸 모양입니다. 현행 법규는 모든 식품회사는 자체 검사시설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 조그만 식품회사 입장에서는 검사시설을 갖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식품검사를 대행하는 회사를 만들면 서로 좋은 것 아닌가란 발상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답니다. 이런 사업은 당국에서 이권사업으로 보고 조심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 새마을호를 타보니까, 개찰을 안하더군요. 기차를 타는 국민 입장에서는 사람을 믿어주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승객도 기분 좋고 철도청 인력도 절감되는 이런 일이 행정쇄신 아니겠습니까.

『민간업자가 고속도로를 닦아 요금을 받고 운영하는 것도 행정쇄신에 해당합니다. 현재 행쇄위에서는 검토한 6백9개 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 내각에서는 관련 법률을 고치고 있습니다. 이중 이미 시행중인 게 2백13개나 됩니다. 과거에는 행정쇄신을 한다고 논의를 해놓고는 실행에 옮기지 못해 무산시킨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의 행쇄위는 결정된 것을 바로바로 실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黃총리께서 취임하기 전인 93년2월23일자 서울경제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았습니다.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임금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최근 현대그룹 노사분규를 전후하여 정부 내에서 무노동 무임금론과 무노동 부분임금론이 대립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黃총리께선 이 논의를 중단시켰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새로운 논의가 정부 내에서 있을 예정입니까, 아니면 총리의 중단지시로 끝난 것입니까.

『노동정책이나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 무노동 무임금이 옳으냐 무노동 부분임금이 옳으냐를 놓고 더 이상 논란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의 문제는 실정법을 어긴 변태적인 노사분규가 오래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정법을 어긴 노사문제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무노동 무임금이냐 무노동 부분임금이냐를 논의하는 것은 급한 게 아니기 때문에 논의를 중단시킨 것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노사문제 양태는 1950, 60년대 선진국이 겪었던 것입니다. 선진국에선 다 끝난 방식으로 노사문제를 겪어선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없습니다』

정상화에 따른 고통은 참아야

―지난 6개월간 신정부의 개혁정책은 국민 개개인으로 하여금 「나도 개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는 데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혁의 부작용으로 「장사가 안된다」는 말이 음식점이나 택시기사,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경찰청 통계를 보니 살인, 강도, 폭력 등 강력사건이 6공 말기에 범죄와의 전쟁을 할 때보다 늘어났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대형 안전사고도 많이 일어났습니다. 총리께서는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계십니까.

『지난 수십년간 경제개발을 구준히 한 결과 생활 수준은 높아졌지만 경제수준에 걸맞지 않는 과소비가 유행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특히 부동산 투기와 같은 것을 통해 불로소득을 한 사람들, 부정한 돈을 받았던 공무원들이 과소비를 하고 사치와 낭비를 일 삼았습니다. 거품경제라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대통령께선 모든 것을 바로 세우겠다, 부정부패가 되살아나는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직자가 민간인 사이에 뒤섞여 신세를 지고 대접받는 일이 거의 근절되고 있습니다. 그 여파가 생활경제에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살려면 덜 쓰고, 덜 사야하니 장사하는 분들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낭비와 사치에 의해서 과거로 되돌아가서는 안됩니다.
과거보다 10%, 혹은 20% 정도 매기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정상화로 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품경제를 없애고 과잉소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정부는 「슬롯머신업은 더 이상 허가하지 않겠다」「유흥업소에 대해 세금을 무겁게 매기겠다」「땅을 많이 가진 사람은 고통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했고 과연 말 그대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는 「슬롯머신업을 마치 범죄집단처럼 보는 게 아닌가」「유흥업소도 고용을 창출하는 중요한 산업인데 너무 한쪽 면만 보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불러일으키게도 합니다. 자본주의의 대원칙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는 것 아닙니까. 슬롯머신하는 사람도, 유흥업소에 근무하는 사람도 다 우리 국민인데 마치 적을 대하듯이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일부러 그들을 어렵게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건전한 업소를 제외한 퇴폐업소와 지나친 사치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국민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이런 곳은 부정과 부패 그리고 낭비와 맞물려 돌아갑니다. 부정한 돈이 아니곤 그런 곳에서 30만원, 50만원씩 어떻게 쓸 수 있겠습니까. 그런 곳이 번창하다 보니 공장에서는 직공이 부족하게 된 것 아니겠습니까』

誤報를 따라가는 언론이 문제

―통계상 유흥업소도 줄었고 종사자들도 줄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곳을 떠난 사람들이 공장의 생산시설에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자가 되거나 범죄자가 되거나 법죄 예비군화 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선 정부도 많은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론 그런 현상이 일어나겠지만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면 좋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총리실 출입기자들이 黃총리만큼 신문을 열심히 보고, 기사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총리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하하, 모든 신문을 다 읽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문뿐만 아니라 텔레비전도 보는데 그것을 보다보면 정부가 해야 할 당면과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간부들에게도 신문을 자세히 읽으라고 주문합니다. 어떨 때는 정부 조직의 보고보다도 언론이 빠를 때가 있습니다.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나 항공기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텔레비전을 보는 게 훨씬 빠릅니다. 문제는 한 언론이 잘못 보도한 것을 다른 언론이 사실확인을 하지 않고 따라갈 때 일어납니다. 언론사에선 사실확인 연후에 보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신문 기사 중에서 많이 읽히는게 가십기사입니다. 黃총리에 대한 가십기사 중엔 「식목일 날 전 공무원을 총동원해 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또 대통령의 뜻과 달리 골프를 쳐도 좋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총리께서는 국회에서 12·12사태에 대해 발언한 것이 그후 金대통령이 「12·12는 구테타적 사건」이라고 정의한 것과 달라 곤욕을 치르셨지요.

『제가 식목일 공무원 총동원령을 지시했다는 것은 저도 신문을 보고 알았습니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과거, 공무원들이 식목일에 나무는 안 심고 점심만 먹고 돌아오곤 했다. 새 정부도 들어섰으니 이젠 그러지 말고 정성껏 심을 나무는 심고 오라」고 지시한 것이 그렇게 알려진 모양입니다. 아마 새 정부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다 보니까 국무회의 석상에서 오고간 말을 취재한다는 게 그렇게 된 모양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智元薰 공보비서관이 『그날 총리께서는 총동원의 「총」자도 말한 바 없고 동원의 「동」자도 말하지 않았는데 모 신문이 그렇게 보도하자 다른 신문들이 따라가서 그렇게 되었다』는 보충답변을 했다.

―골프장을 출입하라는 발언은 어떻게 된 것인가요.

『지난 4월인가요, 개혁을 강력히 하다 보니 기업이 위축되는 게 아니가 하는 염려가 들었습니다. 「부정부패 척결은 계속 하더라도 기업인은 열심히 일해야 할 것 아닌가」「1백일 경제계획도 있으니 기업이 위축되어서야 되겠는가」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경제장관과 사정관게 장관이 모인 자리에서 「기업인이 골프치는 것을 체크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냐」라고 물어보니 「그런 일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런 소문이 돌았는가」라고 물어도 암도 모르겠다는 것이었어요. 그 회의에선 부정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건전하게 기업하는 사람은 골프도 치고 해외도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회의 내용을 브리핑했는데 이때 기자들이 거두절미하고 말 한 마디만 끄집어 내니 그렇게 된 모양입니다』

언론에 너무 억울하게 당해왔다

―총리께서는 언론에게 억울하게 당해왔다는 생각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총리라는 자리가 중요직책의 공인인 만큼, 총리가 언론의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제가 언론에서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부당하게, 부정적인 혹평을 받은 것은 유감되게 생각되어지는 점이 없지 않습니다. 사실도 아닌 것을 보도하거나 근거 없이 선입견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잘못 보도함으로써 특정인에 대한 명예나 평가가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것은 당사자의 명예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피해가 될 것입니다. 사실이 그럼에도 우리로서는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최근 모 주간지에서 장관들 개개인의 능력과 청렴도를 여론조사해서 게재한 적이 있는데, 이는 소수 특정그룹 1백명을 표본으로 하여 조사한 것에 불과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능력 없다」「능력 없는 편」등의 조사결과를 묶어서 잡지표지에 마치 전 국민의 43%가 저를 능력 없는 총리로 생각한다는 식으로 과장을 했더군요. 사실이면 아무리 아파도 납득할 수 있겠는데…』

―총리께서는 마음 고생을 한 게 12·12사태는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 며칠 후 金대통령이 『12·12는 쿠데타적 사건이다』라고 함으로써 그렇게 되었는데, 이 문제로 대통령과 상의한 적이 있습니까.

『그 말은 제가 국회에서 잘못 답변한 것으로 시인합니다. 제가 그런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을 잠깐 설명하지요. 그 발언을 하기 전날 저는 국회에서 12·12에 관한 질문을 받고 「12·12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역사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이른 절대로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야당에서 또 12·12이야기를 꺼내 거두절미하고 「12·12가 불법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만 대답하라고 했습니다. 그래 전날 답변한 것도 있고 해서 「12·12는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대답했던 것입니다. 그후 저는 제 답변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했습니다. 제 진의는 그 전날 한 답변에 담겨 있습니다』

역사 평가, 당대에는 무리

―그런데 그 발언이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발언 이후 대통령이 『12·12는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그 사건 관련 장성들이 예편되지 않았습니까. 야당에서는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서서 여야가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급기야는 5·16도 역사를 후퇴시킨 사건이었다는 金대통령의 언급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정부가 주도한 역사 평가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비판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대통령께선 국사편찬위원회 사람을 불러 가까운 역사도 평가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그 권한과 기능을 이용해서, 역사를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합니다. 12·12와 5·17, 5·18문제는 여소야대의 13대 국회가 청문회를 구성해 이미 다루었습니다만 이 사건들이 합법적이었느냐 불법이었느냐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제 답변은 13대 국회의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기도 합니다. 야당은 14대 국회에서도 12·12와 5·18을 정치적으로 재론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 문제들은 정부가 결론 내릴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법률적으로 보다는 국민의 이름으로 역사에 의해 판정하는 것이 가장 건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이 영일(寧日) 없이 과거 일에 매달리는 것은 이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박물관 이전문제는 중앙박물관 건물(옛 중앙청)을 철거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입니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편집자 주 : 黃총리 인터뷰 이틀 뒤 金泳三 대통령은 철거로 결론을 내렸다)

―5공에선 철거 안한다고 결론내린 것을 신정부가 들어서서 중앙박물관을 이전하고 건물은 철거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정부정책의 계속성 문제도 그렇고 꼭 그래야 할까요.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하고 경복궁 앞에 지은 것이 총독부입니다. 이 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국치의 상징으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으로 삼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문화재를 반드시 그 건물에 전시해야하는가 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평화상 폐지문제

―최근 서울 평화상을 없앤다는 보도가 있었고 김용식(金溶植) 서울 평화상위원장은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서울평화상 폐지 주장이 많은 것은 사실 같습니다. 그런데 서울평화상은 재단법인으로 구성된 민간단체에서 관장하는 것이라 정부에서 없애라 말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이 상은 서울올림픽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어느 상이든 역사의 두께가 쌓여야 권위가 생기는 것 아닙니까. 노벨상이 처음부터 권위가 있었습니까.

『그건 견해와 주장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주무 부서에서는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한국 이름으로 국제적으로 수여되는 상인만큼 한국의 이미지 문제를 좀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MBC 방송을 통해 방영된 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연설을 보셨습니까. 李회장이 삼성 직원들에게 말한 것은 여러 가지였는데 『국제화시대를 맞아 우리끼리 대기업이 할 영역이다, 중소기업 고유 영역이다고 나눠봤자 의미가 없다』『삼성이 한국에서는 크다고 하나 세계적으로 보면 2류기업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국제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1류기업과 3류기업뿐이고 2류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체는 국제화를 해야만 경쟁력을 갖추어 삼성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李회장이 가려고 하는 방향은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너무 이상적이라서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장기적인 목표라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총리가 된 것을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의식적으로 공무원들의 행정능력이 높아지도록 자극을 주려고 합니다. 우리 젊은 공무원들이 두뇌는 우수하지만 그들의 행정능력 향상을 위해선 잔소리가 필요합니다. 행정의 국제경쟁력이란 개념을 살려서 경쟁국가의 행정능력을 앞설 수 있어야 국가도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은 어떤 분위기에서 진행됩니까.

『대통령께선 당 대표로 계실 때부터 부담을 주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주례회동은 모든 것을 기탄 없이 다 말씀드리는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하급자가 부담 없이 말씀드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은 지도자의 큰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능률적인 국정수행의 한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주례회동에서는 일상적인 내각의 일부터 국가안보 등 공개할 수 없는 중요한 것까지 모두 이야기합니다. 때론 대통령께서 관심 있는 사항을 말씀해 주시기도 합니다』

―언론을 통해 오해가 생긴 것이 주례회동을 통해 풀리기도 합니까.

『그런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요. 지금까진 오해가 없었는데… 그런 일이 있더라도 주례회동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6共은 문민정부로의 중간단계』

―어느 분이 더 많은 말씀을 하십니까.

『아무래도 보고를 하는 제가 더 많이 하겠지요』

―총리 일정표를 보니 장관 보고가 많아졌습니다. 8월5일 임정 요인 유해가 한국에 온 날의 일정표에는 오전에만 세 부처 장관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특정한 업무가 있어서 보고 받고 조정하고 조언을 주는 것입니까.

『부처마다 하는 일이 있는데 그 일이 매듭지어지면 그 부처 장관이 보고를 하고, 당정협의에 나가기 전에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사전보고를 하고, 부처간의 의견이 상충될 때 보고를 하고, 장관들이 청와대 보고를 하기 전에 총리의 조언을 구하고자 보고를 하니 자연 많아졌겠지요. 각 부처는 각기 다른 국민 집단을 대변하기 때문에 의견이 충동할 때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논의를 하는 것이고…. 이 논의를 거쳐 대통령의 결심을 받음으로써 정책이 최종결정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조정하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 장관보고가 많아지는 것이겠지요』

―개혁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개혁이 도대체 무엇이냐」「개혁이후엔 무엇을 하자는 것이냐」란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알기 쉽게 정의했으면 좋겠는데요.

『한 마디로 말한다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바르게 잡는 것이 개혁입니다. 영어로 말하면 correction(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입니다. 개혁은 혁명보단 약하지만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개선보다는 강합니다. 따라서 국민 각자가 자기 생활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朴正熙 대통령부터의 역대 대통령을 모두 가까이서 모셨는데 역대 대통령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李承晩 대통령이 오랜 독재를 했다는 것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이미 있었습니다만 李대통령은 우여곡적을 겪으면서 나라를 세웠습니다. 많은 비판을 받긴 했지만 6·25전쟁을 치르면서도 나라를 구해냈습니다. 전쟁 말기엔 정전협정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국군이 강군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미국으로부터 반대급부로 받아냈습니다. 휴전을 앞두고 있었던 李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은 아무 지도자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朴正熙 대통령은 5·16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가난을 면하게 했고 경제부흥을 가져왔습니다. 과거 행적이야 어찌되었든 그의 애국하는 마음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공에서는 공직에 계시지 않았으니 객관적으로 말씀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공을 문민정부로 봐야합니까, 아니면 군사정부로 봐야 합니까.

『그분도 선거로 대통령이 되었으니 군사정부에서 문민정부로 이동하는 중간단계로 봐야겠지요』

―문민정부라는 말은 金泳三 대통령이 선거 때 썼던 것입니다. 그런데 집권 후에도 너무 자주 쓰고 있으니까 문민이 아닌 사람은 섭섭하게 생각하겠어요.

『용어에 대해선 해석하는 것이 차이가 날 수는 있는데 문민정부는 군이나 국방을 경시하는 정부가 아니고 순수한 자유경선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란 뜻이 강조된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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