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것은 안 보는 것도 소비자의 권리

'꼭 필요한 문화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문화연대의 주장은 공급자 위주의 시각
3월 10일 보도된 KBS 뉴스9 보도비평 - 재미없는 것은 안 보는 것도 소비자의 권리


[문화] [연속기획]함께하는 문화로/(5)“누구나 손쉽게 문화 즐기자”

<앵커 멘트>
우리 문화생활의 편중 현상을 짚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누구나 손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해법은 없는지 나신하 기자가 생각해봤습니다.
<리포트>
문화생활은 누구나 즐기고 싶지만 걸림돌은 돈과 시간.
<인터뷰>최재숙(서울 대흥동): '경제적으로 부담 안 되고 친근감 느끼는 거리에 있었으면….'
<인터뷰>안엽(문인화가): 'PR은 하지만, 생활이 어려우니까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보는 거죠'
민간 투자는 당장 돈이 될 곳에 몰리기에, 정부 역할이 중요합니다.
문화생활이 저변화되도록 부족한 시설과 콘텐츠 지원을 늘리되 다양한 영역의 문화의 소비역량을 함께 북돋아줘야 합니다. 연극이나 전시회 입장료, 도서구매 비용 등을 직접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인터뷰>지금종(문화연대 사무총장): '별로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아도 꼭 필요한 문화는 정책적으로 추진해야할 의무가 있다'
중산층 이하의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여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인터뷰>도정일(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대표): '쉬는 시간에, 여가에 에너지가 비축되고 창조적 역량으로 전환될 수 있게 여유를 가진 사회가 좋은 사회이지요.'
문화생활은 호사스런 취미라는 선입견도 바꿔야 합니다.
반드시 많은 돈을 들여야 문화생활이 풍성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적은 비용으로 문화를 즐길 기회가 의외로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서점 등은 나들이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취향대로 가까운 곳에서 여유와 즐거움을 찾는 것이 문화생활의 시작입니다.
<인터뷰>김정운(명지대 대학원 교수): '재미있고 행복하게 문화를 즐기는 그 시간을 내 삶의 우선순위의 약간만 앞에 두기만 해도 우리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거죠'
개인의 행복감과 사회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문화, 복지 차원에서 투자를 늘려야 할 필수 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나신하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문화생활을 누리고 여유를 찾고 싶어한다. KBS의 5회에 걸친 보도는 문화계의 문제를 소비자의 입장보다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다룬 면이 강하다.
사람들이 문화소비에서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부족과 문화계의 고질적인 공급자 위주 시장 정책 때문이다.
지금도 미술관, 뮤지컬, 연극, 순수문학 등의 경우 소비자를 위한 공연이나 전시, 작품보다는 ‘예술인들의, 예술인들에 의한, 예술인들의 자기만족을 위한’ 공연과 전시가 많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소재, 접근하기 어려운 시설, 이해하기 어려운 미술품 등이 더 많다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은 문화계 행사와 순수문학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고 보기 쉽고 가기 편한 곳에서 상영하는 영화나 보러가는 것이다.
책의 경우에도 좋은 책은 알아서 다 사본다. 문학책이라면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나르시즘만 잔뜩 담긴 작품들을 내놓고는 책이 안 팔리는 책임을 독자들에게만 돌리고 있으니 책들이 팔릴 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연극 입장료, 뮤지컬 공연비, 도서구매비 등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문화연대의 주장은 세금의 소비만 늘일 뿐 소비자가 누리는 문화의 질을 높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억지로 관람하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화연대가 말하는 ‘꼭 필요한 문화’라는 것을 누가 정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KBS는 이런 주장의 부작용이나 머리를 짜내 소비자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 문화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지적하지 않고 있다. KBS가 소비자의 시각에서 이런 문제에 접근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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