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하는 것은 완전히 노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움직임을 샅샅이 알지 못하지만 대통령의 일정의 90% 이상이 의전수석 일정표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이 관저로 돌아간 후에 갑작스레 만날 사람이 생겨 관저로 부른다 해도 수행실장이나 경호실장이 모르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고 적어도 다음날 아침에는 의전수석에게도 보고되기 마련이다. 金泳三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자신의 일정이 이처럼 완전 관리된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정치인과 대통령의 시간관리 방법이 다르다는 데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누가 대통령을 한 번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하면 金대통령은 늘 하던 대로 {잠깐 생각해보자}고 유보를 해두었다. 그러면 상대는 그것을 승낙한 것으로 받아들여 몇 차례 혼선을 빚었던 것이다. 또 金대통령은 야당 정치인으로서 몸에 밴 습관 때문에 대통령이 된 후에도 보안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자신의 수첩에 적힌 약속만을 약속으로 받아들이고 비서진에서 짠 일정은 공식 일정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석우(金錫友) 의전수석은 金대통령이 시간을 쓰는 데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했다.
첫째 특징은 철저한 시간관념. 金대통령은 두 번만 시간 약속을 어겨도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정도로 시간을 지키는 데 엄격하다고 한다.
둘째 특징은 중요한 일, 어려운 일을 늘 먼저 한다는 것. 金대통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에는 밑에서 아무리 다른 사안에 대해 보고를 하고 설명을 해도 전혀 입력이 되지 않는 특이한 습관을 갖고 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집중력이 대단해서 한 가?일을 해도 몰두하는데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한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얼마나 깊이 잠드는지 지금까지 꿈을 꿔본 일이 없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꽉 짜인 일정에 따라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의 일정을 관리하는 것은 의전수석의 일이다. 의전수석은 대통령의 시간표를 만들고 대통령이 여기에 따라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일이란 크게 보면 대부분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대통령이기 때문에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행사에서 다수의 국민들을 만나기도 하고, 특정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기도 하고 또 한 사람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대통령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정보를 흡수하고 여론을 들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시간을 어떻게 나누어 누구를 만나고 있는가 하는 것은 대통령으로 집중되는 정보의 종류와 양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공식적으로 대통령을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은 비서실장과 의전수석이다. 이들은 업무상 하루에도 수 차례씩 대통령과 만난다. 이외에 대통령과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그룹별로 나누면 수석비서관, 각료, 정치인 순이 될 것이다. 수석 비서관 중에서도 정무·경제수석이 업무의 범위가 넓어 대통령과 만나는 빈도가 잦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독대하는 시간의 길이로 순위를 매긴다면, 국무총리나 안기부장처럼 일주일에 1시간 정도를 고정적으로 정해둔 경우가 수위에 속할 것이다. 수석비서관들은 대통령을 자주 만나기는 해도 1회에 걸리는 시간이 5분∼20분 정도이고 수석회의처럼 다수가 함께 대통령을 만나기 때문이다. 의전수석 비서관이 항상 들고 다니는 일정표에는 대통령의 하루 일정이 촘촘히 배열되어 있다. 늘 金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金基洙 수행실장의 수첩에도 대통령의 일정이 새까맣게 적혀 있다.
매주 대통령과 독대하는 사람들
수석비서관이나 관계 비서관들도 대통령의 주간 또는 일일 일정을 대강은 파악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알려진 일정은 그날 있을 주요 공식 행사 대여섯 가지 정도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일정은 2급 비밀로서 보안을 유지한다. 대통령의 일정이 사전에 알려지면 경호상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나 많다. 대통령이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참가해야 할 행사가 수도 없다. 이중에서 대통령이 꼭 가지 않으면 안되는 행사,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을 선별하는 것이 대통령의 시간표를 관리하는 의전수석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대통령의 일정을 짤 때는 먼저 정기적인 행사와 회의 그리고 보고를 중심으로 틀을 세운다. 우선 조찬, 오찬, 만찬 일정을 결정한다. 식사시간에 누군가를 초대할 것인가, 한다면 누구로 할 것인가, 장소는 어디로 할 것인가를 결정한 후 연락을 취한다. 이어서 정기적으로 대통령을 만나는 사람들과의 약속시간을 정한다.
대통령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는 사람들은 국무총리와 黨대표, 안기부장, 감사원장이다. 이들은 매주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정례보고 시간을 통해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다. 이들이 대통령을 만나는 요일과 시간은 정해져 있으나 대통령의 형편에 따라 조정하기도 한다. 수석비서관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대통령이 참석하는 수석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 수석비서관들은 이외에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짧게는 1∼2분에서 30분까지 수시로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경제부총리와 통일부 총리도 2주에 한 번씩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만나 보고를 한다.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근무
정기적인 일정 이외의 대통령의 시간표는 주 단위로 짜여진다. 매주 목요일에 각 수석비서관실을 통해 대통령이 참가해야 할 행사와 면담 신청이 들어오는데 이를 바탕으로 의전수석이 대통령의 시간표를 만든다. 이때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대통령이 반드시 참여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일정이나 동시에 실시되는 행사가 여러 개 있어 그 중 한 가지로 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수석회의에서 토론을 거쳐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늦어도 금요일 오전에는 대통령의 다음 주 일정이 결정되어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대통령의 지난 5월 일정을 살펴보자.
<표 1>金泳三대통령의 5월 행사와 일정

언론에 발표된 것만 해도 金대통령은 크고 작은 행사를 30회 가까이 치렀고 국내외의 언론인들과 5회 이상 만났다. 국무총리, 감사원장, 안기부장, 당대표 등은 거의 매주 1시간 가까이 정례보고를 했고 수석비서관들도 수석회의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대통령을 만났다. 경제부총리와 통일부총리도 2주일에 한번씩 대통령을 만났다. 국무회의를 비롯하여 신경제추진회의, 교육개혁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민복지 기획단회의 등 적어도 일주일에 2회 이상은 이런 종류의 회의에 참가해 보고를 들어야 했다. 외교 분야의 활동도 만만치 않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방글라데시 총리를 비롯, 덴마크 외무장관, 러시아 국방장관 등의 외빈을 맞아야 했고 호주의 키팅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외부에 알려진 대통령의 일정은 총 70여 건. 그러나 이 횟수는 실제로 대통령이 하는 활동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 각 수석비서관들의 개별 보고나 장관 등의 면담 일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드러나지 않는 대통령의 일정이야말로 단순히 의전이나 절차를 위한 것이 아닌 실질적인 국정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들어 있게 마련이다. 지난 5월 동안 대통령은 오전 7시30분부터 근무를 하기 시작해 6시30까지 하루 11시간을 근무했다.
5월에는 어린이날을 비롯, 네 번의 일요일이 있었으므로 대통령은 하루 11시간씩 26일을 일한 것이다. 金대통령은 일주일에 약 66시간 그리고 한 달에 2백86시간을 근무한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6·5시간이다. 〈노동부가 발표한 95년 1분기 근로자 주당 노동시간, 종업원 10인 이상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 지난 5월 A일의 대통령 일정을 살펴보자.
<표 2> 5월 A일의 일정

이날은 평상시에 비해 좀 더 바쁜 날이었는데 외부 행사가 두 번 있었고, 조찬과 오찬에는 손님을 초대했고 저녁 식사는 孫命順 여사와 함께 한 날이다. 이날 金대통령은 오전 7시19분에 집무실에 출근하여 오후 9시50분 관저로 돌아가기까지 총 14시간 31분을 바쁘게 일했던 셈이다. 이동시간까지 포함하여 이날 외부행사인 서울국제도서전(1시간11분)과 오페라 안중근 관람(2시간35분)에 소요된 시간은 3시간46분이었다. 金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보낸 시간은 오전 7시19분부터 오전 10시10분, 그리고 오전 11시21분부터 오후 5시58분까지 약 9시간 28분. 이날 대통령은 오후 5시58분에 관저로 돌아가 저녁식사를 하며 7시15분까지 1시간 17분 동안 휴식을 취했다.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보낸 시간 9시간 28분 중, 조찬에 소요된 시간이 약 1시간, 오찬에 소요된 시간이 1시간 18분이었다. 金대통령은 나머지 7시간 10분 중 2시간 21분을 보고와 외빈 접견에 할애했다. 비서실장과 5명의 수석비서관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데 소요된 시간은 총 55분, 당대표 보고는 약 20분. 그리고 34분 동안 덴마크 외부장관을 만났다. 시도지사 후보들에게 추천장을 수여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약 32분이었다. 남은 4시간 49분 중 오찬 직후인 1시18분부터 3시43분까지 2시간 25분동안은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대통령의 낮잠과 휴식을 위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잡혀 있는 일정 사이사이에 남은 시간을 합하면 약 2시간 25분이 되는데 개별 약속 사이의 빈 시간은 짧게는 1∼2분에서 길게는 30분 가까이 된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하루에 20회 이상 인터폰으로 청와대 내의 비서진들과 통화를 하고 외부와 전화통화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시간의 상당 부분은 통화를 하는 데 할애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대통령은 틈 나는 대로 각종 행사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필요한 말씀자료 등을 읽어야 하고, 하루에 1백∼2백 페이지 이상의 보고서를 보아야 한다. 적게는 한두 건에서 많게는 10건이 넘는 결재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이날 정해진 일정에 따라 만난 사람은 청와대 내에서만 약 50명. 외부행사와 대통령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비서진의 수를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대통령은 행사가 적은 날은 약 10명 내외, 그리고 대규모 행사가 있는 날은 수십∼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결국 대통령은 이 모든 만남과 보고, 결재서류 등을 하루에 소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하루하루는 이처럼 빽빽하게 짜여 있으므로 다음 날로 넘긴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너무나 바쁘다
지난 8월B일, 외부 행사 일정이 없었던 날, 대통령의 일정을 살펴보자.
<표 3> 8월 B일정

대통령은 이날 약 10시간20분간 집무했다. 이중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들 보고를 들은 시간이 약 2시간40분 그리고 외빈접견 등 기타 행사에 소요된 시간이 1시간15분 정도였다. 다른 날에 비하면 외부행사도 없었고 긴 시간을 요하는 행사도 없어 한가한 듯 보이지만 이날의 보고와 행사는 총 15건으로 다른 날과 거의 마찬가지였거나 오히려 더 많은 편이었다. 이날의 총집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듯 보이지만, 오후 1시44분부터 4시까지 두 시간 남짓한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보고와 보고 사이의 시간이 대부분 30분 전후의 자투리 시간이어서 대통령이 한 두 시간 정도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한 가지 일에 몰두할 만한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외부 행사가 있었던 8월C일의 일정을 보자.
<표 4> 8월 C일정

이날도 대통령은 약 8차례의 보고를 받고 두 곳의 외부 행사에 참석하여 짤막한 연설을 하고 오찬에 외빈을 초청했다. 특히 퇴청 이후의 저녁행사가 있어서 대통령의 하루가 10시가 다 되어서야 끝나는 바쁜 날이기도 했다. 金대통령은 하루에 6∼7시간 수면을 취하고, 식사를 하는데 약 3시간(행사가 있을 경우 연장)을 보낸다. 여기에 아침운동 1시간, 텔레비전 시청과 신문 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 24시간 중 12시간은 고정되어 있는 셈이다. 대통령이 집무실에 나와 있는 10시간∼11시간 중 약 50% 이상이 보고와 내외빈 접견, 외부행사 등에 할애되고 1∼2시간은 휴식, 나머지 3시간 가량은 자투리 시간으로 장소를 이동하거나 보고서를 읽는 데 들어간다. 대통령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정의 방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것이다.
대통령이 어떤 사안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쏟고 있으면 그것은 그 밖의 다른 일에는 그만큼 시간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金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행사에 참가하려고 애써왔지만 최근에는 청와대에서도 대통령이 너무 무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 7월의 미국방문 이후 孫命順 여사는 {대통령의 일정이 지나치게 빽빽하게 짜여 있어 대통령이 무리를 하고 있으니 일정을 줄이라}며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지금 너무 바쁘다.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완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낸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金대통령이 워낙 건강해서 이런 일정을 큰 무리 없이 소화해내기는 하지만, 비서관들 중에는 {오후가 되면 지치고 피곤한 대통령의 모습을 대할 때도 있다}고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다.
金錫友 의전수석은 {金대통령에게 생각할 시간과 여유를 드리는 것은 비서진의 오랜 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루지지 않아 문제}라고 했다. 임기 초에는 수요일 오후는 가능하면 일정을 잡지 않고 비워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통령이 한가하다는 것을 아는 수석비서관들이 다투어 이 시간에 보고를 하려고 해 오히려 더 바빠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金錫友 의전수석 비서관은 {金대통령의 행사 참가 횟수가 전직 대통령에 비해 50% 정도 더 많다}면서 {앞으로는 대통령이 참가하는 행사의 수를 줄여 대통령이 좀더 여유 있게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일 중심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의 특성 때문에 대통령의 일정이 무리하게 짜여졌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
관계자들이 이러이러한 행사가 있는데 이것은 대통령이 꼭 참석하셔야 한다고 우기면 마음이 약해져서 거절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나라 전체의 시각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대통령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너무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이제는 대통령에게 여유를 드리는 것이 국가나 정부 전체를 위해서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으로 불필요한 일정을 줄여나갈 생각이다} 조직의 최고 관리자가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조직 전체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조직관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조직의 최고 책임자들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70% 이상은 일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충고를 하고 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시간 중 30%는 명상을 하고, 전략을 짜고, 가족과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적어도 30%의 시간을 이런 식으로 사용해야 열심히 일하는 70%의 의미와 효용도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표 5> 金대통령의 일정 3일 비교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야
金泳三 대통령의 시간표를 유심히 들여다보려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된 것이다. 金대통령이 아무리 남다른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는 70이 가까운 노인이다. 이제 임기의 반이 지났고 앞으로는 지금까지 온 만큼을 더 가야 한다. 지금 페이스를 끝까지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둘째는 대통령이 바쁘게 지내는 만큼 그에 합당한 성과와 보람을 얻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혼신의 힘을 다해 쉬지 않고 일하는데도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시간 사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金대통령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시간을 소모하느라 정작 대통령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국가운영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는 비단 대통령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기업체의 사장을 비롯 조직의 최고 책임을 맡고 있는 지도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왜 성과가 별로 없느냐]는 문제로 고민을 한다고 한다. 그런 지도자들의 시간 운영 실태는 면밀하게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가진 시간은 개인의 것이기 이전에 조직 전체의 장래와 생산성을 좌우하는 한정된 자산이기 때문이다.
정보수집보다 정책결정이 중요
미국의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社는 기업체 사장들의 시간관리 문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낸 일이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많은 기업체의 장들이 [회사의 장래 등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은데도 결과는 그렇지 못하고 시간부족으로 인한 압박은 점점 심해지기만 한다]고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각 기업체 사장들의 시간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과 해결 방안을 이렇게 지적했다.
[첫째, 조직의 최고 지도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시간관리의 허점이 발생한다. 만일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핵심적인 역할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그는 결국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넓은 분야의 일을 전부 다루게 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최고 지도자에게는 연설과 모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게 마련이고 엄청난 보고서가 날아든다. 이런 식으로 외부의 요구룰 좇아가다 보면 일에 쫓겨 꼭 할 일을 놓치게 된다. 그러나 최고 지도자가 정작 해야 할 전략적 사고라든가 리더십의 발휘는 구체적이고 형식적으로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이 점을 명백히 하지 않으면 그 필요성을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둘째, 최고 지도자가 된 후에는 자신이 하는 일이 이전의 일과는 차이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의 본질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체 사장들 중 상상 수가 정책결정보다는 정보수집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또 최고 책임자가 된 후에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하위직에서 했던 스타일대로 꼼꼼하게 모든 것을 챙기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장이 되기 전에는 그와 같은 능력들이 그를 승진시키고 성공시켰는지 모르지만 최고 지도자가 된 후에는 일의 성격이 다르다. 최고 지도자가 아닌 경우에는 하루 3백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꼼꼼히 읽는 것이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큰 조직의 장이 된 이후에는 자신이 읽어야 할 보고서의 양을 줄여야 한다. 보고서가 그의 손에 도달하기 전에 검토·요약되어, 보고서가 10페이지가 넘지 않도록 사전 조정을 해야 한다. 최고 지도자가 할 일은 시시콜콜한 정보를 일일이 알아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전체적인 안목에서 균형있게 확보하여 이것을 토대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기업체의 사장이나 조직의 장이 시간관리상 가장 큰 문제라고 느끼는 것은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모임이나 회의에 참석하고 전화를 받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나면 남는 것은 그저 10분 안팎의 자투리 시간 뿐이다. 이 시간을 활용해서 제대로 된 구상을 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일주일에 2회 이상은 두 시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서 생각하고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뛰니까 조직은 더 안 움직인다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를 연구해온 한 정치학자는 대통령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참모들이 일을 하는 스타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金대통령은 마치 청교도의 지도자처럼 한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완전히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언제나 솔선수범하여 진두지휘하는 게 익숙한 야당 스타일의 지도자이므로 모든 일을 자신이 하려고 한다. 그러자니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대통령 자신은 한시도 쉬지 못한 채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있는데 관료와 비서들이 이를 따라주지 못한다고 섭섭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조직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즘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련 책임자가 그 일을 처리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전에 대통령이 먼저 반응을 해버린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담당자는 문제가 생겨도 고민하고 노력하여 대응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위만 쳐다보고 대통령의 뜻에 맞추어 움직이게 된다. 수동적 충성만 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은 참모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발짝 뒤에서 따라가는 자세로 여유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金대통령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기는 해도 정확하고 안전한 방향을 잡을 수 있고 나아가 참모들의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대통령이 믿고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이 10명만 되면 대통령이 모든 일을 일일이 다 챙기면서 숨가쁘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 그 결과 대통령은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국가운영의 핵심적인 분야에 시간을 들여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에게도 하루는 24시간뿐이다. 그 24시간 중에서 생리적인 요구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고, 그 나머지 시간 중에서 대통령이기 때문에 꼭 참석하고 할애해야 하는 의전적인 시간을 빼고 나면, 정작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金대통령은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쪼개고 나누어서 참모와 각료들의 보고를 듣고 회의를 하며 중요한 결정과 지시를 내린다. 이제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 6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남은 기간 동안 꼭 해야 하는 일들을 결정하고 그 일을 훌륭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대통령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姜仁仙 月刊朝鮮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