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빨리 역사의 리듬을 타야 한다 - 趙利濟의 청사진(6)

제7부 한국 中心 국가론

―趙박사께선 전공학문이 참 많습니다. 인구학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위나라는 산아제한에 성공한 나라이지요.

『성공했지요 우리말고도 대만, 중국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유교의 실용주의 정신이 있었기에 동아시아 3국이 산아제한에 성공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구문제란 간단히 말해서 가족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나라는 경제발전도 가능한 나라라고 봅니다. 우리가 산아제한 운동을 할 때 운동원들이 시골에 가서 신이 나서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신바람이 나서 일한다는 것은 목표달성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리더가 앞에서 이끌 때 신바람이 나서 일하는 것은 구라파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입니다. 동아시아 국가는 공통적으로 관리능력, 목표달성 능력, 실용주의적 정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북한도 인구정책을 펴려고 합니다. 이를 보면 일본, 한국, 중국, 북한 순으로 인구정책과 경제발전이 성공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의 정치인 중에는 과거 정권이 왜 경제 발전을 하면서 동시에 민주화를 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전정권을 비판해서는 안됩니다.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은 시차를 두고 이뤄진다고 하는 것은 자연의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부패와 국민소득은 함수관계가 있다고 보십니까.

『발전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부패는 불가피한 것입니다. 미국도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부패는 트루먼 대통령 때 거의 사라졌지만 지방정치에서 부패가 사라진 것은 불과 10여년 전의 일입니다. 부패라는 것은 한 정권이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엔 이것을 없애고 다음 정권 땐 저것을 없애는 식으로 하나하나 해야 합니다』

말레이시아 고문 시절의 관찰

―趙박사께서는 말레이시아 수상고문을 하셨지요.

『말레이시아가 개발 계획을 추진할 때 포드재단에서 하버드 대학과 미시간 대학의 교수들을 고문관(adviser)으로 보냈습니다. 저는 미시간 대학의 사회학과 조교수였는데 경제와 인구문제를 조언하기 위해 갔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상주하셨습니까.

『2년 동안 상주했습니다. 당시 말레이시아 형평은 한국보다 앞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보다 뒤쳐지게 되었다고 보십니까.

『중국인이 전 인구의 35%쯤 차지하는데 경제력의 80∼90%를 쥐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말레이시아 정부가 뺏으려고 하니 문제가 되었던 것이지요. 중국 화교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리자 성장이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의 예는 우리에게 교훈감입니다』

―말레이시아의 관료제도는 튼튼합니까.

『튼튼합니다. 관료들의 봉급이 많기 때문에 부패에 물들지 않고 엘리트들이 몰립니다. 또 개방적이고 국제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어떤 관계로 교류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동남아 지역은 영국과 네델란드의 식민 통치를 겪었습니다. 일본의 침략을 받은 상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없어서 유리한 위치인데 어글리 코리안(Ugly Korean)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이쪽은 중국보다도 더 단순한 지역이라 공장을 옮기기 좋습니다. 동남아에 들어가려면 이슬람에 대해 알아야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인맥도 구축해야 합니다. 한국은 전 방위로 나가야 합니다. 한국은 문화적인 장벽도 없고 언어적인 장벽도 없는 지역 전문가를 많이 키우고 세계주의자(cosmopolitan)가 되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어떻습니까.

『말레이시아보다 더 개방적입니다. 인도네시아는 3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전 인구의 65%가 자바섬에 집중해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수하르트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났더니 그는 「우리는 기아선상에서 헤맸기 때문에 인구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발전을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수하르토도 목적을 딱 정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자원이 많은 곳은 보루네오, 수마트라 같은 곳이고 자바섬엔 자원이 적습니다. 인구를 잘 배분하면 인도네시아는 무궁무진하게 발전 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인구증가율은 최근 상당히 내려갔습니다. 하요노스 요노 인도네시아 인구개발 장관은 미국 유학 시절 제 조교를 했던 사람입니다』

―지금 세계에서 인구문제가 심각한 곳은 어디입니까.

『인도, 파키스타, 그리고 아프리카가 가장 심각합니다. 폴 케네디 교수도 「강대국의 흥망」에서 장차 인류가 인구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큰 재앙에 빠질 수도 있다고 했는데 현재 아프리카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한국인의 최대자산은 모험정신

―국제화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합니까.

『있어야죠. 앞서 일본을 예로 말슴 드렸듯 자기 것에 대한 지식과 애정을 밑에 깔아놓고서 해야 합니다. 국제화교육이 무국적 교육은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말레이시아인을 만나면 그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중국인을 만나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 중국이 번영했을 때는 항상 기초가 있는 개방을 했을 때라는 거셍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인의 특징 중 하나가 주체성이 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체사상을 내세운 북한이 있는가 하면 이를 신봉하는 운동권까지 나올 정도이니까요. 한편으로는 그 좋은 주체성을 이데올로기화해 버리는 성향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단일민족으로 국제화한 민족 아닙니까. 이것을 보면 결국 교육을 잘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주사파 학생이 있으면 1년씩 중국이나 러시아에 보내고 해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창의력은 있는데 고집이 세고 완고한 편입니다. 한국인이 국제화하지 않으면 지금의 몽고와 비슷해져버릴 것입니다. 일본 사람의 성격도 원래 우리와 비슷했습니다. 지금도 미국인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인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일본은 오랫동안의 교육을 통해 일본인의 성격을 세련화(refine)시켰습니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허브 컨츄리(Hub Country : 한 지역의 교통·정보·금융 등이 모여드는 중심지 역할을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인은 모험가적으로 일을 해내는 성질이 있습니다. 88올림픽을 유치할 때를 봐도,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일을 이루고 마는 「해내는 기질」이 있습니다. 또 적응력이 강합니다. 한국은 한국인의 「해내는 기질」과 막강한 적응력에 대응하는 국제화를 해야 합니다. 그런 일이 일본에서 프로젝트를 따와서 중국과 북한의 노동자를 고용해서 대규모의 공사를 추진하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중계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이게 바로 허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허브 컨츄리가 되려면 몇가지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외환관리법의 완화」이고 또 하나가 「이중국적의 인정」입니다. 누구나 마음대로 돈을 갖고 나갈 수 있어야 한국에 돈을 갖고 들어와서 쓸 것 아니냐, 한국 국적이면서도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이 많아야 국제적으로 비즈니스하는 데 편리하다는 의견입니다.

『그렇지요. 아무래도 외환관리법이나 이중국적 금지가 없어지면 국제화에 도움이 되지요. 그러나 우리 것에 대한 것은 뱃속 깊이 깔아 놓고서 국제화를 해야 합니다』

이제는 문화권 대결 시대

―중국의 잠재적 실업자가 1억명 정도이고 북한도 잠재적인 실업자가 많다고 합니다. 동북아 경제협력을 하면 이들이 한국과 일본으로 대거 이동하는 일은 없을까요.

『없습니다 와서도 안되고요. 제 생각으론, 그런 사람들은 현지 투자 공장에서 고용해서 써야 합니다. 그래도 안되면 기술이전을 해준다는 명분으로 일정기간 데리고 와서 기술을 가르치면서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잘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시키는것입니다. 물론 임금을 줘야 합니다. 그러다 약정기간이 되면 반드시 돌려보내고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입니다. 일본은 이런 것을 「연수취업」이란 이름으로 이미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동북아의 중심지가 되려면 세계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사상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새로운 것은 항상 사상이나, 문화나, 사고의 얼음이 깨질 때 나왔습니다. 지금은 물질에 대한 욕심이 너무 큽니다. 당장은 안되겠지만 장차 서구의 과학과 동양의 철학적인 가치관이 결합되면 뭔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적인 사상이 나오겠지요. 예를 들면 환경을 보호하면서 인간과 자연간의 균형을 맞추는 사상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헌팅턴 교수는 장차 국가 대 국가의 대결은 줄어들고 문화권 대 문화권, 종교 대 종교의 대결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데올로기 대결에서 문화 대결로 간다고 봅니다. 중국이나 소련이 같은 이데올로기를 가졌다고 주장했으나 결국은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갈라설 수밖에 없었잖습니까』

―趙박사께서는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문화에는 인간이 만든 도구나 기술 같은 「물질문화」와, 변화에 따라서 대응하려고 하는 논리나 제도 같은 「대응문화(adaptive culture)'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이중 앞서는 것이 물질문화입니다. 먼저 비행기라는 기술이 있어야 비행장이라는 제도가 생겨납니다. 물질문화는 하드웨어이고 대응문화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대응문화가 물질문화를 따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문화지체(cultural lag)라고 합니다. 이런 문화지체를 가장 빨리 줄이는 방법이 고속도의 경제발전을 하는 것입니다.

문화지체를 눈여겨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문화지체를 너무 늦게 해결하려고 하면 혁명이 일어납니다. 혁명이란 문화지체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혁명은 하향조정이든 상향조정이든 문화적인 갭(gap)을 일거에 줄여버립니다. 이러한 혁명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 경제발전을 빨리하는 것입니다. 경제성장이 빠른 실용적인 사회에서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질문화인 경제발전과 대응문화인 민주화는 동시에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거쳐서 국가로 수렴

―아르헨티나의 페론 대통령이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아르헨티나를 통치한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대중(mass)국가를 이루었지요. 대중이라는 것은 극장에 불이 났을 때와 몰리듯이 원자화(atomized)된 개인이 많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되려면 사회의 기초조직으로 게마인사프트(gemeinschaft : 공동사회) 같은 공동체적인 조직이 필요합니다. 모래밭 위에 집을 세울 수 없듯이 원자화된 대중으로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습니다. 가족이 있어야 하고, 이웃이 있어야 하고, 공동체가 있어야 민주주의가 가능합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개인의 이익 추구가 가족과 공동체의 분위기를 거쳐서 국가로 수렴되는 것입니다. 페론처럼 국민 여론을 따라가게 되면 모래 바람처럼 이리 날리고 저리 날리고 해서 아무 것도 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잘못하면 아르헨티나처럼 될 수도 있습니다.

당나라 후기의 피일휴(皮日休)라는 사람이 백성이란 간사하기 이를 데 없다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백성들은 비가 안 오면 금방 하늘을 원망하고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하늘을 원망한다. 날씨가 좋아 풍년이 들면 하늘을 칭송하나 금방 잊어버린다. 백성이 하늘을 칭송하는 것과 원망하는 것을 비교해 보면 3대 1로 원망하는 것이 많다. 백성들이 하늘을 대하는 태도가 이러할진데 임금에 대한 태도는 어떠하겠습니까. 임금은 항상 백성을 좋게 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하려고 해서도 안된다. 임금은 백성의 원망을 받더라도 옳은 일이라면 계속 끌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저는 정책은 상식을 넘어가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검증을 거친지식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는 작용과 반작용의 폭이 큰 것 같습니다. 지금 金대통령이 하는 사정을 볼 것 같으면, 부패를 없앤다고 하는데 합법적인 방법으로 척결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넘어선 방법가지도 동원하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면 나무가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으니까 반대 편인 왼쪽으로 확 잡아당겼다가 놓는 방법으로 바로 세우려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입니다. 한번 한 것은 10년 정도 계속 밀고 나가야 합니다. 일관성이 없다 보니 한국의 정책은 전부 비뚤어졌어요. 그러나 전부 비뚤어졌다고 해서 전부 뽑아버려선 안됩니다. 역사가 꼭 합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힘과 힘이 부딪치는 것을 따라가는 면도 있기 때문에 역사의 다이나미즘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폭을 줄여야지요』

청산이 있는 개혁

―金泳三 대통령이 개혁은 무리한 방법이긴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부패를 해결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모든 부패를 없앨 순 없더라도 최소한 더 이상의 부패는 없게 할 것이란 생각도 드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金泳三 대통령이 진짜로 개혁을 하려고 칼을 들었으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개혁을 제대로 하면 지금의 국회의원 중 상당한 숫자가 잘려나가야 될 것입니다. 이번 재산공개로 민자당서 두 명의 국회의원이 나갔던데 그런 식으로 하려면 차라리 조용조용하게 해야지요. 개혁을 해서 나라를 이끌고 나가려면 철학적 가치관이 있고 청사진이 있어야 합니다. 나의 계획은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사정을 한다는 식으로 청사진을 죽 밝혀놓아야 지식인이 호응합니다』

―趙박사께서는 한중수교의 막후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盧泰愚 대통령이 江澤民 서기 앞으로 보낸 친서를 중국측에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21세기의 한국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고 또 그런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은행의 한 관계자가 재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한국은 미시적으로 보면 이것도 실패하고 저것도 실패한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운이 좋아서 그랬는지, 큰 성공을 했다. 그러나 앞오로는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적응력이 있다면 주위 나라도 잘 살게 하면서 우리도 잘 살 수 있을 것이고 적응력이 없다면 반대가 되겠지요』

―명나라 때 정화는 1천5백t급의 배로 구성된 대함대를 이끌고 아프리카의 마다카스카르까지 가서 무역을 해 당시의 서구인을 깜짝 놀라게 했답니다. 그때까지 중국은 세계 최강이었는데 정화가 돌아온 후 갑자기 쇄국으로 돌아서서 서양에 뒤쳐졌다고 합니다.

『개방을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기억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꾸 책을 봐야 합니다.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도록 독서를 해야 합니다』

―장시간의 좋으신 말씀 감사합니다.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정리 李政勳 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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