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의 전사] 정형근의 폭탄증언(하) -"더 강한 정보기관이 필요하다"

남한 내 친북세력(4)"우리가 힘의 우위를 확보한 뒤에 북한을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유화적으로 몰아가야"
"법적으로는 우리가 金日成과 金正日을 엄중히 입건해서 적어도 기소 중지로 사건화시켜 놓아야"
 "감상적인 통일론과 조문론을 편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요, 민족사에 남을 수치"
 "북한은 개방의 필연성을 느끼지만 동시에 개방을 겁내기 때문에 결국 개방할 수 없다"
<『鄭德珍 내사는 제가 직접 했습니다만…』>

―최근 홍준표(洪準杓) 검사가 月刊朝鮮과의 인터뷰에서 정덕진(鄭德珍)·정덕일(鄭德日) 형제의 파칭코 업종에 대한 수사를 해보니까 1989년 안기부에서 수사를 한 흔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鄭德珍 형제가 평민당에 정치 자금을 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안기부에서 수사를 진행하자 鄭德珍씨가 잘 봐달라는 명목으로 당시 기조실장 엄삼탁(嚴三鐸)씨에게 직접 뇌물을 주었다고 합니다. 안기부 수사국에서 이런 수사를 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잘못 전해진 겁니다. 안기부에서는 당시에 수사를 한 것이 아니고 내사를 한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직접 불러 조사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당시 鄭德珍 사건에 대한 내사는 제가 했습니다. 1989년 당시에는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했다는 국민적인 불만이 팽배했던 때입니다. 안기부에서는 고위층이 부패한다면 국가의 안보가 심히 우려된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고위층의 부정부패야말로 간첩의 토양이 된다는 것이 안기부의 지론이었고 그래서 특히 고위층과 관련한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차원에서 내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탐문 내사 결과 鄭德珍이 슬로트 머신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어들여 관계 요로에 돈을 뿌린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러나 洪 검사 말대로 평민당과의 관련설은 애시당초부터 없었습니다. 평민당과 鄭德珍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내사 결과로도 그런 첩보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내사를 한 뒤 그 결과를 국세청으로 통보해 주어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할 때 단초가 되었습니다』

―鄭德珍씨에 대한 내사는 안기부가 외압을 받아 중단한 것은 아닙니까.

『전혀 아닙니다』

<『나는 金대통령 덕 본 적 없다』>

―그러한 내사는 안기부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닙니까.

『국가의 안위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대상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안기부가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당시에도 정보수집 차원의 내사였지 수사는 아니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떤 사람도 이의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金泳三 정부가 출범한 뒤 안기부 내에서도 여러가지 개편작업이 있었고 부장과 제1차장과 제2차장이 그만두었지요. 당시 수사국장 겸 수사차장보를 하시다가 제1국장(기획판 단국장)으로 가게 된 것이 1993년 3월 25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4년 10개월간 수사국장을 하다가 제1국장으로 가게되셨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鄭차장이 金대통령과 같은 경남고등학교 출신이었고, 鄭차장이 對共수사를 지휘하면서 결가적으로 1992년 대선 당시 金大中씨를 불리하게 몰았던 점을 감안한 일종의 논공행상이라고 평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전혀 터무니 없는 말입니다. 대통령은 저를 알지도 못했습니다. 만약 대통령께서 그런 논공행상을 했다면, 저의 인사는 훨씬 달라졌을 겁니다. 보십시오. 차장보에서 어떻게 국장으로 갑니까. 이것이 강등이지 어떻게 영전이 됩니까. 당시 저는 차장보에서 그보다 낮은 국장으로 내려가면서까지 여기서 근무를 해야 하나를 놓고 심각한 갈등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검찰로 돌아가길 희망한다는 건의를 부장께 두 번이나 한 사람입니다. 그때마다 이왕 정보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마당에 국가를 위해 좀더 봉사해 달라는 간곡한 말씀이 두번 이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근무하게 된 겁니다』

―기획판단국장이란 자리는 예전에 月刊朝鮮에서 뽑은 한국을 움직이는 10大 實勢 중 하나로 꼽힌 적이 있을 만큼 중요한 직책입니다. 글자 그대로 정보수집에 대한 기획을 하고 수집된 정보를 분석·판단해 여러 관련 부서와 위로는 대통령에게까지 정보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서에 가면 대한민국 전체가 보이는 자리가 아닙니까.

『실제로 아주 중요한 자리입니다. 이 자리는 우리나라의 구석 구석을 파악하고 국가의 올바른 방향을 기획 판단하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그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수사국장의 입장에서 본 남북문제에 관한 시각이 기획판단국장을 하면서 수정된 적은 없습니까.

『그런 적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남북 문제에 대한 판단은 수사국장의 경험이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신문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여론조사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21%는 도망가겠다고 했습니다. 민족의 원수 金日成에게 조문을 해야 공산주의가 우리와 대화를 하고 평화 통일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20세기 대한민국 政治史중에서 최악의 넌센스입니다. 민족중홍의 지도자가 쓰러졌을 때는 침묵하던 사람들이「민족의 원수」가 죽자 애도하자고 나서니 한국인의 정의감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겁니까』

<『북한을 갖고 놀아야지요』>

―흡수통일은 해서도 안되고 할 의사도 없다는 것이 현정부의 공식입장입니다. 鄭차장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남과 북은 공식적인 대치상태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연함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유연함이란 전술적 차원이어야지 전략적 차원에서까지 유연해서는 안됩니다. 전략적인 유연함이란 쉽게 말해 물러 터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남북한은 내심 죽이기 아니면 죽기입니다. 그래서 항상 전략과 전술적 차원을 떠나서 생각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 전략 전술적 측면에서 우리가 북한을 흡수통일할 생각이 없다고 말은 할 수 있습니다』

―흡수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논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한에 평화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하려면 현재 약화된 북한을 코너로 몰아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궁지에 몰린 북한이 언제 다시 전쟁을 도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많은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판단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리가 힘의 우위를 확보한 뒤에 북한을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유화적으로 몰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갖고 놀아야지요. 그것만이 북한을 우리가 바라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金日成 부자를 입건, 기소중지시켜 놓아야』>

―그런데 지금 한국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북한에 대한 해석 문제입니다. 남북합의서에 의하면 북한은 일단 적대국이 아닙니다. 7·7성명에 따르면 북한은 우리의 동반자입니다. 그러나 헌법이나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북한은 엄연히 反국가단체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법적으로는 우리가 金日成과 金正日을 엄중히 입건해서 적어도 기소중지로 사건화시켜 놓아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남북회담을 하면서 그들과 웃으며 대화를 해야 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우리의 입장은 그렇게 이중적입니다. 그리고 법적인 혼란은 국제법상으로 북한이 주권국가로 취급되고 있는데 국내법적으로는 反국가단체라는 데에서 기인합니다. 그래서 북한을 법적으로 다룰 때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의 남북관계 속에서 돌출했던 여러 선언문들은 북한을 동반자로 표시하고, 국가보안법 등에서는 반국가단체로 규정됩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이중적 상황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북한의 정권 담당자와 북한의 인민에 대해서는 구별해야 합니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북한 정권에 대한 감상적인 통일론과 조문론을 편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요, 민족사에 남을 수치라고 봅니다.

제가 수사국장 때였습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중이었는데, 안기부를 통해서 상부로부터 지시가 떨어진 겁니다. 그 내용은 북한측이 남한의 몇 몇 親北인사들을 지명하면서 金日成이 하사했다는 산삼 등을 전달하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어땠는 줄 아십니까. 그 親北인사들은 카메라 앞에서 안기부가 전해주는 선물은 안 받겠다며 발로 차고 던지고 야단이었습니다. 그런 걸 억지로 미소를 띠면서 전해주고 사진을 찍어야 했습니다. 그런 굴욕이 통일을 앞당기는 데 무슨 소용이 있는지 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북한은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판단되어 남북 대화도 끊어버렸습니다. 북한 지배층에 대해서 환상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미안해 해야 할 일입니다.』

<『북한을 볼 때는 이중적으로 보아야』>

―남북합의서와 7·7선언은 대화의 틀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겠습니까. 그러니까 「북한이란 존재는 법적으로는 반국가단체로 본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접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따라서 북한과 접촉하는 룰로서 남북합의서를 따른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북한을 대할 때는 엄연히 이분법으로 구별해야 합니다. 북한과의 교섭이라는 한계를 확실히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한계를 넘어섬으로써 혼동이 와버렸습니다. 그래서 북한을 한민족이라고 생각하면서 金日成 부자에게까지 그같은 감상적인 시각이 연장되는 겁니다. 미국의 외교 정책은 절대적으로 「원 보이스(one voice)」입니다. 어디까지나 정부의 소리는 단 하나의 소리라는 겁니다. 이것은 미국의 대법원 판례로도 남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에 대해 다양한 소리를 냅니다. 북한이 바로 다양한 소리를 내도록 유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는 북한의 개방론이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북한은 스스로의 힘이든 아니면 외부의 힘을 빌어서는 개방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북한은 개방할 힘이 없습니다. 북한은 개방의 필연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동시에 개방을 겁내고 있기 때문에 결국 개방할 수 없는 겁니다』

―북한이 개방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개방할 수 없는 체제라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로군요. 그러한 딜레마의 종착역은 결국 자멸이 아닙니까.

『그것은 시간의 문제입니다. 어쩔 수 없는 붕괴의 길을 걸어 갈 것입니다』

―작년 金日成 사망 직전에 구국전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기무사에서 조사를 했습니다만 안기부에서 발표를 했었지요. 주범 안재구는 경희대 총학생회에서 추천받아 강사활동을 하며 주사파 지하당 조직을 만들다가 발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발표되자 당시 언론들은 크게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청와대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좋은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안재구 사건이 크게 보도되면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을 것이란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청와대는 안기부에 압력을 가하고, 다시 안기부는 각 언론사를 통해 간첩사건을 축소 보도해 달라는 희극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것은 청와대라는 국가지도부의 유치한 對北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엿보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청와대에서는 한국언론을 통해 북한에게 잘 보이면 金日成이 남한을 좋게 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 때문에 웃음이 다 나옵니다』

<『더 강한 정보기관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우리의 정보기관이 어떻게 변해야겠습니까.

『우리나라의 국가안전기획부는 미국으로 치면 CIA와 FBI가 합쳐진 모양입니다. 전 세계 정보기관 중에서 이러한 기구편성은 유일하게 KGB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점 때문에 盧泰愚 대통령이 분리하려는 의도를 가졌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때 저는 온당치 않다는 개인의 소견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분리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국제정세의 변화입니다. 과거 냉전시절에는 해외정보업무가 미국 정보기관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국내파트와 국외파트가 그다지 분리되지 않고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존재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해외파트의 전문가들만이 모여서 전력 질주해도 모자라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 전문영역화의 요구는 국내에서도 적용됩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지자제를 도입합니다. 각 지역별로 다양한 움직임들이 생겨납니다. 그로써 전국적인 간첩 사건과 테러 및 조직범죄와 그리고 외국의 범죄 조직과 연계된 범죄, 유괴사건이나 위조지폐 사건 등은 검찰의 수사용량을 넘어서는 사건들입니다. 이것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안기부의 국내 수사파트에 미국의 FBI에 버금가는 수사권을 주고 강화시켜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對北 심리전과 對共 수사 등 국내 모든 문제들을 전문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겁니다. 이것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지금까지 對共수사 분야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된 원인과 관계 있습니다. 그것은 안기부가 과거에 정치적인 사건에 관계될 때마다 순수한 對共 분야도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넘어가곤 했습니다. 이것이 對共 분야에 불신을 초래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피치 못할 정치적인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면 이것은 다른 쪽으로 넘겨주어야 하고, 순수 對共 분야는 국내파트 쪽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내문제를 담당할 조직을 분리해 내고 이들에게 더 강한 권한과 지원을 통해 위축된 對共 수사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작금과 같은 국회 정보위원회는 과감하게 폐지시키고 더 강한 정보기관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시간 그야말로 혼신의 토로를 해주신 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충격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말씀을 자제하시거나 생략한 데 숨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6·27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기라서 특정인에 대한 언급을 조심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한 번 더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그럽시다. 前職이 전직이니만큼 저에게는 언론 자유가 제한돼 있다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기록·李東昱 자유기고가 金基哲 月刊朝鮮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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