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사람들은 돈(貨幣)을 사용하면서 산다.     한자문화권에 속한 나라들인 우리나라가 원(북한도 원), 일본이 엔(円), 중국이 위안(圓, 元), 베트남이 동(銅/銅錢)으로 돈의 단위를 표시한다. 모두가 둥글다는 뜻이니 모나지 않게 잘 굴러가도록 돈을 쓰라는 의미다. 돈이 굴러가는 과정이 둥글지도 매끄럽지도 않으면, 요즈음(2015년 4월)처럼 죽은 자의 메모 한 장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앉은 사람을 끌어내리고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기도 한다.     해외여행은 환전이라는 절차를 거쳐 방문국의 돈(화폐) 구경으로 시작한다. 돈의 기능인 지불수단의 가치는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되어 있으니, 지구 전체의 표준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돈의 크기나 디자인은 각양각색이다. 돈의 디자인을 통하여 한 나라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돈(화폐)은 발행국가의 영혼이 담긴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돈을 보자. 거북선과 다보탑이 우리의 높은 기술력과 예술성을 대표하고, 충무공, 퇴계, 율곡, 세종대왕, 사임당이 우리 민족의 대표선수다. 등장인물들만 보면, 조선왕조로 시대가 한정되어 있어 미래지향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든다. 1970년대, 우리 돈에 새겨진 거북선이 큰 역할을 한다. 이제는 전설이 된 현대그룹의 창업주 故 정주영 회장의 일화다. 造船의 선진국 영국보다 300년 앞선 1,500년대에 만든 거북선이 그려진 대한민국 화폐와 모래뿐인 해변 사진을 보여주고, 그리스에서 유조선 두 척을 수주하고, 영국에서 차관을 얻는다. 세계 1위 造船國으로 향하는 첫걸음에 조폐공사도 동참한 것이다.     최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2017년 발행될 예정인 새로운 지폐의 도안을 발표했다. 등대, 배, 물고기 등 해양국의 전통적인 상징이 그려진 앞면과는 달리, 뒷면은 바다를 형상화한 사각 픽셀의 추상적 이미지다. 디지털 시대의 바이킹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화폐의 주제는 동물이다. 코뿔소, 코끼리, 사자, 물소, 표범 등 빅 파이브(Big Five)가 주인공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함께 사는 나라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많은 국가가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선정해 화폐의 초상으로 사용한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왕, 영웅, 군인, 정치가에서 철학자, 사상가, 예술인, 문인, 과학자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널리 통용되는 화폐인 미국의 달러는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답게, 나라의 기초를 닦는 데 공헌한 초대 대통령 George Washington을 위시하여 Abraham Lincoln, John F. Kennedy 등 역대 대통령의 초상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엔화도 군국주의 시대의 정치가와 군인에서 과학자, 문인, 사상가의 초상으로 바뀌었다. 스위스 프랑에는 건축가 르 코르뷔제(Le Corbusier), 조각가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를 비롯하여 작곡가, 화가, 소설가, 사학자가 등장한다.     한 인물의 초상을 모든 화폐에 사용하는 국가도 있다.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 베트남의 호치민(胡志明), 인도의 간디(Mahatma Gandhi), 터키의 케말 파샤(Mustafa Kemal Atatürk)처럼 國父로 추앙받는 인물들이다. 영국의 파운드는 여왕 Elizabeth 2세의 모습이 반세기가 넘는 在位 기간 동안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앨범 역할도 한다.     유로(Euro)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 함께 사용하는 세계 역사상 최초의 다 국가 통화다. 고대를 시작으로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아르누보, 현대로 이어지는 시대별 건축양식으로 디자인한 유로화(지폐)는 유럽의 역사와 건축의 안내서 역할을 한다. 동전의 한 면은 유럽연합의 각국이 독자적으로 디자인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동전이 비트루비우스적 인간(Uomo Vitruviano)이 새겨져 있는 이탈리아에서 발행한 1유로짜리 동전이다.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가 그의 저서 建築十書에서 얘기한 건축에 적용되는 人體의 비례와 규칙이다. 등을 대고 누워서 팔과 다리를 뻗은 다음, 배꼽을 중심점으로 원을 그리면 두 팔의 손가락과 두 발이 원에 내접한다는 내용을 1,400년 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림으로 해석한 것이다.     디자인 선진국 이탈리아는 돈을 디자인하는 분야에서도 돋보인다.     <尙美會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