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고 들어가야 인권개선
―金총재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민주화 투쟁과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金총재가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대됐던 것도 바로 이런 공로 때문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평가해 주시죠.
『북한의 인권이 세계에서 제일 나쁜 상황 중의 하나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한 개인에 대해 신과 같은 숭배를 강요하는 것은 인권 이전에 인간의 이성을 무시하는 폭거입니다. 아니 살아서 자기 동상으로 온 나라를 그렇게 덮어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나쁘다고 하지만 이런 상태가 50년 가까이 무사히 계속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서방세계가 소련과 중국의 인권을 문제 삼았지만 접촉을 하지 않고 욕만 해서는 두 나라의 인권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서방이 소련 중국과 접촉하고 뚫고 들어가면서 비로소 소련과 중국의 인권문제가 해력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소련은 완전히 성공을 한 것입니다.
북한이 우리와 서방과 교류를 하면 지금과 같은 부끄러운 일을 자제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욕만 해서는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공산권을 다루는 데는 이솝이야기의 「태양」으로 해야지 「북풍(北風)」의 정책으로는 안됩니다. 미국은 태양으로 소련·동구에서 모두 성공했습니다. 그라나 북풍으로는 다 실패했습니다. 쿠바를 보십시오. 미국은 바로 턱 밑에 있는 쿠바를 지금까지 못 바꾸고 있습니다. 월남서도 패배했습니다. 북한도 못 바꾸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상황은 심각합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시키려면 접촉하고 뚫고 들어가야 합니다.
『납북어부 문제 거론했어야』
―韓完相 부총리도 북한에는 「태양」으로 해야 한다며 그 맡셈岵?정책으로 이인?노인을 북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韓부총리는 李仁模 노인을 돌려보낸 뒤 「인도주의에는 조건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李仁模 노인 송환은 북한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북한의 체제를 강화하는 선전자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李仁模 노인에게 인도주의 원칙을 적용한다면 그때 우리 정부가 우리의 납북어부 4백명, 그게 어렵다면 그 중 가장 최근에 납북된 동지호 선원 12명의 송환을 당연히 요구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李仁模 노인을 「무조건적인 인도주의」를 근거로 돌려보낸 게 韓부총리의 소신이라면 현재 남한에 있는 비전향 장기수도 다 올려보내야 할 것입니다. 납북어부의 송환을, 우리가 비록 교환조건은 아니더라도 대북성명·대북통지문 등의 형식을 통해 요구했더라면 북한에 있는 납북어부들에 대한 대우가 그날부터 달라졌을 겁니다. 韓부총리가 납북어부를 위해 한 「인도주의 실천」은 동진호 선장 부인을 만나 손을 잡고 우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이런 나약하고 원칙 없는 인도주의가 한반도의 평화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응을 더 잘 했어야 한다는 데는 생각이 같습니다. 「그 노인이 나이 들고 죽을지 몰라 보내긴 보내지만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을 당신들도 돌려달라」고 해야지 그걸 정부가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李仁模 송환에 대한 교환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납북된 사람들에게 마땅한 대응조치를 해달라」고 정부 성명을 내든지, 유엔이나 국제기구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기록을 남겼어야죠. 그러나 저는 「李仁模 노인이 북한의 선전에 악용만 당한다」는 생각에는 조금 의견이 다릅니다. 그 사람을 안 보내줘서 남쪽에서 죽었을 때 북한에서 얼마나 역선전을 했을지 생각해보십시오. 李仁模 노인을 보낸 건 잘 한 겁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인도주의 정신을 강하게 어필하는 기회도 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李仁模를 환영하는 박수를 치면서도 「남한 사람들 악마 같다고 하더니 보내 주는 걸 보니까 다르다」고 생각할 거고 북한 당국도 스스로 속이 캥길 겁니다. 이번 조치로 세계 여론도 한국을 찬양할 것입니다. 그리고 상응한 조치에 인색한 북한을 구제불능의 존재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정책을 썼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이 지금 李仁模를 선전에 이용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계산을 해보면 우리에게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앞으로 북한에 다짐받을 것은 다짐받고, 받을 것은 받아내는 정책도 병행해야 합니다. 만만히 보여서는 안됩니다』
『인권문제 거론은 내정간섭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약점이 많아서 북한을 대하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 뭔가 일관된 원칙을 견지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이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해 경제 제재 조치를 단행한 것은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때문에 그런 것이었습니다. 「북한의 인권을 거론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을 거론하지 않겠다는 것은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주장입니다. 북한의 인권을 앞으로 효과적으로 거론하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북한의 인권문제는 뚜렷한 증거가 있다면 거론해야 합니다. 인권에 대한 간섭은 내정간섭이 아닙니다. 인권문제는 천부의 권리로 내정간섭의 차원을 넘는 문제입니다. 공개, 비공개로 직접 비판할 수도 있지만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국제 인권기구 등에 북한 인권상황을 제대로 거론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공개는 않더라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지요. 북한에 대해서 당당히 「북한의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겠다. 그러나 인권과 내정은 별개의 문제다」라고 밝혀야 합니다』
―金총재께서 북한 인권에 대해 발언하시면 북한에서도 제일 어렵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앞으로 구체적이고 강도 높게 발언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기회가 있으면 해야지요.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계속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해 왔습니다. 91년 총리회담을 위해 내려온 연형묵 총리를 국회의장 초청 만찬에서 만나 북한 형법과 노동당 규약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한 건 저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朴浚圭 의장이 만찬이 끝난 후 「金총재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했겠어요. 노동당 규약은 전문이 남북한을 통해 사회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연총리에게 이렇게 남조선의 사회주의화를 당의 지상 과제로 하면서 「남북간의 평화적 공존과 상호내정간섭의 배제」를 말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저는 연총리에게 「나는 여기서 국가보안법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당신네들의 형법을 보면 남한의 국가보안법보다 더 가혹한 인권제한을 담고 있다. 특히 통일에 대한 모든 자유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만 주장하지 말고 당신들도 그에 상응하는 일을 북한에서도 하라」고 따졌습니다. 연총리가 제대로 대답을 못하더군요』
―지금 북한은 참혹하게 공개 처형을 실시하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해 사상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거론은 구체적이고 각론적인 게 돼야 할 걸로 봅니다.
『그렇게 해야죠. 구체적인 증거가 중요합니다. 인간의 존엄과 인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떻게 더 강조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이 金총재의 공화국 연합제 통일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북한은 저의 공화국 연합제 통일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외교부장 김영남도 미국의 새리그 해리슨이란 언론인에게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카네기 국제문화 연구소 세미나에 참가한 학자들에게 「김대중씨가 내놓은 통일안이 합리적인데 왜 안 받느냐」고 물었더니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국가연합 통일은 이제 남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통일방안입니다. 북한은 지금 연방제 통일안을 슬그머니 집어넣고 있습니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남북은 급속히 접근할 겁니다.
해방 50주년인 95년을 계기로 국가연합을 이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가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국가연합으로 첫발을 내딛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면 그 다음 연방제 단계에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우리가 조선왕조 말엽의 조상들을 얼마나 원망합니까. 청일전쟁 무렵에 당시 독일 공사가 한반도를 중립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영국, 미국, 일본이 모두 여기에 동의했는데 우리 조상들이 「청나라가 우리의 종주국인데 이 대국을 버리고 무슨 중립이냐」는 이유로 거절한 적도 있습니다. 사람이 없었던 거지요. 자기 운명을 자기가 개척하지 못하니까 열강이 들어와 요리해버린 게 아닙니까』
―金총재의 공화국 연합제 통일한과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은 어떻게 다릅니까.
『북한은 저의 3단계 통일방안의 2단계인 연방제를 곧장 실시해 외교·국방을 중앙정부가 처음부터 담당하자는 겁니다. 무리지요. 나의 통일방안은 1단계인 국가연합에 가장 강조점을 두고 이 기간을 길게 잡아 2단계인 연방제와 3단계의 완전통일로 가는 길을 준비하는 방안입니다. 나의 공화국 연합에는 남북 양 공화국의 권한, 즉 국방·외교·내정에 대한 독립국가로서의 권한은 그대로 두고 권한이 제한된 공화국을 구성하자는 것입니다. 공화국 연합은 평화공존, 평화교류 그리고 연방제로의 평화통일의 제 2단계 실현에 그 임무가 국한됩니다』
―우리 정부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은 1단계 교류협력, 2단계 남북연합, 3단계 완전통일로, 金총재의 공화국 연방제 통일안이 제시한 단계를 하나 줄여 버린 것이지요.
『현 김영삼 정부의 통일방안은 1단계로 교류협력이고, 2단계가 국가 연합이지만이것도 통일의 단계에서는 먼저 국가연합부터 한다는 것이니까 실제 운용에는 서로 큰 차질이 없을 것입니다』
―완전 통일로 가는 중간 단계를 길게 설정한 것이 공화국 연합제의 핵심이군요.
『동서독은 갈등 해소에 최소 한 세대가 걸릴 걸로 봅니다. 여유있게 잡은 것이 현실에 맞습니다. 뭐가 급합니까. 동족끼리 전쟁 안하고 서로 발전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 묵인할 것
―국가연합이 이뤄지기 전에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일괄 타결해야한다」고 주장할 것이 확실합니다. 미군 철수 요구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합니까.
『북한은 미국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은 이미 미국측에 대해 「상당 기간 주한미군을 유지해도 좋다」고 통보를 했습니다. 저는 미국의 책임 있는 복수의 정부 지도자로부터 이를 확인했습니다. 국가연합 단계의 통일을 이루더라도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미군을 유지시켜야 합니다. 미군이 철수해 한반도에 군사적 진공상태가 생기면 주변 강대국이 여기에 끼어들거나 서로 갈등을 빚을 것은 분명합니다. NATO를 보십시오. 설립목적이었던 소련의 위협이 소멸했는데 그대로 미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군사적 진공상태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있어야 NATO 같이 미군이 균형추 또는 조정자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재작년 모스크바 대학에서 연설할 때 미군의 주둔 이유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남침 방어망이 아니다. 일본의 군사력이 한반도를 장악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金日成은 제 얘기를 전해 듣고 「김대중이가 왜 그러느냐. 미국이 남북한과 협력해서 일본을 막는 데는 나도 찬성한다. 그렇지만 굳이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있나」라고 제네바에 있는 국제기구의 간부를 만나서 불평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얘기를 듣고 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 6개월이 못돼 북한은 미국에 「장기 주둔을 묵인하겠다」는 의향을 전했습니다』
―북한은 미군 주둔 묵인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겠죠.
『어떤 때는 욕하다 가끔은 추파를 던지고 왔다 갔다 한 것 같지요. 그러나 기본 목표는 미국과의 수교협력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미국을 제일 필요로 하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북한이 하는 말로써 평가하면 안됩니다. 남한에 대한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만 들으면 북한은 내일이라도 쳐내려 올 것 같은 때가 많았지만 행동은 달랐습니다. 북한을 올바르게 봐야죠. 북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경계는 해야겠지만 공포심을 가지면 안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