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즈 문짝 한 개 수리비가 3천7백만원

택시 기사의 한숨"高價 외제 승용차들은 공포의 대상들…한번 잘못 건드리면 우리는 신세 망쳐"
벤츠문짝 한 개 수리비가 3700만원

한 교차로 네거리에 정지 신호로 멈춘 택시 옆에 벤츠 600 한 대가 와서 정지한다. 문득 택시 기사가 뒷자리의 내게 말을 건넨다. “손님, 저 벤츠가 얼마짜리인 줄 아십니까?” 나의 대답은 당연히 “모르겠는데요”였다. 그러자 택시 기사의 자문자답(自問自答)이 이어졌다. “5억원 한답니다.” 나는 순간 자문(自問)한다. “5억원? 그래 그것이 무슨 문제인데?” 그러나, 필자는 다음 순간 이어지는 택시 기사의 말 속에서 필자의 자문에 대한 해답을 발견하게 되었다.

택시 기사의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얼마 전 동료 택시 기사가 저 5억원짜리 벤츠와 접촉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벤츠의 앞 문짝 하나가 쭈그러졌지요. 그랬더니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십니까? 그 문짝은 여기서 수리하지 못하고 독일에서 새 문짝을 하나 가지고 와야 했습니다. 문짝만 온 것이 아니라 독일 기술자가 한 사람 출장을 와야 했습니다. 문짝 값을 포함하여 그 수리비용이 3700만원이었습니다.”

“문짝 값이 워낙 비싸니까 보험회사에서도 수리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거절했습니다. 택시 기사에게 3700만원은 천문학적 액수였지요. 택시 기사는 5억원짜리 벤즈 소유주에게 울며불며 사정했지요. 도저히 그 돈을 감당할 수 없으니 좀 깎아달라고 사정사정했지요. 그러나 문제의 벤츠 소유주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결국 택시 기사는 살던 집을 정리해서 그 돈을 정리했다고 들었습니다.”

택시 기사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요즘, 서울 시내를 다니면 고가(高價)의 외제 차량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지요. 돈 많은 부자들이 신분 과시용으로 서로 경쟁적으로 외제 수입 차량을 사서 타고 다닌다고 합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보다 못하지 않은 차, 더 비싼 차를 사서 타려고 경쟁한다고 하지요. 그런데, 우리 택시 기사들에게 이들 고가 외제 승용차들은 공포(恐怖)의 대상들입니다. 한번 잘못 건드리면 우리는 신세를 망치게 되니까요.'

“그런데, 궁금한 일이 있네요. 돈이 많아서 5억원짜리 벤츠를 타고 다니는 분들이 그 벤즈로 인하여 우리 같은 택시 기사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일까요.” 이날 택시 기사의 이야기 속에는 절규(絶叫)가 담겨져 있었다. 아무리 신분과시욕 때문이더라도 고가의 외제 승용차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은 최소한 이 나라의 보험회사들이 사고를 당한 외제 승용차의 수리비를 보험금으로 카버해 주기 시작할 때까지만이라도 미루면 안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이날 택시 기사의 이야기는 필자 혼자서 간직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여기에 옮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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